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9명이 '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 사태'와 관련해 OECD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냈다.
지난해 노조가 한일 양국 NCP에 일본 본사를 상대로 '다국적기업 지침 위반'으로 진정서를 접수한 것에 대해 1차 평가 기간 중, 한국 야당 국회의원들이 "집단해고 사건에 대해 공정한 평가를 하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을지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위원장 민병덕)와 금속노조(위원장 장창열)는 7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옵티칼 일본 본사 닛토덴코는 구미공장 사업을 일방적으로 철수하며 OECD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았다"면서 "한국NCP는 해고노동자들이 사측과 만날 수 있도록 대화의 자리를 주선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해 10월 2일 한국NCP에 일본 본사 닛토덴코와 납품 업체인 LG디스플레이에 대해 '다국적기업 기업책임경영 가이드라인 위반'을 이유로 진정서를 낸 데 이어, 지난해 11월 26일에는 일본NCP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아직 1차 평가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NCP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다국적기업 인권책임경영을 명시한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에 따라 설치된 연락사무소다. 다국적기업의 인권침해,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OECD 국제투자, 다국적기업에 관한 선언을 한 가입국에 한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올해 4월 기준 한국과 일본을 포함해 미국, 영국 등 52개국에 설치돼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한국옵티칼 고용승계 TF(단장 이용우 국회의원)'를 꾸리고 지난 4월 30일 평택 한국닛토옵티칼 측에 "문제 해결" 간담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으나 회신을 받지 못했다.
이날 한국NCP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위원장 민병덕 국회의원을 포함해 이용우, 이병진, 신영대, 박지혜, 문금주, 김남근, 박주민, 박홍근, 김현정, 진성준, 김문수, 이정문, 김태선, 염태영 의원 등 28명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주영 의원 등 29명이 이름을 올렸다.
야당 의원들이 의견서를 낸 이유는 해고노동자 박정혜(40)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이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인 지 500일이 다 돼가고 있는데도, 해고자들이 고용과 관련해 사측과 대화의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의견서를 보면 "닛토덴코의 한국 내 자회사들은 명목상 분리돼 있지만 사실상 하나의 기업"이라며 "한국 자회사 사이에서 생산인력은 재배치되거나 파견돼 생산과 판매에 종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본사는 한국 자회사의 고용 등 경영에서 지배력을 행사했다"며 "한국 자회사들은 일본 본사의 공정과 물량 배분 계획에 따라 생산량과 인원 채용, 해고, 매출, 수익 등이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OECD 다국적기업 책임경영 가이드라인은 고용과 사업종료 과정에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할 때 충분하고 실질적인 구제 대책을 마련하라고 정하고 있다"면서 "한국NCP는 비사법적 분쟁 해결을 위해 당사자 간의 대화를 주선하는 등의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용우 의원은 "한국옵티칼은 오랜 기간 외국인투자기업으로 한국 정부의 엄청난 혜택을 받아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 노동자들과 함께 사업을 경영해왔다"면서 "하지만 사측은 수십년간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옵티칼 영업이익 창출에 공헌했던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2년간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한국과 일본NCP에 각각 진정서를 넣은 지 6개월이 지났지만 현실은 참혹했다"면서 "양국NCP는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평가와 권고를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사람이 살 수 없고 살아서도 안 되는 불탄 공장 옥상에 박정혜 해고노동자가 있다"면서 "오는 5월 21일 500일을 맞기 전에 고공농성 중인 해고자가 땅을 밟을 수 있도록 한국NCP는 대화를 주선하는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일본 닛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로 LCD 편광 필름을 납품했다. 지난 2003년 구미4국가단지에 입주했다. 지난 2020년 공장 화재로 사측이 공장 청산을 통보하자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 7명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닛토덴코 다른 자회사 한국닛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박정혜, 소현숙 두 해고노동자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다. 소현숙 조직부장은 지난 4월 27일 "건강 악화"를 이유로 476일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현재는 박정혜 수석부지회장만 남아 486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사측은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관되게 해고자들의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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