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한 대구퀴어문화축제가 올해도 17년째 무지개 행진을 이어간다.
무지개인권연대와 영남지역 성소수자지지모임 '영남퀴어', 인권운동연대 등 41개 단체가 모인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조직위원장 배진교)'는 26일 오후 대구시 중구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옛 중앙파출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9월 20일 제17회 대구퀴어축제를 연다"고 밝혔다.
올해 대구퀴어축제의 슬로건은 '우리는 지(워지)지 않아'다. 축제는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8일간 축제를 진행한다. 9월 20일 본 행사는 중앙로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선에서 오후 12시부터 시작된다.
본 행사에 앞서 당일 성소수자단체와 인권단체를 비롯해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등이 참여하는 다양한 내용의 부스들이 중앙로에 차려진다. 예년과 비슷한 규모의 40여개 부스가 동참할 예정이다.
부스 행사 이후에는 중앙로에서 대형 무대를 설치해 문화 공연과 자유발언 등을 이어간다. 축제의 백미인 '자긍심의 행진(퍼레이드)'도 중앙로에서 시작해 동성로 일대에서 펼칠 계획이다.
'대구퀴어영화제'도 오는 9월 27~28일 이틀간 대구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에서 진행한다. '여름의 카메라', '너와 나의 5분', '동그랑땡,' '징검다리', '너의 눈에, '드래그 폭스', '에디 앨리스 리버스' 등 성수소자(LGBTQIA+.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퀴어 의문자, 인터섹스, 무성애자 등)들의 삶과 고민을 담은 모두 7개의 영화 작품을 상영한다. 오오극장에서 예매할 수 있다.
특히 9월 27일 토요일 오후 1시와 오후 4시에는 특별상영회를 연다. 지난 2023년 제15회 대구퀴어축제 당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대구시가 축제를 방해한 것과 관련해 대법원이 700만원을 조직위에 손해배상하라고 선고(2025년 6월 13일)한 것과 관련해 이를 되새기는 의미의 영화를 상영한다. 영화는 미정이고, 상영 비용은 대구시가 지급한 손해배상금으로 충당한다.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손해배상금으로 퀴어축제 기념품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눔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주최 측은 올해 축제에 1,500명에서 2,000여명의 시민들이 전국에서 참여할 것으로 추측했다.
조직위는 "2년 전 대구시의 행정대집행, 지난해 대구경찰의 집회제한에도 퀴어축제는 이어져왔다"며 "더 이상 공권력에 의한 혐오차별 행정이 없길 바라며 올해도 당당히 축제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모든 성소수자 시민이 평등권을 누리길 기원한다"면서 "대구퀴어축제가 더 이상 어떤 소수자도 지워지지 않는 사회가 되길 염원하는 인권축제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구시나 경찰은 집회를 제한하지 말고, 안전하고 무사히 잘 치러지도록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지난 2009년부터 숱한 차별 행정에도 꺾이지 않았던 대구퀴어축제가 올해 17번째 행진을 한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과 혐오가 거셌지만 한해도 멈추지 않았다"고 했다. 또 "올해는 앞서 극우정권에서 후퇴하고 무너진 민주주의를 바로 세울 전환점"이라며 "대구시와 경찰은 더 이상 우리의 축제를 제한하고 금지하지 말고 자유롭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대구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는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용 공간인만큼, 축제 당일 1개 차선만 사용할 수 있는 집회 제한 통고 조치 등을 내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26일 평화뉴스에 밝혔다.
만약 경찰이 조직위에 집회 제한을 통고할 경우 작년과 같은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대구경찰청은 지난해 조직위에 대중교통전용지구 왕복 2차선 도로 중 1개 차선에서만 행사를 열라며 '집회 제한' 통고를 했다. 대구시와 주변 상인회가 "통행 불편"을 이유로 반발한 탓이다. 조직위는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기각해 1개 차선에서만 행사를 열 수 있게 됐다. 그러자 조직위는 안전상 이유로 축제 하루 전 반월당 네거리로 장소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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