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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평화뉴스> 두번째 편지- 사람을 배우며...(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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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유지웅
등록일
2004-01-15 12:59:17
조회수
2207
PN<평화뉴스> 두번째 편지- 사람을 배우며...(11.21)

www.pn.or.kr
www.peacenews.or.kr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회원과
창간의 길을 지켜보고 계시는 40명께 드리는
두번째 편지입니다.

<평화뉴스>는,
[평화와 통일], [나눔과 섬김],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가치로,
현재 시험단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4년 2월을 목표로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배우며...
어제(11월 20일)는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되새긴
뜻깊은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평소 뵙고 싶었던 지역의 한 방송인을 만나
지역의 언론과 현실에 대해 의견을 나눈 뒤
<평화뉴스>에 대한 말씀을 드렸습니다.
40대 주부이기도 한 그 분은
수익성을 비롯한 여러 문제를 걱정하시며
가정이 있는만큼, 아내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최근에 아파트에서 마당 있는 주택으로 이사하셨다는 그분은
가정생활을 비롯해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들려주시기도 했는데,
만나고 돌아서는 길에 마음이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는, 그 방송인을 만난 뒤 곧장 시외버스를 타고 포항으로 가서
평소 존경하던 한 중견 언론인을 찾아뵈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시간을 내어주신 그분은
정오쯤부터 오후 5시까지 참으로 많은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언론의 사명, 기자의 자세, 그리고 어떻게 살 것인가...
그 분은, ‘기자는 역사적 존재’라고 하시며
요즘 기자들의 안일함을 크게 꾸짖으셨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시며
참으로 많은 이들을 돕고 계셨는데,
자신보다 더 천사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오히려 당신이 부끄럽다고 하셨습니다.
그 분은 이제 지천명의 고개를 넘으셨는데,
삶의 경륜과 겸손함이 더없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그런 분께, 저의 <평화뉴스> 구상은
너무나 초라해 몇마디 더 건네기도 죄송했습니다.
소주 5병을 비우며 지낸 시간이 감사하기만 했습니다.

저는 오후 5시가 넘어 경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포항에서 곧바로 대구로 오는 것이 더 빠르지만,
낮술에 취한 속이 너무 힘들어 쉬어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주에서 잠시 머문 뒤 8시쯤 대구로 왔습니다.


대구에 도착해,
10년이상 주민운동을 하신 4명의 선배님을 뵈었습니다.
술자리가 한참된 듯한 그 곳에서
선배님들은, 정말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당신들의 꿈을 말씀하시며
<평화뉴스>를 고민하는 저에게 큰 힘을 주셨습니다.
또, 지금까지 10년 넘게 지켜봐온 저의 삶을 믿는다면서,
후배가 일하겠다는데 생빚을 내서라도 100만원은 내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보다 더 힘들게 지내시는걸 알기에 가슴이 더 찡했습니다.
10년을 넘게 가난한 동네에서 부딪기며 살아오신 선배님들.
술에 취해서도 ‘공동체의 꿈’을 말씀하시는 그 분들 앞에서
저는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고맙고, 부끄러운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저는 1시간쯤 지나 다시 자리를 옮겨
젊은 기자 여러명과 함께 지역언론에 대해 토론하고
뒷자리에서 이런 저런 사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참 좋은 기자들입니다.
이들이 훗날까지 우뚝 서 있다면
우리 지역의 언론은 정말 크게 나아질 것이란 믿음이 들었습니다.

자정이 넘어 들어온 가정.
아직 술독이 가시지 않았고 많이 피곤했지만
어제따라 아내에게 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방 책상에 앉아
‘사랑하는 아내에게’라며 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 편지를 주방 식탁에 올려놓고
아내를 꼭 안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내가
이 편지 한통으로나마 기분이 나아지길 바라면서...

빠듯하게 보낸 어제 하루.
말로만이 아니라, 정말 겸손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되새겼습니다.
참 고마운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어제 띄운 첫편지에 대한 답신과
어제 만난 분들께 감사의 글을 쓰며 오전을 보내고 있습니다.
너무 피곤해 좀 자고 싶지만,
아직은 월급쟁이 습관에 젖어 있어 오전엔 좀처럼 잠들지 못합니다.
오후엔 <평화뉴스> 계획을 다듬고
그동안 추진한 일을 정리하며 보낼까 합니다.
또, 제가 활동하고 있는 한 지역공동체를 찾아가
그 곳의 선배들과 함께 공동체 총회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오늘 저녁은 아내와 함께 보내고 싶습니다.

사람을 만나며 사람을 배웁니다.
“역사는 착한 사람들이 만들어간다”는
어느 신부님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늦가을 11월도 이제 하순으로 들어섰습니다.
차가워진 오늘 하루가 더 포근했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11월 21(금) 오전에 유지웅 드림.




작성일:2004-01-15 12:59:17 211.203.12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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