"대구의 미래가 펼쳐지는 곳 메타버스 대구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대구시가 예산을 들여 만든 대구형 메타버스(Metaverse.현실 세계처럼 사회, 경제활동이 이뤄지는 가상현실 공간)다. 여러 주제로 가상공간을 꾸며놓았다. 대구시의 대표 사업은 전국 최초 '대구통합도서관 메타버스' 플랫폼 구현이다. 대구 6개 도서관을 가상공간에서 즐길 수 있게 했다.
◆ 텅 빈 도서관, 먹통 의료마을...유령도시 된 가상공간
실제 가상공간에서 나를 대변하는 '아바타'를 만들어 6일 메타버스에 접속했다. '대구통합도서관 메타버스' 광장에 내가 설정한 아바타가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혹시 모를 다른 이용자가 있나 싶어 가상공간에 자판기로 한글을 입력해 인사도 해보고 이곳 저곳 돌아다녔지만 이용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6개 도서관 가상공간 모두 비슷했다. 스마트 휴대폰에 이어 컴퓨터 PC로도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 받아 실행했지만 이용자는 없었다.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국채보상운동기념도서관'에서는 아바타가 가상공간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공간 별 위치 정보를 확인하는 게 전부다. '동구 안심도서관' 가상공간에서는 추천도서를 안내하고, 문화행사 정보만 제공한다. 나머지 4개 도서관 가상공간 구현 수준도 비슷했다.
'메타버스 대구월드'의 또 다른 가상공간인 '의료마을'에 가봤다. 음성 인식을 중심으로 인지기능과 정신건강, 상호소통, 생활 서비스 탐색 등 건강 관리 서비스 정보를 주고 받을 있다고 설명한다. 1차 의료기관, 요양기관과 같은 정보 교류 서비스 연계가 가능한 '의료기술서비스' 메타버스다. 가상공간에서 챗봇 서비스를 하고, 지역사회 커뮤니트를 운영하고, 음성인식을 통해 대화가 된다는 설명도 있다.
귀엽게 생긴 자동설정 캐릭터 '봇'들이 나를 대신해 '의료마을' 가상공간을 활보한다. 하지만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자세히 보기', '체험하기'를 클릭했지만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다"는 문구가 뜬다. 사이트가 먹통이 돼 제대로 연결되지 않았다. 이용할 수 있는 앱이나 플랫폼도 없다.
그나마 제대로 작동하는 가상공간 플랫폼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다. '아바타'를 설정해 지하철 화재 등 여러 참사를 막기 위한 교육적 공간이다. 재난과 안전 체엄시설로서 관련 교육 콘텐츠를 메타버스에 제공한다. 지하철, 교통안전, 화재안전체험 등을 메타버스 공간에서 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는 할 수 없고 오직 컴퓨터에서만 할 수 있다.
◆ 대구시가 세금을 들여 구축한 가상공간 '메타버스'가 시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사업 목적과 달리 활용도와 접근성이 떨어지고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용자 수가 저조했다.
<평화뉴스>가 대구시에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8년부터 2024년까지 7년간 대구시가 '메타버스' 관련 사업에 들인 예산은 198억6,000만원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실내 생활 보편화로 지자체들은 너도 나도 메타버스 사업에 올라탔다. 대구시도 예산을 쏟아부었다.
사업 분야는 6개다. ▲'동북권 메타버스 허브센터 구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 사업으로 목표는 메타버스 산업 생태계 활성화다. 예산 26억4,000만원(국비 8억8,000만원, 시비 17억6,000만원이 들었다. 시행기관은 대구테크노파크(TP)와 경북대학교로 메타버스 인재양성 교육, 경진대회 참가 등을 펼쳤다. ▲과기부 공모사업인 '뉴테크 융합지원 창작플랫폼 구축' 사업에는 예산 51억원(국비 36억원, 시비 15억원)이 들었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뉴테크 융합 콘텐츠 엔지니어 육성 사업을 펼쳤다. 대구TP와 경북대, 계명대학교, 수성대학교가 시행 기관이다.
▲'대구 메타버스지원센터 구축(과기부 공모사업)' 사업은 지역 XR, 메타버스 초기 기업을 지원하고 인력양성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메타버스 산업 성장 환경을 조성한다.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은 7년간 33건 콘텐츠 제작에 88억1,000만원(국비 57억1,000만원, 시비 26억7,000만원, 민자 4억3,000만원)을 지원했다. ▲지역 중소기업 제조 공정 혁신 지원과 지역 중소 제조기업에 메타버스 기술 도입 지원을 통한 지역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메타버스 기반 디지털 가상 공장 구축 촉진 사업'에는 시비 17억원이 들었다.
▲'메타버스 대구월드' 조성은 지역 특화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콘텐츠 수요 기관과 기술 보유 공급 기업과 매칭을 통한 기업 수익모델 발굴 사업이다. 대구TP는 11억 6,000만원을 들여 2023년 3개 업체에 3개 과제(도서관, 의료마을, 안전테마파크), 2024년 또 다른 2개 업체에 2개 과제를 줘 대구형 메타버스 콘텐츠를 개발했다. ▲'대구 메타버스 박람회'는 기업에 기술, 성과 공유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 체험과 홍보를 하는 사업이다. 최근 2년 대구 A일간신문에 예산 4억5,000만원 (시비 4억원, 민자 5,000만원)을 지원했다.
◆ 다운로드 고작 100여회...플랫폼·앱 소유권은 '기업'에?
200억원에 가까운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대구통합도서관 메타버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21일 출시해 9개월째 앱 다운로드 횟수가 고작 100회 이상에 불과하다. 그 탓인지 가상공간은 마치 '유령도시'처럼 텅텅 비었다. 다른 메타버스 가상공간은 아예 열리지 않았다.
그나마 이 사업들은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도 구현했다. 다른 사업의 경우 플랫폼이나 앱이 없어 체험이 불가능하다. 올해 과제사로 뽑힌 2개 메타버스 업체의 경우 '생활체육커뮤니티활성화를 위한 메타버스 개발', '생활플랫폼 메타버스 개발'을 내걸었지만 아직 뚜렷한 플랫폼을 선보이지 못했다.
플랫폼과 앱 소유권도 대구시에 없다. 사업 시행 기관(대구TP 등)이 전문 심사인단을 통해 사업 목적에 맞는 업체를 선정한다. 대구시는 시행 기관에 보조금 형태로 예산을 지원할 뿐이다. 일부 지자체들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았지만 대구시는 기업 자율성을 위해 소유권을 기업에 넘겼다.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인만큼 사업 성과 평과를 하긴 하지만 사업 목적성, 과제 수행 성실성 등만 따진다. 사업의 성공 여부나 활용도 등은 평가하지 않는다. 때문에 앱 사용자나 플랫폼 접속자 등의 실질적 수량 평가는 없다.
◆ 서울시는 '메타버스 서울' 접속자 저조 사업 일부 철회...대구시는?
이처럼 지자체들의 우후죽순 메타버스 사업과 관련해 "세금낭비"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자체는 사업을 축소하기도 했다. 서울시(시장 오세훈)의 경우 2026년까지 '서울 메타버스 프로젝트'에 405억원의 세금을 투입하려다가 계획의 절반을 철회했다. 60억원을 들인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 '메타버스 서울' 접속자 수가 하루 평균 273명 미만으로 나타나며 "세금낭비" 비판 속에 확장성이 없다고 판단한 결과다.
실제로 인공지능(AI) 메타버스 전문가들은 하루 평균 이용자 500명 이하 앱 플랫폼의 경우 "데이터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활용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대구시 AI블록체인과 담당자는 "우리는 플랫폼 사업보다 기업 지원과 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공무원들이 전문가들보다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을 지원하고 소유권도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익성의 경우 지자체의 영역이 아닌 기업의 자율적인 영역"이라며 "1년 단위로 사업을 주기 때문에 해당 업체가 기간 안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이후 콘텐츠 개발과 상품화 등은 기업의 자율"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대구시의 방식이 다른 지자체보다 리스크가 적고, 기업의 기술을 고도화해 역량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국적으로 메타버스와 관련한 분위기가 현재 좋지 않아서 추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 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메타버스 대구월드' 홈페이지는 7일부터 '시스템 재정비'에 들어가 현재 기능이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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