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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여성폭력 상담 1년새 2배, 스토킹은 5배 급증...'성평등' 지운 정부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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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여성의전화 2024년 상담
전체 3,988건 1년 만에 48%↑
스토킹 상담 전년 대비 5배
가정폭력·데이트폭력도 2배
피해 10~60대 이상 전연령
컨트롤타워 여가부 장관 1년째 공석
여성폭력방지 예산 142억 삭감 후과

대구지역의 여성 폭력 상담 건수가 1년새 2배 가까이 늘었다. 

스토킹 피해 상담은 5배,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상담도 2배나 증가했다. 

지역사회에서도 여성을 향한 성폭력 피해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과 보호 대책은 물론, 성폭력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대구여성의전화(대표 송경인)는 117주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2024년 대구여성의전화 여성 폭력 피해자 상담 통계 분석 자료'를 7일 발표했다. 대구여성의전화 부설 여성인권상담소 '피어라'의 지난해 여성 폭력 전체 상담 건수는 3,988건으로, 2023년 2,681건 대비 48.7%(1,307건)가 늘었다. 

'회사에서 기다렸는데 어디야?', '나한텐 너 밖에 없어', '나한테서 못 벗어나' 스토킹 피해자가 받은 문자를 근거로 만든 여성가족부의 스토킹 피해 긴급전화 홍보 영상 /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화면 캡쳐
'회사에서 기다렸는데 어디야?', '나한텐 너 밖에 없어', '나한테서 못 벗어나' 스토킹 피해자가 받은 문자를 근거로 만든 여성가족부의 스토킹 피해 긴급전화 홍보 영상 / 사진.여성가족부 유튜브 화면 캡쳐

폭력 유형별 전체 상담 건수를 보면 ▲성폭력 피해 상담 건수가 1,829건으로 가장 많다. ▲가정폭력 상담 929건 ▲스토킹 상담 724건 ▲데이트폭력(교제폭력) 상담 340건 ▲기타 및 가족 상담 166건 순이다.

2023년과 비교하면 상담 건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폭력 유형은 가정폭력 상담과 스토킹 피해 상담이다. 대구 스토킹 피해 상담 건수는 지난 2023년 128건에서 2024년 724건으로 1년새 5배(596건) 증가했다. 

가정폭력 상담 건수는 2023년 534건에서 2024년 929건으로 2배 가까이(395건) 더 늘어났다. 데이트폭력 피해 상담 건수도 2023년 198건에서 2024년 340건으로 142건이 더 많아졌다. 

데이트폭력은 대부분 스토킹이나 폭행이 같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해자가 더 힘들어한다는 게 대구여성의전화 측 설명이다. 다른 여성폭력 사건 보다 고소가 적고 신고 후 고소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 이유에 대해 "데이트폭력이나 스토킹이 범죄라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보복에 대한 두려움과 역고소 등 고소했을 때 부딪힐 수 있는 어려움 때문에 실행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스토킹 피해 상담 건수는 '스토킹처벌법' 제정 이후 해마다 꾸준히 상담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2024년 대구여성의전화 여성 폭력 피해자 상담 통계' / 자료.대구여성의전화
'2024년 대구여성의전화 여성 폭력 피해자 상담 통계' / 자료.대구여성의전화

성폭력 피해 상담 유형별(중복 포함)로 분류하면, 전체 상담 건수 3,466건 중 성추행이 1,306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스토킹 724건, 강간 580건, 데이트폭력 340건, 성적 괴롭힘 318건, 기타 198건으로 나타났다. 

피해자 연령대는 전체 330명 가운데, 10대 18명(6%), 20대 80명(24%), 30대 51명(16%), 40대 27명(8%), 50대 40명(12%), 60대 이상 14명(4%), 미파악 100명(30%)으로 조사됐다. 성폭력 피해는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2030대 여성들의 경우 성폭력과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 여성폭력 전반에 걸쳐 피해 경험이 높았다. 올해 '스토킹피해자지원사업부'가 신설되면서 50대 피해자가 대폭 증가했다. 

반면 피해자의 연령을 파악할 수 없는 상담도 전체의 30%나 됐다. 상담 의뢰인이 본인이더라도, 나이를 밝히기 꺼리고 있어 성폭력 피해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나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지원 내용을 보면, 전체 4,260건 중 심리·정서 지원이 1,857건으로 44%다. 정보·자료 제공 1,430건(34%), 의료 지원 408건(10%), 수사·법적 지원 22건(5%), 시설 입소 연계·타기관 연계 12건 순이다. 기타 319건(7%)이다. 사건이 발생 후 피해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정확한 정보를 알고 싶어하는 심리적 불안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트라우마나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돼 있어 의료 지원도 함께 하고 있다. 

가해자들에 대한 통계도 있다. 성폭력 가해자 연령은 10대 8명(3%), 20대 27명(8%), 30대 34명(10%), 40대 11명(3%), 50대 22명(7%), 60대 이상 24명(7%), 미파악 204명(62%)다. 성폭력의 경우 2030대와 60대가 가장 많았고, 스토킹 가해자는 30대와 50대 순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가정폭력 가해자의 경우 전체 피해 상담 건수 929건 가운데, 배우자가 559건으로 60%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과거 배우자 52건(6%), 직계존속 249건(27%), 직계비속 18건(2%), 계부모 2건, 형제 자매 3건, 동거하지 않는 친족 4건, 기타 42건(5%) 순이다.  기타애는 애인, 과거 애인, 친구, 동호회, 경찰 등이 포함됐다. 가해자가 직계존속인 상담은 늘어나는 추세다. 

여성폭력방지 콘텐츠에 나온 여성폭력 피해 사례들 / 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유튜브 화면 캡쳐
여성폭력방지 콘텐츠에 나온 여성폭력 피해 사례들 / 사진.한국여성인권진흥원 유튜브 화면 캡쳐

전체 총평에서 대구여성의전화는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여성가족부 폐지안을 발의하고, 11개월째 여가부 장관을 공석으로 두면서 여가부 폐지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성평등 상회를 만드는 총괄 부처인 여가부에 대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구조적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성평등 추진체계를 무력화하고, 정책 용어에서 '여성'과 '성평등'을 삭제했다"면서 "게다가 여성폭력방지·피해자지원 예산(2023년 대비 2024년 142억 삭감)을 대폭 삭감해 여성 인권과 청소년 사업이 많은 타격을 줬고, 피해자 지원에도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어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 의한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 관련 법과 제도를 개선하라"며 "우리는 계속 여성폭력 근절을 위한 인식 개선과 피해자 인권 보호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송경인 대구여성의전화 대표는 "성평등을 지운 윤석열 정부의 민낯이 여성폭력 상담 건수 폭증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며 "일면식도 없는 여성들에 대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배로 늘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방향성과 분위기는 사회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라며 "여성폭력에 대한 예산을 삭감하고, 여가부를 무력화시킨 윤석열 정부의 정책을 즉시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토킹 피해 진단 체크리스트' / 자료.한국여성인권진흥원
'스토킹 피해 진단 체크리스트' / 자료.한국여성인권진흥원

※ 한편, 여성폭력 피해를 입은 경우 대구여성의전화 053-471-6482~3으로 전화해 상담받을 수 있다. 여성긴급전화 1366번으로도 전화해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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