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를 쓰는 마음으로꽃을 꺾는 마음으로자는 아이의 고운 숨소리를 듣는 마음으로죽은 옛 연인을 찾는 마음으로잊어버린 길을 다시 찾은 반가운 마음으로우리가 찾은 혁명을 마지막까지 이룩하자물이 흘러가는 달이 솟아나는평범한 대자연(大自然)의 법칙을 본받아어리석을만치 소박하게 성취한우리들의 혁명을배암에게 쐐기에게 쥐에게 삵괭이에게진드기에게 악어에게 표범에게 승냥이에게늑대에게 고슴도치에게 여우에게 수리에게 빈대에게다치지 않고 깎이지 않고 물리지 않고 더럽히지 않게그러나 쟝글보다도 더 험하고소용돌이보다도 더 어지럽고 해저(海底)보다도 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한국 사회가 요동치고 있다. 그간 대한민국의 민주화운동은 권력자들이 파괴한 헌법적 가치를 시민들이 나서서 복원하는 대항적 성격을 띠고 있었던 데 반해, 이번에는 초기 대항적 성격을 띠던 운동이 국민간의 대립적 양상으로 전환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사건의 성격을 바꾸고 국면 교란에 능란한 검사 출신의 대통령이 있고, 극우와 결합한 기독교 세력이 이를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물론 기독교 보수 세력의 전경화(前景化)는 새삼스러울 게 없지만, 윤석열이 국정의 곳곳에 배치한 극우 인사들, 그
소통 불가능성, 그 암울한 전망 앞에서글을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할지, 한참을 망설였다. 우리 공동체가 처하고 있는 불안한 시국 앞에서, 나는 말을 잃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가장 빈번하게 떠올렸던 말은, 참담(慘憺), 마음 심(心) 부수에 간여할 참(參)이 더해진 ‘참(慘)’이라는 글자는 불필요한 간여가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는 뜻을 담고 있다. 헤아려 보면 이 말은 생각지 못한 일, 뜻밖의 사태로 인해 고통을 겪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써 정치가 일상을 멈추게 하거나 재난으로 인해 일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작금의
분노가 치미는 내용이지만, 탄핵 투표를 성립하지 않도록 계기를 만든 교활한 내란의 주동자 윤석열의 담화문(12.7, 오전11시)의 전문을 찬찬히 읽어보자.윤석열의 담화문 저는 12월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했습니다. 약 2시간 후 12월 4일 오전 1시경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에 따라 군의 철수를 지시하고 심야 국무회의를 거쳐 계엄을 해제하였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습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많이
「당신들의 천국」이 물었던 것, 그리고 우리가 다시 기억해야 하는 것1976년 발간된 「당신들의 천국」은 나환자 치료소가 있던 소록도를 배경으로 지배자와 피지배자, 권력과 저항,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자유와 사랑의 문제를 서로 다른 시간대를 배경으로 한 서사와 다양한 인물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장편소설이다. 군의관 출신인 조백헌 대령의 병원장 부임에서 시작되는 서사는 섬을 개조하려는 병원장의 정념에 의해 진행되는 간척 사업과 축구팀 결성 과정 등을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조백헌의 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보건과장 이상욱과 황희
동상이 한 집단에 의해 특정 장소에 건립되는 것은 동상이 지역성을 획득하는 일임을 뜻한다. 더욱이 건립되는 동상의 대상 인물이 사회적으로 첨예한 논란을 유발하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대구와 박정희 동상최근 대구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동상을 동대구역 광장과 남구 대명동 미군기지 반환 부지 내에 건립 중인 대구도서관 앞 박정희 공원 등 두 곳에 14억 5천만 원을 들여 건립하기로 결정하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 역사적 인물들의 조형물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고 몇몇 지자체에서 이와 관련된 작업들을 모색하는 중에 대구시가 일거에
정치의 실종과 고단한 국민의 삶현실은 혼란스럽고 삶은 너무 고단하다. 봄이 왔는데도 일상에 화사함이 돌지 않는 듯하다.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적잖은 사람들이 빚으로 쓸 돈이 말라버리고 고물가로 삶은 팍팍해진데다 연일 정부와 의사 단체의 강대강 대치 뉴스가 창궐하고 있어 일상의 불안이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형국이다. 윤석열정부 들어 정치가 완전히 실종되고 법과 원칙을 앞세워 행정부가 특정 직역(직군)이나 대상과 돌아가며 쟁투를 벌이는 듯하다. 행정부가 광범위한 사법-공권력의 기관으로 돌변한 모양새이다. 권력이 사납고 험하니 국민의 삶이
대한민국은 자국(自國) 노동자의 생계를 짓밟지 말라- 일본계 니토덴코그룹의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의 고공농성 사태를 목도하며(일본계 다국적기업 니토덴코의 자회사 한국옵티칼하이테크)두 명의 노동자가 또다시 공장 옥상으로 올랐다. 2023년 1월 8일 박정혜, 소현숙 두 노동자가 옥상에 오른 지 한 달 십일이 되었다. LCD(액정표시장치) 핵심부품인
‘극장권력’의 위험과 알권리의 자의적 통제- 배우 이선균의 죽음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습 사건을 지켜보며김문주20여 년 동안 연기이력을 쌓아온 한 명의 개성적인 배우를 우리는 잃었다. 이선균의 죽음은 한 사람의 인권(人權)을 다루는 우리 사회의 수준과 사법 시스템의 폭력적 작태를 재삼 생생하게 전시해주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1991년 11월에 창간된 창간사의 첫 문장이다. 여전히 사회과학적 사유와 상상력이 뜨거웠던 당대 상황에서 편집인 김종철 선생은 이렇게 회의적인 물음으로 창간사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미약하나마 우리 자신의 책임감을 표현하고, 거의 비슷한 심정을 느끼고 있는 결코 적지 않을
무릇 사대부 집안의 법도는 벼슬길에 높이 올라 권세를 날릴 때에는 빨리 산비탈에 셋집을 내어 살면서 처사(處士)로서의 본색을 잃지 않아야 한다. 그러나 만약 벼슬길이 끊어지면 빨리 서울 가까이 살면서 문화(文華)의 안목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 내가 죄인이 되어 너희들에게 아직은 시골에 숨어서 살게 하였다만, 앞으로의 계획인즉 오직 서울의 십리 안에
김문주1930년대 후반에 본격화되는 문학인들의 일본협력은 일제강점기 한국문학사의 크레바스(crevasse)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반민족 부일(附日)행위는 좌우를 막론하고 문단에 편만했으며, 그러한 점에서 일제강점말기 정신사로서 한국문학사는 빈한(貧寒)하고 매우 옹색하다. 우리 문학사가 이육사와 윤동주를 귀하게 여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 사람 모두
교사들의 죽음으로 인해 교육 현장의 응급 상황이 알려지고 있다. 중·고등학교의 현실이야 모르는바 아니고 그 원인이 우리의 입시교육에서 기원한 것 또한 익히 알고 있지만 입시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생각한 초등학교의 교실현장이 이렇게 심하게 멍들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초등학생 아동을 둔 학부모와 교사(가족)들은 인지하고 있었겠지만 대
모두가 느끼는 것처럼, 우리 공동체가 매우 험악해졌다. 개인들 간에도 분쟁이 넘쳐나고 집단 간에도 몹시 사납다.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의 갈등과 분쟁이야 지극히 당연한 것이지만 요사이 한국사회의 관계 양상은 피로사회 그 자체를 현시(顯示)하고 있어 뉴스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피곤이 몰려오는 듯하다. 물론 매체의 발전을 이유로 꼽을 수도 있을 테고, 사람들의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