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대구퀴어문화축제(9.28)가 이례적으로 1개 차로에서만 열리게 됐다.
축제 장소인 대중교통전용지구 왕복 2개 차선 중 1개 차선만 사용하라고 '차로 제한' 통고를 한 경찰 조치에 대해, 축제 주최 측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한 탓이다.
대구지법 제1행정부(부장판사 채정선)는 26일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대구중부경찰서의 집회 제한 통고 처분에 대한 집행을 정지하라며 중부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조직위는 앞서 참가자 안전 등 원활한 축제 보장을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로를 모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경찰은 시민 통행권을 이유로 1개 차로와 인도 일부만 사용하라고 통보했다.
법정까지 간 싸움에 재판부는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경찰의 집회 장소 제한 조치가 축제를 전면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조직위가 신고한 참가 인원 3,000명도 경찰이 제한한 장소에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는 이유다.
또 지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퀴어축제가 대중교통전용지구 2개 차로에서 개최된 것에 대해 경찰이 어떤 제한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구속력 있는 행정관행이 확립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제한한 집회 장소의 가용면적은 525평 또는 627평으로, 인도로 일반 시민이 통행하고, 인도와 차로 사이 일부 공간은 통행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도 경찰이 제한한 집회 장소에서도 인원이 충분히 수용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특정 시각에 집회에 참석한 인원도 조직위가 신고한 인원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판시했다.
안전 문제에 대해서도 "제한된 집회 장소의 중앙선을 따라 펜스와 경찰 인력이 배치될 예정이며, 대중교통전용지구의 제한 속도는 시속 30km여서 버스·택시 등이 서행할 것"이라며 "반대 차로에서 차량이 운행된다고 해도 부스 운영자와 집회 참가자들의 안전이 위협받는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도로 축제 참가자뿐 아니라 시민들과 상인이 통행한다고 해서 이들과 충돌이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축제 장소 인근에서 동시에 개최할 것으로 신고된 반대집회는 대부분 금지됐고, 소수의 개인이 진입해 반대 의사를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표현의 자유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직위는 법원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는 축제 특성상 1개 차로만 열어두면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이다.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사람이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집회가 아니라, 자유롭게 이동하고, 체험하며, 소통하는 축제인데도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느린 속도로 운행해 안전하다는 재판부 판단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만 "차로가 제한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축제를 준비해 왔다"며 "차로 대신 다른 방법으로라도 공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대구시와 경찰은 대구퀴어문화축제와 관련해 시내버스를 우회 운행하고, 행사장 주위 펜스를 설치하는 등 안전·교통 조치를 마련할 계획이다.
주최 측이 사용하는 차선을 지나는 시내버스는 우회 조치하고, 반대편 1개 차선의 버스 노선은 정상 운행한다. 시민들의 버스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제구간 정류소뿐만 아니라 버스가 우회하기 전의 정류소에도 안내요원을 배치해 우회 노선을 안내할 예정이다. 다만 2개 차로 중 어느 쪽으로 일방통행이 될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구시(시장 홍준표)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중교통전용지구 내 운행 중인 시내버스 14개 노선에 대해 우회조치를 시행하며, 이용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제구간 정류소뿐만 아니라, 시내버스 차량이 우회하기 전의 정류소에서도 안내요원을 배치해 적극적으로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민 통행권 확보와 행사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대중교통전용지구 인도 내 무단횡단 방지용 방호울타리, 자전거 보관대 등 적치물을 철거·이동 조치하는 등 경찰과 함께 해당 집회가 안전하게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중부경찰서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있는 장애물을 옮기고, 중앙선을 따라 펜스를 설치하는 등 평화롭게 축제가 개최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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