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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행복하자"...새해 첫날 '청춘 알바'들의 꿈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 입력 2023.01.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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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끝에서 새해의 첫날 '야간알바'
대구 동성로 일대, 쓸고 닦고 쉴 틈 없는 '긴밤'
새내기, 취준생, 휴학생, 직장인 각자의 '소망'
"취업·시험합격·복학...2023년 많이 웃었으면"


"10, 9, 8, 7, 6, 5, 4, 3, 2, 1. 해피뉴이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대구의 최대 번화가 동성로 골목과 식당 곳곳에서 환호성이 터진다. 2022년 12월 31일에서 2023년 1월 1일로 넘어가는 무렵. 한해의 끝과 새해의 시작을 너나 할 것이 축하하고 있다. 

다른 이들이 묵은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기대감에 들떠 있을 무렵, 두 해에 걸친 시간 동안 묵묵히 일하고 있는 청춘들이 있다. 바로 '야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이다. 쓸고, 닦고, 배달하고, 설거지하고, 응대하며 새해 첫날을 맞았다.   
 
대구 종로 한 포차 식탁을 청소하는 남영욱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대구 종로 한 포차 식탁을 청소하는 남영욱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갓 수능을 친 19살부터 20대 중반의 취업준비생들이 각자가 바라는 목표를 위해서 늦은 오후나 저녁부터 새벽까지 아르바이트를 한다. 알바를 하는 이유는 학자금, 생활비, 용돈이다. 더 좋은 환경,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많은 사람이 잠드는 시간에 이들의 하루는 시작된다.

2022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후 8시부터 2023년 1월 1일 새벽 1시까지 대구 중구 종로, 동성로, 삼덕동 일대 식당가를 찾았다.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즐기러 온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 

식당 안에선 "저기요~", "사장님~" 이라며 서빙 알바생들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손님이 너무 많아 숨 돌릴 틈도 없다. 앉아 있을 시간도 없다. 밖은 한겨울인데 식당 안은 열기가 넘친다.  

종로의 한 호프집에서 서빙을 하는 공승우(21.휴학생)씨는 오후 5시부터 새벽 1시까지 하루 8시간을 일한다. 체크무늬 유니폼을 입고 손님들에게 능숙하게 메뉴판과 주전부리를 갖다준다. 
 
호프집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공승우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호프집 유니폼을 입고 일하는 공승우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승우씨는 이 가게에서 일한 지 1년이 됐다. 그는 "새해라서 홀 안에 손님들이 더 빨리 차고있다"며 "배달어플로 주문하는 손님들도 많아서 많이 바쁘다"고 가게 상황을 전달했다. 

새해소망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는 "새해에는 복학해서 소방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려고 한다"며 "시험이 전반적으로 어려워졌지만 잘해서 합격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새해소망을 가진 청년도 있었다. 남영욱(24.대구교대)씨는 종로의 한 포차에서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서빙 업무를 담당한다. 알바를 시작한 이유로 "부모님으로부터 손을 벌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용돈벌이로 알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외같이 쉬운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있지만 돈을 막 쓰게 될 것 같아 식당일을 했다"면서 "늦은 시간까지 고된 몸을 이끌고 일한 만큼 돈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새해소망으로 "해가 갈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주변 사람들을 잃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올해는 친구들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한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옆에 있는 사람들과 최대한 잘 어울리며 얼굴 붉히는 일 없도록 많이 웃고 우리 모두 행복한 새해가 됐으면 한다"고 기원했다.
 
새해맞이 전 동성로에 인파가 몰렸다.(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새해맞이 전 동성로에 인파가 몰렸다.(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새해 카운트다운을 앞둔 삼덕동의 모습도 종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구이집에서 자욱한 연기가 문틈 사이로 스멀스멀 빠져나왔다. 길가에 피어난 희뿌연 연기를 보고 사람들이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취준생 김동영(23)씨와 대학 새내기가 될 이채민(19)씨는 삼덕동 한 쭈꾸미집에서 오후 5시 30분부터 짧게 6시간, 길면 8시간 일한다. 손님들은 새해를 축하하느라, 알바들은 일하느라 정신이 없다. 
 
앞치마를 입고 식탁을 닦는 김동영(23)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앞치마를 입고 식탁을 닦는 김동영(23)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미용사가 꿈인 동영씨의 새해소망은 '미용실 취직'이다. 학원비·월세를 위해 알바를 하고 있지만, 올해는 미용일로 돈을 벌었으면 한다. 그는 "좋은 미용실에 취직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들이 하는 일이 잘 풀렸으면 좋겠다"는 다정한 소망도 전했다. 

예비 대학생 채민씨는 "수능이 끝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허투루 쓰기 싫어 알바를 한다"고 했다. 이어 "원하는 대학에 붙어서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예비대학생 이채민씨가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다.(2023.1.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예비대학생 이채민씨가 계산대에서 일하고 있다.(2023.1.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동성로 카페골목도 자정을 넘어 불을 밝혔다. 알바로 일하다가 이제는 카페 직원이 된 이은비(25)씨다. 은비씨는 동료들과 함께 마감 정리를 했다. 행주를 빨아 건조대에 널고 있었다.

낮 12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0시간 일하는 은비씨. 그는 "긴 시간동안 일하는 게 체력적으로 힘들고 내 시간이 없다"며 "새해에는 많이 일하는 만큼 돈도 많이 벌고, 건강하고 무탈하게 지냈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설거지 후 고무장갑을 정리하는 이은비(25)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설거지 후 고무장갑을 정리하는 이은비(25)씨(2022.12.31) / 사진. 평화뉴스 정준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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