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방지법 제정 20년을 맞아 대구 반성매매 운동 성과와 과제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구여성인권센터(이사장 김효정)는 28일 '반성매매 운동의 역사로 함께 만들어갈 20년을 만나다'를 주제로 국가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성매매방지법 시행 20년 대구 토론회'를 열었다.
정미례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정책자문위원은 '젠더폭력과 여성인권 성산업착취구조에 대항해온 20년 군산화재참사에서 오늘까지', 장은희 대구여성인권셈터 쉼터 원장은 '보호체계를 넘어 사회적자원으로서의 쉼터 운동', 최민혜 대구여성인권센터 자활지원센터소장은 '통합지원서비스내에서의 자활지원센터 역할', 김하나 대구여성인권센터 부설 상담소 힘내 소장은 '상담소 힘내 활동을 중심으로 한 대구지역 반성매매 운동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신박진영 성매매문제해결전국연대 정책팀장 사회로 발제자들과 함께 김영애 대구성착취피해아동청소년지원센터 팀장, 김도현 대구여성의전화 디지털성포력특화상담소 활동가 등 6명이 자유 토론을 진행했다.
◆ 한국 성평등 105위, 성폭력 7년 32%↑ 경제·사회 곤궁, 성착취 몰려..."통합적 관점 가져야"
일제강점기 공창제→공창제 폐지→미군정 시기 부녀자매매 금지법→1961년 윤락행위방지법→2004년 성매매알선 처벌법→성매매방지 피해자 보호법까지. 성을 사고 파는 행위를 완전히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100년의 역사다. 특히 성매매방지법이 만들어지면서 성매수자와 성매매 알선자뿐만 아니라, 성매매업소 업주와 해당 공간 제공자 등 성매매 관련 행위자들을 처벌할 수 있게 됐다.
정미례 자문위원은 "성매매방지법과 같은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은 군산 대명동이나 개복동, 같은 곳에서 화재참사가 발생해 누군가의 희생을 딛고 가는 것이라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0년 9월 19일 전북 군산 대명동 성매매업소(집창촌)에서 화재 참사가 발생해 감금돼 있던 20대 성매매 여성 5명이 숨졌다. 2년 뒤 2002년 1월 29일 군산 개복동 유흥주점 2곳에서도 같은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건물에 불이 나 갇혀있던 성매매 여성 14명이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다.
정 위원은 "성매매라는 것이 결국 경제적, 사회적으로 곤궁한 구조적 성불평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성을 판매하는 여성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그러한 인신매매와 성착취 구조를 만든 국가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평등권과 인간 존엄성에 위배하는 성적 학대와 성착취의 구조를 끊기 위해서는 국가 조직과 예산, 통합적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성평등 교육을 모든 수준 과정에 포함시키고, 성매매 여성 비범죄화, 성매매 수요 차단, 탈성매매 여성에게 대체 소득 창출 기회를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23년 글로벌 성(性) 격차 보고서(GLOBAL GENDER GAP REPORT)'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 수준은 조사대상 146개 국가 가운데 105위로 하위권에 그쳤다. 2019년 108위에서 2020년 102위, 2022년 99위까지 순위가 점차적으로 오르다가 다시 하락하는 모양새다.
근로소득 성 격차는 세계 119위로 조사됐다. 경제 참여, 기회 부문 점수는 0.597로 114위, 고위급 여성 대표성은 전세계 국가들 중 128위로 낮았다. 정치 참여 88위, 교육 104위, 건강 46위 수준이다. 정치 참여는 일본(138위), 중국(114위)에 비해 높지만 경제활동은 미국(21위), 중국(45위)보다 낮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4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2년 성폭력 발생 건수는 4만515건으로 2015년 대비 7년 만에 32.6%나 증가했다. 가정폭력 검거 건수는 4만4,816건으로 2015년 대비 9.8% 늘었다. 교제 폭력 범죄자 수는 1만2,828명으로 2017년 대비 12.7% 많아졌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범죄 발생 건수 역시 2022년 1만563건으로 2015년 대비 9.3배나 늘었다.
◆ 과반 이상 중졸, 장애인·외국인 증가 추세 "삶과 사고 변형 폭력...'쉼터'에선 잘 쉬는 훈련"
장은희 쉼터 원장은 "성매매는 단순 일회성 폭력이 아니라, 삶과 사고를 변형시켜 사회경제적 취약성을 강화하는 생활패턴을 고착화한다"며 "빠듯한 생계비로 식사도 제때 못하고, 늘 다이어트를 생각해야 하고, 어디가 아픈지도 알 수 없는 진단 없는 통증에 '주사 이모'의 항생제 주사로 버틴다"고 말했다.
또 "생활 관련 지원은 모든 게 업주에 대한 '빚'으로 남는다"면서 "때문에 쉼터 역할은 성매매 업소를 탈출한 여성들에게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고'를 강조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빠른 선택을 강요받는 삶 속에 늘 최악을 선택한 그들에게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가장 좋은 쉼"이라고 덧붙였다.
성매매방지법 후 20년간 대구 쉼터 이용 연인원은 1,000여명이다. 연령은 20대가 67%로 가장 많았다. 30대 25%, 40대 5%, 10대 3%, 50대 0%(2명)순이다. 대부분 미성년자 때 성매매에 노출돼 유입됐다.
학력은 고졸 42%, 중졸 17%, 고교 재학 또는 고교 중퇴 16%, 중학교 재학 또는 중퇴 12%, 전문대 재학 이상 7%, 초등학교 졸업 5%다. 과반 이상이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해 학업을 제대로 이수하지 못했다.
최근에는 쉼터에서 보호하는 장애인과 외국인 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2014년 이후 입소자 157명 가운데 32명(20%)이 장애인으로나타났다. 대부분 경계성 또는 지적장애 중증으로 나타났다. 외국인은 지난 2017년과 2022년 모두 7명이 입소했다. 이 가운데 과반 이상인 4명이 미등록 이주 여성이다.
성매매 유입 알선고리 1순위는 남자친구를 포함한 지인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소개업자(18%), 업주(16%), 보도방(7%), 사채업자(5%), 보호자나 가족(3%), 업소 관계자(2%) 순이다.
쉼터는 이들을 위해 고등학교 과정 검정고시 지원을 한다. 졸업 학력을 취득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 이미용, 피부 마사지, 네일아트, 핸드메이드 강사 자격, 컴퓨터, 운전면허 등 직업훈련도 지원한다.
장 원장은 "쉼터를 퇴소할 때 일정 금액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해 퇴소 후 생활공간 보증금으로 사용하는 등 독립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겠다"며 "이미 제주지역에서는 실시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별로 논의 중이다. 대구도 이 같은 논의 대열에 동참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강원·충청·경남 센터조차 없어..."자활센터 확충, 성매매 경험 여성 자립지원금"
최민혜 소장은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서는 주거와 재정문제 지원이 필수"라며 "현재 주거급여 신청과 LH매입임대주택 정보를 제공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보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기존의 '가정폭력 보호시설 퇴소자 자립지원금' 모델을 참고해 "성매매 경험 여성들에게도 퇴소자에 한해 자립지원금을 줄 수 있도록 제도를 확대해야"고 촉구했다.
또 "현재 성매매 경험 여성을 위한 자활지원센터는 전국적으로 13개소에 불과하다"면서 "강원도, 충청도, 경상남도 등 일부 지역에는 센터조차 없어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광역을 넘어 도 단위로 센터를 확충해 필요에 따라 지원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자갈마당' 사라졌어도→오피, 조건 숨어들어...연이자 최대 600% 사채·폭행·감금 족쇄
대구여성인권센터 상담소는 '성매매방지법' 제정 후 대구여성회 성과인권위와 함께 '성매매피해여성구조지원팀'을 꾸려 2006~2023년까지 상담 4만673건, 현장지원 9,834건 모두 5만507건 핫라인 상담을 했다.
2017년부터 2020년 10월까지는 대구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 폐쇄를 위해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자립과 자활을 지원하기 위한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사업' 위탁 사업을 수행했다.
성매매 집결지 자갈마당이 사라졌어도 성매매 산업은 여전하다. 채팅앱과 SNS(카카오톡, 텔레그램, 엑스(옛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를 매개로한 성매매·성착취는 물론 오피스텔, 조건만남, 해외성매매, 기타 위장형 등 다른 산업형의 성매매는 유지되고 있다. 반면 전국에서 성매매집결지가 점차 폐쇄함에 따라 집결지에 따른 피해 유형은 감소하는 추세다.
상담 내용을 보면(2006년~2023년), 채무(선불금·불법채권) 1만5,925건, 폭행 4,224건, 위협 1,952건, 구타 395건, 감금 271건, 성폭행 203건, 인신매매 152건이다. 최근에는 디지털성범죄와 그루밍 등이 신종 유형으로 추가됐다.
여러 피해 유형과 관련해 상담소는 단순 상담부터 긴급구조, 의료 지원을 비롯해 경찰 조사, 소송 등 법률 문제도 돕는다.
소송과 관련해서는 같은 기간 종결된 소송은 모두 1,118건이다. 이 가운데 민사소송은 521건, 형사소송은 597건이다. 과를 놓고 보면, 승소율은 민사의 경우 87.6%으로 높은 편이고 형사의 경우 58.45%로 나타났다.
성매매 여성들과 상담소가 직접 접촉하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대구 9개 구·군 민관합동점검 때 사전 교육을 통해 밀집 지역을 찾아 지원시설을 홍보하고, 담당 공무원들이 여성들의 상황을 알려주기도 한다.
김하나 소장은 "성매매와 성착취 현장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며 "온라인 성착취가 늘어남에 따라 예방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타이마사지, 아로마마사지, 소프트마사지 유사 성행위를 하는 곳에서 내국인 등 외국인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대구지역 마사지 업소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어에 서툰 이주 여성의 다방 유입과 인신매매, 법정 이자(20%)를 상회하는 연 100~600%의 불법사채와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성매매를 시키는 악순환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성매매 알선업자와 성구매자에 대한 강력 처벌과 피해 여성에 대한 보호지원 법이 조속이 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위기 상황에 놓인 성매매 피해 여성은 →해당 링크(대구 등 전국 성매매 피해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소와 센터)에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해 긴급 지원 서비스와 현장 방문, 상담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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