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맞는 거에요? 이렇게 골목길에 돼지머리에 족발을 놓고. 이게 올바른 모습입니까?"
18일 오후 대구 북구 대현동 이슬람사원 공사 현장 앞에 놓인 돼지머리를 보고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혜문스님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이슬람문화, 이슬람사원은 색다른 것"이라며 "우리 시대가 현대화 됐지만, 기독교를 포함해 다른 종교들이 처음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처럼 소수의 극렬주의자들이 이슬람사원에 반대하는 의견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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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람사원...혜문스님, 주연스님, 안승택 경북대 고고인류학과 조교수(2023.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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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현동 이슬람사원 갈등이 2년째 이어지고 있다. 경북대학교 무슬림 유학생들은 종교의 자유를 위해 건축을 허가 받았지만, 일부 대현동 주민들은 주거권 피해를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해 공사는 멈춘 상태다. 대법원 판결까지 승소했지만 주민들 반대는 여전하다. 공사 현장 앞에는 무슬림 금기 식품인 돼지머리에 족발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10월부터 넉달째 그대로 방치됐다. 북구청은 애를 쓰고 있지만 현장 갈등은 제대로 중재하지 못하고 있다. 사법과 행정력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이번에는 종교인들이 현장을 찾았다. 갈등이 종교 혐오 양상으로 번지자 기독교와 불교에서 갈등을 어루만지기 위해서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부위원장 혜문스님과 사회노동위원 주연스님, 박성민(대구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대구평화교회 목사는 이날 공사 현장을 찾았다. 종교인들을 포함해 안승택 경북대 인문대학 고고인류학과 조교수, 대구경북차별금지철폐연대 인사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북구청 앞에서 문제 해결 촉구 집회를 열고 현장 방문까지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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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엉킨 현장...종교인들 현장 방문에 반대하는 대현동 주민들(2023.1.18) / 사진.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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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부지로 매입한 공사 현장은 철문으로 꽁꽁 잠겼다. 사원을 반대하는 주민들이 공사 차량 진입을 막고 있어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대신 부지 옆 집을 '기도방'으로 만들어 무슬림 유학생들은 하루 다섯 번 기도를 드리고 있다. 최소 30~40명, 라마단 기간에는 최대 100명이 모여 기도한다. 이날 스님과 목사님 등은 깔개가 깔린 기도방을 둘러보고 공사 현장에서 짧은 설명회를 가졌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양측이 대치하기도 했다. '대현동 이슬람사원 건축허가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주민 10여명은 스님 등을 향해 "냄새와 소음은 어쩔거냐", "내국인 역차별이다", "주거자 피해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당신들이 와서 살아봐라" 등 고성을 외치며 반발했다.
일부 주민들은 피켓팅을 하거나 시민단체 활동가를 향해 고성을 지르며 몸을 날리기도 했다. 배치된 경찰 병력들이 즉각 투입돼 양쪽을 중재하면서 큰 마찰은 없었다. 설명회 내내 주민들은 "돼지고기는 우리 고유의 문화다", "혐오와 차별은 오히려 우리가 당하고 있다"면서 억울함을 주장했다.
혜문스님은 "극렬한 소수가 저지르는 혐오에 편승말고 자비와 사랑의 이름으로 잘못된 인식, 편협한 인식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며 "대화로서 타협하며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처음에는 서먹해도 적절하게 소통하는 시간 속에서 한 공동체로서 정을 느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성민 목사는 "기독교 역시 과거 폭력과 학살의 역사가 있지만 일부의 모습을 갖고 기독교 전체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라며 "무슬림도 갈등과 테러 등 극단적 집단이 있지만 그게 전체의 모습은 아니다"고 했다. 또 "한국 사회가 다른 종교와 갈등 없이 사는 곳인데 유독 이슬람은 잘 모르고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무지에서 오는 공포가 혐오와 차별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과정이 공존을 위해 알아가는 시간이길 바란다"면서 "더 이상의 혐오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도 처음 이 문제에 개입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종무관을 포함한 문체부 인사 4명은 이날 오후 3시 북구청 상황실에서 이슬람사원 갈등에 대해 이근수 부구청장, 도시국장 등과 면담을 진행했다. 종무관은 종교 행정 업무를 담당하며 종교 교류와 협력을 통해 종교 화합에 기여하는 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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