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어도 대구지역을 떠나는 청년들. 20~30대 MZ세대(1980년초~1990년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신조어)들은 어떻게 이 문제를 바라보고 있을까.
한마디로 '워라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워라밸(Wokr & Life Balance.일과 생활의 균형)'은 일자리 뿐 아니라 삶에서 자기개발, 사회활동, 건강, 문화생활, 가족과의 시간 등 일과 삶이 조화를 이루는 개념이다. 청년들은 돈을 버는 것 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 걸쳐 대구지역에서의 삶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시의 청년 정책과 예산도 워라밸에 맞춰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구지역 청년들의 삶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대구시와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는 7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워라밸로 청년을 잡아라' 정책토론을 진행했다. '청년은 왜 대구를 떠나는가?', '워라밸에 투자하면 기업과 청년이 삽니다'를 주제로 3시간 가량 토론을 벌였다.
패널은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장, 이승희 대구시 청년정책팀장, 김정옥(국민의힘 비례대표) 대구시의의원, 윤지환 청년정책네트워크 위원장, 허용범 상임부위원장, 이진목 달성1차산업단지관리공단 사무국장, 김영철 계명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 등 11명이다. 정순천 대구행복진흥원 정순천 원장, 안종곤 대구시 청년여성국장을 비롯해 지역 청년단체 관계자들 등 시민 50여명이 참석했다.
청년들의 삶과 일자리 문제에 앞서 패널들은 대구지역 '청년 인구 유출'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러면서 지역 청년 인구 유출 핵심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재'와 '워라밸 부재'를 지적했다.
허용범 청년정책네트워크 상임부위원장은 "청년이 대구를 떠나는 이유는 안정적 일자리가 부족한 탓"이라며 "경공업과 제조업 기반 전통 산업은 더 이상 MZ세대가 선호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 청년정책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허 상임부위원장은 "대구시가 청년 관련 많은 지원사업을 하고 있지만, 청년들이 직접적으로 정책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구시가 대구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청년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기업과 일자리 중심 청년정책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윤지환 청년정책네트워크 상임위원장은 "대구시 청년정책은 기업과 일자리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지역 청년들의 워라밸을 보장할 수 있도록 주거, 교통, 문화 등 지역에서의 삶의 질 전반을 개선하는 청년정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영철 계명대 교수는 "청년 문제가 워라밸 담론에 포함된 건 엄청난 진전"이라며 "대구지역 청년 유출은 일과 삶의 비균형에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했다. 때문에 "청년들이 대구지역에서 미래를 그리며 살아가게 하려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은 지금으로선 지역에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직장 생활 중 MZ세대와 기성세대의 갈등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옥 대구시의원은 "기성세대가 가졌던 기업문화를 MZ에게 적용하는 게 문제"라며 "기성세대가 직장에 입사할 때 상사 눈치를 보고 회식에 같이 참석했던 문화가 지금은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문화도 고쳐야한다"고 했다.
엄기복 대구일생활균형지원센터장은 "오늘 토론 결과가 여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길 바란다"며 "각계 각층 사람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며 인구 유출을 막고 워라밸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대구시는 일자리 정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승희 대구시 청년정책팀장은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며 "대구시는 일자리 확대를 위한 여러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5대 미래산업을 중심으로 산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5대 미래산업은 ▲반도체 ▲도심항공교통(UAM) ▲로봇 ▲헬스케어 ▲ABB(AI, 빅데이터, 블록체인)이다.
한편, 대구시는 올해 처음으로 10월 첫주를 '대구 워라밸 주간(10.1일~7일)'으로 지정해 시범운영 중이다. 2.28기념중앙공원과 도심 일대에서 '대구 워라밸 페스타', '워라밸 문화데이', '워라밸 팝업 스토어', '워라밸 컨퍼런스', '워라밸 기업 실천 캠페인'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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