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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자 9년 만에 복직한다...대법 "직고용" 확정, '불법파견 무죄' 파기환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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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이 9년 만에 복직할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휴대폰 등 유리 기판을 생산하는 일본 다국적기업 아사히글라스의 자회사 (주)AGC화인테크노코리아의 한국 사내 하청업체 GTS(지티에스) 구미공장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 차헌호씨를 포함한 22명이, 원청업체를 상대로 직접 고용 의사를 표시하라는 취지로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 원청 아사히글라스에 대해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22명을 "직접 고용하라"고 최종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은 지티에스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해 "아사히글라스의 제조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며 "아사히글라스의 업무상 지시에 구속되어 그대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서울 대법원 / 사진.대법원 
서울 대법원 / 사진.대법원 
대법원의 "직고용" 확정 판결 이후 서울 대법원 앞에서 손을 들어 기뻐하는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2024.7.11) / 사진.금속노조  
대법원의 "직고용" 확정 판결 이후 서울 대법원 앞에서 손을 들어 기뻐하는 구미 아사히글라스 해고노동자들(2024.7.11) / 사진.금속노조  

또 "지티에스는 아사히글라스가 정한 인원 배치 계획에 따라 근로자를 채용해 배치했다"면서 "휴게시간과 휴가 등도 아사히글라스의 생산 계획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티에스는 설립 이후 아사히글라스의 도급 업무만 수행했다"며 "아사히글라스와 계약이 해지된 이후 폐업하고 생산 업무에 필요한 시설과 설비를 자체적으로 보유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9년 1심과 2022년 2심 재판부 판결을 모두 받아들였다. 원심은 원청이 하청노동자들을 상대로 지휘·명령권을 사용한 게 선명하다며 직고용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도 변함 없이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노동자들은 9년 만에 구미 공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사측은 2015년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조 활동을 펼치자 178명을 문자 한통으로 해고했다. 이 중 22명은 "부당해고"라며 사측을 상대로 9년 동안 소송을 벌여왔다. 

◆ 1·2심이 엇갈린 경영진 불법파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깨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이날 직접 생산 공정 업무에 노동자들의 파견을 금지한 '파견법'을 위반(불법파견)한 혐의로 기소된 아사히글라스 원청(하라노타케시 이사)과 하청(정모 대표이사) 경영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던 대구지법의 2심을 파기환송했다. 

"아사히 투쟁 9년 구미공단 22명, 9년 만에 돌아간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무죄' 파기환송 이후 기자회견을 연 해고자들(2024.7.11.서울 대법원 앞) / 사진.금속노조  
"아사히 투쟁 9년 구미공단 22명, 9년 만에 돌아간다" 대법원의 '불법파견 무죄' 파기환송 이후 기자회견을 연 해고자들(2024.7.11.서울 대법원 앞) / 사진.금속노조  

1심인 대구지법 김천지원은 지난 2021년 8월 하라노타케시 전 이사에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하청업체 대표이사에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 원청과 하청에 각각 1,500만원, 300만원의 벌금형을 내렸다. 하지만 대구지법 제4형사부는 지난 2023년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을 깨고 경영진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청노동자들에게 원청이 지휘하거나 명령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파기환송을 하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이 됐다. 대법원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로 대구지법에 돌려보냈다. 이로 인해 노사 양측은 불법파견 여부를 놓고 재판장에서 또 법리 싸움을 펼쳐야 한다. 만약 파기환송심에서 유죄가 떨어지면 불법파견으로 인한 국내 제조업 경영진 첫 징역형이다. 

◆ 부당노동행위 구제 재심 판정 취소 소송은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특별3부는 이날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낸 부당노동행위(해고) 구제 재심 신청을 각하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노동자 손을 들어준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대해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고 보고 중노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현행 '노조법'상 하청노동자에 대해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부당노동행위의 주체가 원청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이는 노동계의 노조법 2.3조 개정 요구안과 연결된다.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해서 인정하는 판결들도 최근 나오고 있지만 이날 대법원은 용인하지 않았다.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는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회장 등 조합원들(2024.7.11) / 사진.금속노조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는 차헌호 아사히비정규직회장 등 조합원들(2024.7.11) / 사진.금속노조

◆ 해고자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비정규직지회장은 11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32살에 입사해서 이제 52살"이라며 "9년간 일본 본사, 일본 대사관, 청와대, 용산, 국회, 검찰청 등 전부 가봤다. 이렇게 길어질 지 예상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너무 기쁘다. 울컥한다. 함께 싸워준 동지들과 연대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면서 "노조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공장에 불법파견 하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제 자리에서 열심히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에서 "9년의 투쟁이 대법원 승소를 끌어냈다"며 "이제 해고자들은 공장으로 돌아간다"고 밝혔다. 이어 "원청이 어떤 것도 책임 지지 않는 불법파견은 중간 착취를 안고 하청노동자들에게 열악한 조건을 강제한다"면서 "이제는 현장에서 모든 불법파견과 비정규직 차별이 사라질 때"라고 덧붙였다. 

◆ 사측은 경북 구미공단 아사히글라스 공장에 해고자들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9년간 법적 다툼에서 국내 최대 로펌 중 2곳 태평양과 김앤장을 전면에 내세워 송사를 진행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반면 태평양과 김앤장에 맞서 노조 측 법률대리인은 민주노총 금속노조법률원 소속 장석우, 탁선호 변호사가 이끌었다.  

한편, 아사히글라스 노사가 벌이고 있는 소송 4건 중 나머지 1건은 대구고법의 판단을 받는다. 해고자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지급 청구소송이다. 1심 재판부는 "임금 64억13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직고용 의무를 불이행해 노동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첫 공판 기일은 2년째 잡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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