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고공농성을 하던 해고노동자 소현숙(43)씨가 건강 악화로 지상에 내려왔다.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는 27일 오전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옵티칼 불탄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던 소현숙 조직부장이 건강 악화를 이유로 476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소씨는 지난해 8월부터 치아가 손상된 상태로 고공농성을 이어갔다. 최근 잇몸이 내려앉으며 음식을 제대로 씹을 수 없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때문에 소화 능력이 떨어져 체하거나 구토 증세가 잦아지기도 했다.
소씨는 이후 건강검진과 치료 등을 받을 예정이다. 함께 공장 옥상에서 고공농성을 한 박정혜(40) 수석부지회장은 앞으로도 계속 농성을 이어나간다.
금속노조(위원장 장창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하늘 감옥에서 476일이라는 그 오랜 시간을 누가 버틸 수 있겠냐"며 "계속 일하고 싶다는 절규를 한국 사회는 어떻게 외면할 수 있단 말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은 끊고, 물량만 가져가면서 떼돈을 벌고 있는 외투자본이 기어코 고공농성 노동자의 건강마저 망가뜨리고 말았다"면서 "닛토덴코와 한국닛토옵티칼은 당장 고용승계를 위한 교섭에 응하라"고 촉구했다.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은 이날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소현숙 조직부장이 치아가 많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고공농성장 아래에 있는 조합원들에게도 이야기를 잘 못한 것 같다"면서 "차료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오래가다 보니 많이 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소씨가 가족들과 함께 안정을 찾고 싶다고 한 상태"라면서 "아직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박정혜 수석부지회장이 홀로 고공농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업체로, 일본 닛토덴코 그룹의 한국 자회사다. 지난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지난 2020년 공장 화재로 사측이 공장 청산을 통보하자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이를 거부한 노동자 7명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닛토덴코 다른 자회사 한국닛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박정혜, 소현숙 두 해고노동자는 지난해 1월 8일부터 공장 옥상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였지만, 이날 소현숙 조직부장이 땅으로 내려오며 박정혜 수석부지회장만 남아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측은 법인이 다르다는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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