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앞 대구퀴어문화축제의 집회 장소를 두고 주최 측과 경찰이 법정 공방을 벌였다.
제17회 축제 당일인 오는 20일 토요일 대구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의 2개 차로에서 행사를 열겠다는 주최 측과, 1개 차로에서만 집회를 열라는 경찰이 맞섰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정석원)는 17일 오후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위원장 배진교)가 대구중부경찰서의 집회 1차로 제한 통고 처분에 대한 집행을 정지하라며 중부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첫 심문기일을 열었다.
쟁점은 경찰이 조직위 측에 대중교통전용지구 1개 차로에서 축제를 열 경우 ▲참가자들의 안전에 위협이 되는지 ▲교통 방해가 되는지 2가지다.
이를 두고 조직위와 경찰 측이 공방을 벌였다. 조직위는 "1개 차로만 사용하면 반대편 차선에 버스와 차 등이 지나가 위험하고, 만약 차량이 우회하더라도 기존 시간과 9분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심각한 체증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1개 차로에서 현실적으로 축제를 할 수 없을뿐더러 참가자들의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며 "지난해 반월당네거리에서 축제를 진행했는데, 부스 뒤로 차들이 달리고 시민들도 자동차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내뱉는 등 방해로 참가자들이 위축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는 53개 단체, 92개 부스가 신청돼 있고, 지난해보다 2배 늘었다"며 "당초 집회 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신고했는데, 교통 흐름 협조를 위해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로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조직위 측 소송대리인 장서연(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퀴어축제는 자신을 전혀 드러내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이 단 하루 가시성이 있는 축제를 즐기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시민들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인식 개선을 위해 유동인구가 많은 대중교통전용지구가 목적에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또 "축제 장소에는 버스 정류장이 한 방향에 1개씩 모두 2개밖에 없고, 총 길이가 561m로 차량 이동 시간이 3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우회하더라도 12분 정도 소요돼 심각한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그동안 경찰이 반대단체 방해 등으로부터 축제를 도와주기 위해 적극적으로 협조했는데, 지난해부터 특별한 사정 없이 장소를 제한하며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축제를 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참가자 수는 조직위 측이 집회 신고한 3,000여명보다 적다"면서 "대중교통전용지구를 거치는 버스 노선이 24개고, 하루에 시민 수만명이 이용해 교통 불편은 불가피하다"고 반박했다.
경찰 측 소송대리인은 "주말 기준 대중교통전용지구를 이용하는 시민이 평균 9만4,000여명이고, 버스가 하루 1,800대가 운행한다"면서 "교통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제한 통고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개 차로를 사용할 경우 안전을 위해 철제 펜스를 설치하고, 도로 중앙선과 펜스 사이 경찰 병력이 들어가서 축제 참가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며 "지난해의 경우에도 바로 맞은편에서 반대단체가 집회를 열었는데, 특별한 마찰 없이 끝났다. 충돌에 대비해 병력 7개 중대를 배치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측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축제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만큼 곧 판가름을 내기로 했다. 늦어도 오는 19일 오전까지는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조직위는 재판 결과와는 관계없이 다른 장소를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심문을 마친 뒤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퀴어축제 당일 동성로 일대에서 여러 축제가 열리는데, 각자의 영역에서 안전하게 축제를 마치는 것이 좋지 않겠냐"며 "분명한 것은 지난해 축제를 열었던 반월당네거리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제3의 장소를 찾아보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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