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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N<평화뉴스> 세번째 편지- 믿음을 위하여...(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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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뉴스 유지웅
등록일
2004-01-15 12:58:42
조회수
2115
PN<평화뉴스> 세번째 편지- 믿음을 위하여...(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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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인터넷신문 <평화뉴스> 회원과
창간의 길을 지켜보고 계시는 45명께 드리는
세번째 편지입니다.

<평화뉴스>는,
[평화와 통일], [나눔과 섬김],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가치로,
현재 시험단계의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4년 2월을 목표로 창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믿음을 위하여...
갑자기 추워진 어제(11.21) 하루의 삶을 마치고
또 하루가 지난 새벽에 세 번째 편지를 씁니다.
창 밖의 세찬 바람 소리에
이제 늦가을을 넘어 겨울로 접어들었음을 실감합니다.
가난한 이들에게 유난히 힘든 겨울.
이 겨울에 ‘훈훈함’과 ‘넉넉함’이 모두에게 가득하길 바랍니다.

어제는, 앞서 보낸 편지를 보고 소식을 띄워진 사람들에게
한분 한분 소중하게 답장을 쓰는 것으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오후엔 제가 참으로 좋아하는 젊은 기자 여러명에게
<평화뉴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습니다.
저보다 더 젊은 후배들이라 그런지,
얼마나 오랫동안 망설였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언론과 기자의 소명을 아는 그들이기에
지금보다 그들에게 더 많이 배우며 살겠다고 했습니다.

저녁엔, 지역의 한 중견 언론인을 만난 뒤
밤엔 회사에 다니는 두명의 후배와 술을 마셨습니다.
백수 시절에 술 좀 사준 덕에,
오늘은 그 녀석들에게 백수 선배가 얻어마셨습니다.
그래선지 술맛이 더 좋았습니다...

부동산 투기로 닷새만에 3천5백만원을 벌었다는 회사 선배,
서류를 꾸며 영세민 아파트에 편하게 사는 부자들의 이야기.
고액 비밀 과외로 한달에 천만원 넘게 번다는 현직 교사,
남 모르게 매주 이웃돕기에 나선다는 훈훈한 이야기.
그리고, 언론과 기자가 잘못됐다는 이야기까지...
주고 받는 막걸리잔에 세상과 삶이 그대로 가득했습니다.

조금 전에 전화온 한 기자 친구는,
자정 넘은 시간에도 기사를 쓰고 또 쓰고 있다고 합니다.

오늘도 아내와 다퉜습니다.
전망도 없는 일 한다고 나무라는 아내 앞에,
확신만 갖고 있는 저는 보여줄게 없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믿어달라는 게 더 이상하다 싶었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함께 지내 온 많은 사람들.
기자로서 만난 선배와 젊은 기자들.
신앙인으로 만난 청년예수들.
직장인으로 만난 같은 월급쟁이들.
그리고, 남자로서 만나 부딪기며 사는 아내.

서로가 서로를 보며 믿음을 쌓아갔고,
이제는 그 믿음으로 다시 만나고 있습니다.
믿음을 쌓기도, 그 믿음을 지켜가기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믿음조차 없다면 어떻게 살겠습니까.
힘들지만, 모두들 열심히 살고 있다는 믿음만큼은
보지 않아도 가득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좀 더 바르게 살기 위해 몸부림칠 것을...

주말인 오늘(11.22)은
아침에 지역의 한 교수님을 찾아뵙습니다.
더 바른 세상을 위해 고민하시던 그 분에게
이제는 저의 삶을 여쭤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낮엔 대구 도심에 가야겠습니다.
파병 반대를 비롯한 시국 문제를 외치며
오늘부터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추운 날씨에, 그분들 뵙기가 더 죄송할 것 같습니다.

쓰다 보니 글이 자꾸 길어집니다.
자정무렵부터 써내려간 편지에
벌써 담배 반갑에 2시간이 지났습니다.

세번째 편지.
이 편지를 받지 않으시려는 분과
제가 만나거나 편지 띄울 분을 말씀해 주시면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오늘은 <평화뉴스>에 취재기사를 더 쓰겠습니다.
그동안 이리 저리 쫓아다니느라 기사를 올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바람 소리가 더 세찬 새벽입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사람의 온정이나마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 11월 22일 새벽에 유지웅 드림.


작성일:2004-01-15 12:58:42 211.203.129.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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