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퀴어문화축제'에 대해 경찰이 '집회제한' 통고를 한데 이어, 대구시는 '장소 변경'을 요구했다.
지역에서 15년째 열린 성(性)소수자들의 하루 축제가 지난해에 이어 또 수난을 겪고 있다.
대구중부경찰서와 축제 주최 측에 5일 확인한 결과, 경찰은 지난 4일 저녁 제16회 대구퀴어축제조직위원회 측에 '집회 제한'을 통고했다. 오는 28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열리는 퀴어축제와 관련해, 사전에 신고된 집회 장소보다 규모를 절반으로 축소하는 행정조치다.
당초 조직위는 대구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지하철 2호선 반월당역까지 대중교통전용지구 양방향 2차선 도로와 인도에서 퀴어축제를 열기로 했다. 대구중부서에 이와 관련해 집회 신고도 마쳤다.
축제 당일 대형 무대 차량을 세우고 수십개 부스를 설치한다. 또 축제 마지막에는 동성로 일대에서 자긍심 퍼레이드 펼친다. 주최 측은 올해 최대 3,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선을 모두 사용하는 것이 축제를 원할하고, 안전하게 치를 수 있는 적절한 규모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경찰 판단은 달랐다. 대구시와 주변 상인회 요구에 따라 28일 토요일 교통 혼잡을 예상해 2개 차선을 모두 사용하는 대신 1개 차선만 집회 장소로 쓰고, 나머지 1개 차선은 교통 통행을 위해 비우라고 장소를 제한했다. 집회 자유도 보장하면서, 시민 통행권도 확보하는 결정이라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강신규 대구중부경찰서 교통과장은 "1개 차로는 교통 통행과 소통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비우고, 1개 차로와 일부 도로는 집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집시법상 행정 처분이지 집회 금지 통고는 아니다. 조건을 붙쳐서 집회를 허용한 것으로 합리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도 5일 대구퀴어축제에 대한 공식 입장문을 내고 "왕복 2차로를 막은 집회로 극심한 교통 불편을 초래한 바 있다"며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 다른 장소로 집회 장소를 변경해달라"고 요구했다.
또 대구지방경찰청을 향해 "집시법 제12조에 의해 우리 지역 주요 도로인 중앙대로 대중교통전용지구에서의 집회가 금지 또는 제한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해달라"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반발했다. 경찰의 조치에 대해서는 "부당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시의 장소 변경 요구에는 "합법적 집회"라며 "장소 변경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합법 축제에 대해 경찰이 특별한 근거 없이 집회·시위 자유를 억압한다"며 "지난해 홍준표 시장이 공무원들을 이끌고 축제를 방해한 것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 판결을 했음에도, 성(性)소수자들에 대한 혐오·차별적 행정은 변함이 없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대구시가 축제를 방해하더니 올해는 공수를 바꿔 경찰이 인권을 탄압한다"면서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좁은 곳에서 행사를 하다 사고가 나면 경찰이 전적으로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고 따졌다. 그러면서 "집회 공간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집회 금지를 한 것이나 다름 없다"고 주장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가 아닌 다른 곳으로 축제 장소를 변경해달라는 대구시의 요구에 대해서는 "황당한 요구"라며 "따져볼 가치도 없다.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대구시는 반성하라"고 비판했다.
특히 경찰의 집회제한 통고 조치에 대해서는 '집회제한처분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지 조직위 내부에서 검토 중이다. 법원이 조직위의 가처분신청을 인용할 경우 2개 차로 모두 퀴어축제 장소로 사용할 수 있지만, 기각할 경우 경찰의 요구대로 2개 차로 중 1개 차로는 교통 통행을 위해 비워야 한다.
조직위는 다음 주 회의를 통해 가처분 여부를 결정하고, 대구시와 경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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