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들이 사측이 '부당해고'를 했다며 2년째 긴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해고자들은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까지 했지만 법원이 기각했다.
한국옵티칼 박정혜(40) 해고노동자가 구미 공장 옥상에서 537일째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해고자들의 고용승계 싸움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해고자들은 1심 기각에 불복해 항소할 예정이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부장판사 양상윤)는 27일 오후 '전국금속노동조합과 한국옵티칼 해고노동자' 7명이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재심 판정 취소' 행정소송에서 원고(해고자들)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에서 기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판결문은 오는 30일쯤 나온다.
LED 편광필름을 생산하는 일본 닛토덴코의 한국 계열사인 '한국옵티칼'은 지난 2023년 2월 구미 공장 화재를 이유로 폐업을 결정했다. 당시 193명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17명은 "위장 폐업"이라며 희망 퇴직을 거부했다.
이 가운데 해고노동자 7명은 "부당해고", "부당노동행위"로 사측을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신고했다. 한국옵티칼 사측이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은 "위장폐업"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구미 공장이 경기도 평택 공장에 물량 등 영업을 양도했는데도 해고자들을 고용승계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며 ▲ "노조를 혐오한 결과, 사측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측은 지노위에서 "공장과 생산 설비가 화재로 전소돼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어렵다는 경영상 판단에 따라, 청산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고용 관계를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경북지노위는 노사 양측의 입장을 종합해, 지난 2023년 4월 "부당해고"라는 해고자들의 주장을 기각하고 사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노위는 "사업장 화재로 실질적으로 사업을 폐지했기 때문에 위장폐업에 해당하지 않고, 평택 공장에 영업이 양도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해고자들은 이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에 재심을 청구했으나, 중노위도 같은 해 8월 기각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 기각 판결에 재차 불복한 해고자들은 지난 2023년 9월 서울행정법원에 "중노위 재심 판정을 취소'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냈다.
하지만 행정법원도 1년 8개월 만에 중노위 결정이 옳았다며 해고자들의 소송을 기각했다.
금속노조(위원장 장창열)는 27일 선고 직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민국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은 노동법의 적용에서 예외가 되는 거냐"며 "결과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즉시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법원은 화재가 난 공장을 재건하지 않고 노동자를 모조리 해고했는데도, 노동자는 버리고 일감만 다른 계열 공장으로 옮기며 고용승계를 거부했는데도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판결했다"며 "500일을 넘겨도 내려오지 못하는 노동자, 억울한 이의 눈물에 등을 돌리고 거대 자본의 손을 들어주는 볍원, 외투기업의 횡포 앞에 한없이 무력한 권력기관이 이 나라의 현실이라면 진짜 대한민국은 도대체 어디서 만날 수 있냐"고 꼬집었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오늘 또다시 법 앞에서 외면당했고 국제 기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국내법을 목격하는 자리였다"며 "외투사업장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싸워온 우리의 목소리는 외면받았고, 1심 재판부는 사용자의 책임 회피를 사실상 묵인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규탄했다.
이어 "재판부의 판결은 단지 행정적 절차의 해석을 넘어, 외투자본의 부당한 구조조정과 해고가 정당화될 수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항소심을 통해 진실을 다시 한번 밝히고, 외투기업이라도 법과 정의 앞에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끝까지 증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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