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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드리콜' 호출 후 1시간 대기...장애인이 겪는 일상 속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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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달성군 다사읍 40km 동행
출근길 배차 1시간 걸려..."답답하다"
긴 대기 시간에 주2회 지하철 타러
운행률·기사 수 부족..."증원" 요구
'이동권 침해' 국가인권위 집단진정
대구시 "배차시간 줄어...증원 검토"

"약 21분 뒤 도착합니다. 고객님과의 거리 7.76km"

◆ 김봉조(47)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25일 오후 3시 30분 대구 동구 신서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거주지역인 달성군 다사읍 매곡리에 있는 주거단지로 가는 '나드리콜'을 불렀다.

"배차 성공, 약 21분 후 도착합니다" 나드리콜 알림(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배차 성공, 약 21분 후 도착합니다" 나드리콜 알림(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뇌병변장애 1급으로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김봉조 소장은 출퇴근을 포함해 대구 전역을 이동할 때 나드리콜 특별교통수단을 자주 이용한다. 자신의 집에서 사무실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까지 40km 거리기 때문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다. 

사무실이 있는 동구 신서동 주위에는 장애인지역공동체, 질라라비장애인야학 등 나드리콜을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많아 배차 시각이 짧은 편이다. 이날도 '배차 콜'을 누르고 3분 정도를 기다리니 "배차 성공"이라는 알림이 떴다.

하지만 문제는 집에서 출근을 할 때다. 김 소장이 오전 7시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것은 핸드폰을 보고 나드리콜 앱을 켜는 것이다. 주거지역 근처에 차가 없을 경우 배차 신청을 한 뒤 콜이 잡히기까지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때문에 요즘은 사무실까지 가는 시간이 20분 정도 더 걸리더라도 주 5일에 2번은 지하철을 탄다.

김봉조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동구 신서동 사무실에서 다사읍 매곡리로 가는 나드리콜 특별교통수단에 탑승하고 있다.(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봉조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동구 신서동 사무실에서 다사읍 매곡리로 가는 나드리콜 특별교통수단에 탑승하고 있다.(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봉조 소장이 나드리콜을 타고 이동 중이다.(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봉조 소장이 나드리콜을 타고 이동 중이다.(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김 소장은 "집에서 나드리콜을 타면 대구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고 40분 만에 사무실에 도착하지만, 지하철을 타면 평균 1시간 정도 걸려 이동 시간을 줄이기 위해 나드리콜을 탄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주중 2번은 지하철을 탄다. 콜을 기다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지하철이 낫다는 생각도 한다"고 말했다.

최대 4시간을 기다린 적도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대구경북디자인센터에서 다사읍 매곡리까지 가려고 나드리콜을 불렀는데 "4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알림을 받고 오랜 시간을 기다려 결국 타기도 했다.

그는 "나드리콜을 30분 기다리는 일은 종종 있고, 1시간만 기다리면 오히려 다행"이라며 "시간이 촉박하거나 눈비가 올 때 나드리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배차가 안돼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 정말 답답하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 장애인들이 나드리콜과 관련해 가장 문제삼는 부분은 '운행률'이다. 대구시가 법으로 규정한 특별교통수단(특장차량)의 대수를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모든 차량이 한꺼번에 운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 특장차량 수(218대)에 비해 기사 수(215명)가 적다.

때문에 몸이 불편한 노인·장애인 등의 발이 돼주는 나드리콜 이용 건수 10건 중 2건은 30분 이상의 대기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이 지난 2월 28일 낸 '나드리콜 운영 종합현황'을 보면, 올해 나드리콜 평균 대기시간(2월까지 기준)은 19분 28초다.

전체 24만9,084건 중 ▲10분 내 8만4,485건(33.92%) ▲10분 이상~30분 미만 11만9,458건(47.96%) ▲30분 이상~1시간 미만 3만4,560건(13.87%) ▲1시간 이상~1시간 30분 미만 9,148건(3.67%) ▲1시간 30분 이상 1,433건(0.57%)다. 10건 중 2건(18.11%)은 30분 이상 대기한 셈이다.

2025년 나드리콜 대기시간별 이용 건수와 장기대기자 비율 / 자료.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2025년 나드리콜 대기시간별 이용 건수와 장기대기자 비율 / 자료.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대구시는 '교통약자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라 '중증장애인 150명당 1대'라는 운영 기준에 맞게 특별교통수단을 218대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보유 대수 전체가 운행하는 것은 아니다. 운전기사들이 6개 조를 꾸려 시차를 두고 근무한다. 

주중에는 오전 7시~오후 4시까지 40~45대, 오전 8시~오후 6시 40~45대(누적 80~90대), 오전 9시~오후 7시 40~45대(누적 120~135대), 오전 11시~오후 8시 10~15대(누적 130~150대), 오후 1시~오후 10시 25~30대(누적 155~180대),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7시 4대(누적 159~184대)를 투입한다.

주말에는 오전 7시~오후 4시까지 20~25대, 오전 8시~오후 6시 25대~30대(누적 45~55대), 오전 9시~오후 7시 25대~30대(누적 70~85대), 오후 1시~오후 10시 10~15대(누적 80~100대, 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7시 4대(누적 84~104대)를 운영한다.

지역 장애인단체는 대구시가 운전기사를 증원해 차량을 더 많이 운행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평일의 경우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나드리콜 특별교통수단이 가장 많이 투입되는데, 그마저도 전체 대수보다 모자란 최대 180대"라면서 "나머지 30대의 차량은 그러면 놀고 있는 게 된다. 기사를 증원해 운행률을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 이와 관련해 장애인단체는 나드리콜, 저상버스 등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해 느낀 불편한 점들을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낸다.

장애인 이동권 관련 차별 사례들 / 사진 제공. 420장애인차별철폐 대구투쟁연대

'420장애인차별철페 대구투쟁연대'는 지난 3월 4일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7주년 맞이 국가인권위원회 집단진정' 진정인을 모집하고 있다.

신청 기한은 오는 4월 7일까지다. 이후 오는 4월 11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할 예정이다.

▲시외 지역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예약 가능한 나드리콜이 없는 경우 ▲저상버스 탑승 시 승차 거부를 당한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으나 청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경우 ▲시외 지역에 편도로 갔으나 돌아오는 특별교통수단이 없었던 경우 등 장애인 이동권 전 영역에서 발생한 차별 사례를 모은다. 

"휠체어 고객은 특장차량, 비휠체어 고객은 택시를 이용해주세요"...나드리콜 특별교통수단에 붙은 안내문(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휠체어 고객은 특장차량, 비휠체어 고객은 택시를 이용해주세요"...나드리콜 특별교통수단에 붙은 안내문(2025.3.25)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 나드리콜을 운영·관리하는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은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배차까지 걸리는 시간이 감소했으며, 기사 충원도 고려해보겠다고 설명했다.

대구공공시설관리공단 이동관리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기준 나드리콜 평균 대기 시간은 20분이었는데 올해 2월 기준으로 보면 17분으로 3분가량 줄었다"면서 "대기 시간이 길다고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난해 특별교통수단 19대를 증차해 현재 법정 대수를 모두 충족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구시에서도 특별교통수단 증차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나드리콜 운영 합리화 계획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6월까지 상황을 지켜보고, 수요를 파악한 뒤 평균 대기 시간이 긴 시간대에 운전기사 증원 등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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