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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평화뉴스] 여덟번째 편지 - 몹쓸 자식들...(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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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유지웅
등록일
2004-01-15 12:36:13
조회수
1680
PN[평화뉴스] 여덟번째 편지 - 몹쓸 자식들...(12.1)

www.pn.or.kr
www.peacenews.or.kr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회원과
창간의 길을 지켜보고 계시는 70명께 드리는 여덟번째 편지입니다.
<평화뉴스>는,
[평화와 통일], [나눔과 섬김],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가치로,
현재 시험단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4년 2월을 목표로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몹쓸 자식들...
지난 주말(11.29)에 영덕에 있는 한센병 정착마을에 다녀왔습니다.
40년전부터 형성된 이 마을엔
지금도 28가구 45명이 공동체를 이뤄 살고 있고,
산 높은 곳에 옹기종기 들어선 집들엔
몸이 불편한 노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며칠전 70대 후반의 한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 할머니는, 평생 8남매를 키워 도시로 출가시켰을 뿐 아니라,
병환이 깊은 몸으로도 돼지를 사육해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했답니다.
그런데, 몸성한 그 자녀들은
병이 깊어지는 할머니를 거의 찾아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할머니께서 돌아가시자,
마을 사람들에게 마을 어귀에 나오지 못하게 한 뒤,
영덕에 있는 한 병원에서 장례를 지내고 급히 떠났다고 합니다.
한센병을 앓는 어머니가 부끄러웠던 모양입니다.

평생 자식만을 위해 살다간 할머니.
그리고, 자식들의 외면.
마을 사람들 모두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 마을엔 수녀님 3명이 주민들을 도우며 함께 살고 계십니다.
궁핍함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모두들 천사같은 마음으로 한데 어울려 지내고 있었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안락에 젖은 저의 삶에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세상의 벽을 허물도록
컴퓨터 한대라도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이제 겨울입니다.
12월을 열며 마음을 새롭게 다져봅니다.
그동안 [평화뉴스] 홈페이지를 크게 알리지 않았는데도
벌써 7백명이 넘는 사람이 이 곳을 다녀갔습니다.
또, 오늘로 이 편지를 받으시는 분도 70명으로 늘었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12.1)은, 영덕 정착마을의 기사를 쓰고
[평화뉴스] 홈페이지 기획안을 마무리 합니다.
창간 준비와 취재.
두 가지를 함께 하기가 여간 버거운 일이 아니지만,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하기에 안간힘을 쏟아봅니다.

오늘 20개월된 딸 어진이를 어린이 집에 맡겼습니다.
어진이를 떼내고 돌아서는 길에 그렇게도 마음이 아렸습니다.
아들로서, 아빠로서, 그리고 남편으로서,
얼마나 잘 살고 있는지 다시 또 되묻고 묻습니다.
오늘따라 부모님 생각이 많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때.
모든 분들께 넉넉한 연말이 되면 좋겠습니다.

2003년 12월 1일 평화뉴스 유지웅 드림.
작성일:2004-01-15 12:36:13 211.203.12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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