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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한국옵티칼 해고자들 만나 "죄송스럽다, 문제 해결 노력하겠다"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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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옵티칼 공장 고공농성 425일째
여성 해고자 고공농성으로 국내 최장기
김진숙 등 350km 걸어 국회까지 도착
노동계 인사들 우원식 국회의장과 면담
전국 267개 시민단체·노동계 서한 전달
먹튀방지법 제정·사측 교섭 자리 마련 등
"국가기관 역할 안보여, 돌파구" 호소
우 "외투기업들 여러 행태 지켜보고 있어"
"일본 외무대신에 전달, 앞으로도 소통"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 옥상에서 박정혜(40), 소현숙(43) 두 여성 해고노동자가 425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고용승계"를 촉구하며 해고자들과 김진숙(64)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구미 공장에서 350km를 걸어 국회에서 우원식(67) 국회의장을 만났다.

우 의장은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점에 대해 "아직 문제 해결을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 접견실에서 면담 중이다.(2025.3.7) / 사진 제공.금속노조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과 국회 접견실에서 면담 중이다.(2025.3.7) / 사진 제공.금속노조 

우원식 의장은 7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금속노조 구미지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지회장 최현환)와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등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우 의장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하는 여러 행태를 보면서 반드시 이 문제를 잘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아직 해결되고 있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국회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고, 지난 1월 13일 일본 외무대신을 만나 이야기를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노력보다는 국제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면담 계기를 통해 해결 시도를 더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도 기업과 노동자가 상생할 수 있도록 정부도 나서게 하고, 해당 기업과 긴밀하게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2025.3.7) / 사진 제공.금속노조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이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2025.3.7) / 사진 제공.금속노조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은 이날 면담에서 전국 267개 시민사회단체·노동계가 연명한 서한을 우 의장에게 전달했다. 내용을 보면 ▲일본 총리에게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국회의장 서한 발송 ▲외국인투자기업 먹튀방지법 제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 ▲일본 원청 닛토덴코, 한국 자회사 한국닛토옵티칼 등 관계기업에 교섭 자리 마련 등이다.

이들 단체는 "일본 기업 닛토덴코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를 일방적으로 청산하고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했다"면서 "닛토덴코가 소유한 한국 자회사 3곳에서의 인적 재배치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전례가 확인됐는데도 노동자 고용승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산업 현장에서 외국인투자기업의 먹튀는 반복됐다"며 "외투 자본의 일방적인 철수에 노동자는 사회안전망 없이 쫓겨났고, 국경을 넘는 노동자 인권 침해 문제에 국가기관의 역할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특히 "국회의 외교적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한국옵티칼 사안에서 진정한 의미의 정치가 기능할 때 제2, 제3의 먹튀를 막을 수 있고, 글로벌 공급망에서 다국적기업이 노동자의 인권 보장을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회 역할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2025.3.7) / 사진 제공.금속노조
한국옵티칼 해고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국회 역할을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2025.3.7) / 사진 제공.금속노조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한진중공업 고공농성 희망버스 때 국회의원들이 맨 앞에 서고 물대포와 최루액을 맞았고, 이후 재벌 총수를 12년만에 국정감사에 불러내 사과를 받았다"며 "참담한 고공농성 기록 갱신에 국회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국회가 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장창열 금속노조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작은 바람조차 외면하는 외투기업의 행태가 많이 아쉽다"며 "한국에서 수많은 이익을 가져가면서도 남은 것은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라고 밝혔다. 특히 "국회의 국제적 해결 노력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가 교섭에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대한 빠르게 국회에서 힘을 써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촉구했다.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오른쪽), 소현숙 조직2부장(왼쪽)이 공장 옥상 위에 올라가 있다.(2024.10.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수석부지회장(오른쪽), 소현숙 조직2부장(왼쪽)이 공장 옥상 위에 올라가 있다.(2024.10.30)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한국옵티칼은 LCD 편광 필름을 납품하는 일본 닛토덴코(Nitto Denko)의 한국 자회사다. 2003년 구미4국가산업단지에 입주했다. 2022년 10월 공장 화재로 사측이 공장 청산을 통보하자, 노동자 210명 중 193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공장에 남은 7명의 노동자들은 경기도 평택에 있는 닛토덴코의 다른 자회사 한국닛토옵티칼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농성 중이다. 박정혜(40), 소현숙(43) 두 해고노동자는 지난해 1월 8일 공장 옥상에 올라 425일째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

사측이 해고노동자들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자, 해고자들은 지난해 1월부터 일본 오사카 닛토덴코 본사와 이바라키사업소에서 일본 시민들을 상대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오는 4월 13일 개막하는 오사카 엑스포의 협찬 기업이 닛토덴코인 것으로 알려지며, 주최 단체인 '2025년 일본 국제박람회 협회'에도 관련 질의서를 보낼 계획이다.

시민사회와 노동계에서도 해고자들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김진숙(64)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과 박문진(63)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을 포함한 시민들은 '한국옵티칼 고용승계로 가는 희망뚜벅이' 도보 행진을 했다. 지난달 7일 한국옵티칼 구미공장에서 출발해 350km를 걸어 지난 1일 국회에 도착했다.

해고노동자들이 우 의장과 면담을 가진 것은 지난해 12월 3일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면담에서 장기화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사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우 의장은 "의원들과 상의해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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