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뉴스 매체비평에 대한 반론"(7.29)

평화뉴스
  • 입력 2005.08.06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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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신문 최정암 기자...
"<판결기사, 유죄만 있고 무죄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 7월 26일 평화뉴스 매체비평 '판결기사, 유죄만 있고 무죄는 없다'는 글에 대해, 매일신문 최정암 기자님께서 평화뉴스 '기사 의견 나누기'란을 통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평화뉴스는 해당 기자의 의견을 존중하며 최정암 기자님의 글 원문과 평화뉴스의 답변을 싣습니다. 글을 주신 최정암 기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평화뉴스

<판결 기사, 유죄만 있고 무죄는 없다>는 지적에 대해 - 매일신문 최정암 기자.

솔직히 황당함을 금할 수 없는 기사에 대해 굳이 반박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쓰지 않으려 하다가 비평팀이 언론사 현직 기자들로 운영된다길래 기자라면 이건 아니다 싶어 글을 올립니다.

저는 매일신문 법조를 담당하는 최정암입니다. 지적하신 대로 그날 '성폭력이 아닌 성희롱사건'에 대한 기사를 제가 썼습니다.
여성의 전화 대표 두분에 대한 대법원 파기 환송심이 있다는 사실을 전날 저녁에 알았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아침 데스크에 이런 판결이 있다는 내용을 보고하고 재판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그날 재판의 쟁점은 여성단체 대표가 유죄를 받느냐 무죄를 받느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시민단체의 기대와는 달리 재판부는 '공익목적이라도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땐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팩트는 이것이었지요. 무죄가 난 부분은 이미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을 할 당시에 결정이 돼 있었습니다. 굳이 쓰려고 한다면 그 때 썼어야 했겠지요. 하지만 대법원 사건을 지방법원 출입기자들이 일일이 챙기기 어렵다는 것은 비평팀에 있는 팀원들이 기자이기 때문에 너무나 잘 알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때 이런 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을 이후 시민단체에서 제보를 해주거나 자료를 제공했다면 제가 좀 더 관심을 갖고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 당일 아침 판결에 주목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마침 유죄 선고가 내려졌습니다.

통상 판결 기사는 기자들이 '초고'라는 판결문을 받아보고 쓰지만 그날은 아침 10시20분쯤 재판이 끝나 판결문 없이 바쁘게 판결 내용 챙기고 시민단체 기자 회견 듣고 바로 팩트만 뽑아서 기사를 써 보내기도 바쁜 시간이었습니다. 석간 신문 마감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시40분이면 이뤄진다는 것을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신문이 출고 됐을 때 시민단체 기자 회견 내용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다음날 보충 취재를 좀 해봐야 하겠다는 생각을 가졌을 때 여성의 전화 관계자로부터 항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성폭력을 성희롱이라고 한 것 *허위사실이 아닌데 허위사실이라고 한 것 *여성의 전화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 3가지가 주 항의였지요. 두번째 내용은 판결 주문이며, 세번째 것은 일부만 반영된채 지면 사정상 빠졌다고 답변했고 첫번째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기사화 하면서 실수를 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성희롱으로 잘 못 쓴 것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구하길래 내 소관이 아니기 때문에 편집국장을 만나라고 했지요. 이게 첫날 보도의 전말입니다.

그리고 나서 대법원 판결문을 구해읽어보니 '공인일 경우 공익목적에 부합되는 사실을 보도한다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판례는 아니지만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일하는 대구여성의 전화를 위해서나 유사한 시민단체의 활동 방향 정립을 위해서나, 또 가능하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 일해야 하는 언론 본연의 임무를 보더라도 보도를 하는 것이 맞겠다 싶어 다음날 보도를 한 것입니다.

이 보도는 시민단체에서 저희 신문사 편집국장을 항의 방문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 아니라 그 전에 이미 출고가 돼 있었습니다. 기사가 나간 후 전날 전화를 한 시민단체 관계자께서 고맙다는 전화를 주셨길래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성폭력을 성희롱으로 쓴 것은 본의야 어떻든 피해자나 열심히 일한 시민단체에게 상처를 준 결과를 낳았고 나머지 경우 다시 한번 공인의 범위를 규정할 필요가 있으며 설사 기자나 언론사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의 주장이 일리 있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 언론 본연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양 쪽 모두 기분좋은 대화로 끝을 맺었습니다.

제 주장을 요약하자면 비평팀 주장대로 잘못을 시인하면서 쓴 사과 기사가 아니라 취재 과정에서 알게 된 내용과 마감시간 및 지면 관계상 전날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사회적 이익을 위해 다음 날 보충해 쓴 점이란 것을 분명히 말씀 드립니다. 기자가 좀 더 진일보한 내용을 썼다면 사과가 아니라 전향적인 자세를 가졌다고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봐 줄 수는 없을까요?

그리고 인터넷언론이 기성 언론의 일방성을 늘 비판하지만 자신들이 남을 비판할 때는 반론의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 점에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명합니다. 더욱이 비평팀은 현직 기자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이 점은 반드시 시정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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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암 기자님의 의견에 대한 답변> - 평화뉴스

최정암 기자님의 글에 감사드립니다.

대구지방법원 판결이 나던 지난 19일, 법원에서 열심히 취재하시는 최 기자님의 모습을 뵈었는데다, 평소 최 기자님의 성실하고 따듯한 모습이 후배 기자들에게 귀감이 되기에 더 많은 고민으로 매체비평을 하게 됐습니다. 글을 보시고 많이 언짢으셨을텐데, 이렇게 진지한 글을 주신데 대해 거듭 감사드리며 최 기자님의 너른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평화뉴스 매체비평팀은, 지역 5개 언론사 6명의 취재.편집기자로 구성돼 있으며, 2주 마다 금요일에 모임을 갖고 토론한 뒤 다음 주 화요일에 글을 올리고 있습니다. 매체비평팀 구성원을 공개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해 주시고, 모든 비평의 책임은 평화뉴스에 있기에 답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판결기사, 유죄만 있고 무죄는 없다’라는 비평을 쓰기에 앞서 많은 토론을 했습니다.
특히, 오전 10시 가까이 판결이 난 점과 석간신문의 마감시간 등을 감안할 때 너무 가혹한 잣대가 아닌 지 깊이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판결 기사’의 비중과 관행을 고려해 다루게 되었습니다.

매체비평에 대한 최 기자님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몇가지 부분에 대해 의견을 달리 하기에 답변을 올립니다.

먼저, 판결 내용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 기자님께서는 “무죄가 난 부분은 이미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을 할 당시에 결정이 돼 있었고, 굳이 쓰려면 그 때 썼어야 한다. 이날 판결의 팩트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었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4.29) 당시에 이미 무죄와 유죄가 모두 포함돼 있었습니다.
즉, ‘공익목적의 성폭력 가해자 실명공개는 무죄’라는 부분과 ‘확인되지 않은 내용은 허위사실에 해당돼 유죄’라는 부분이 대법원의 취지였으며, 대구지방법원의 파기 환송심(7.19)에서는 이 두 부분에 대해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유.무죄를 같이 판결한 것입니다. 따라서, 굳이 ‘유죄’만 팩트가 된다는 최 기자님의 말씀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둘째, 시민단체의 제보나 자료 제공에 대한 부분입니다.
최 기자님께서는 “이런 판결(대법원 상고심)이 내려졌다는 것을 시민단체에서 제보를 해주거나 자료를 제공했다면 좀 더 관심을 갖고 파악할 수 있었겠지만 그것이 없는 상태에서...”라고 하시며 판결시간과 마감시간의 어려움을 말씀하셨습니다.

마감시간에 쫓기는 상황을 매체비평팀 기자 모두가 잘 알기에 더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이 판결의 당사자인 여성단체 [대구여성의전화]는, 판결(7.19)이 나기 엿새 전인 7월 13일에 각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보내 이 사건의 개요와 재판 경과 등을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평화뉴스 역시 이 자료를 보고 이날 판결의 의미를 다시 짚어보게 되었으며, 다른 신문.방송에서도 대부분 그 자료를 본 상태에서 취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필 매일신문에만 보도자료가 가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시민단체 담당기자에게만 전해지고 법조 출입기자에게는 전해지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부분에 대해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셋째, ‘사과 기사가 아니라 사회적 이익을 위해 다음 날 보충했다’는 부분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매체비평팀도 충분히 공감하며, 최 기자님 말씀처럼 ‘전향적 자세’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매체비평 글에 ‘긍정적 관행’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글 부제에 ‘사과성 후속보도’라는 표현과 본문에 ‘당사자의 항의를 받고 이례적으로 사과성 후속보도를 한 점’, ‘잘못을 인정하고...’ 등의 표현에 대해서는 많이 언짢았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최 기자님 말씀처럼, 당사자의 항의와 관계없이 사회적 이익을 위해 보충해 썼다 하더라도, 판결 당일 기사가 여성단체의 이미지에 좋지 않은 영향을 크게 줬으며 항의가 뒤따른 것도 사실입니다. 또, 매일신문과 달리, 연합뉴스와 지역의 여러 방송은 그날 ‘유.무죄’를 같이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매일신문의 후속보도는 지난 4월 대법원 판결이 났을 때 여러 언론에서 그 의미를 짚었던 내용과 비슷한 요지였습니다.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해 ‘사과성 후속보도’ 등의 표현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 표현이 적합한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습니다만, 일반적인 신문의 보도 관행에 비춰볼 때 크게 잘못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후속보도의 긍정성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판결 당일 첫 보도의 문제를 지적한 것임을 이해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끝으로, ‘인터넷언론이 반론의 기회를 전혀 주지 않는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평화뉴스 매체비평 글 끝에는, ‘해당 언론사나 기자의 반론을 싣고자 한다’고 늘 밝히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론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말씀은 사실과 다릅니다. 다만, 지금까지 기자 개인이 전화로 반론이나 의견을 제시한 적은 있었지만, 최 기자님처럼 글로 의견을 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또한, 매체비평과 관련해, 해당 기자에게 미리 묻거나 취재.보도 경위를 확인해야 하지 않느냐는 부분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나, 매체비평은 ‘취재기사’가 아니라 매체를 통해 보도된 내용을 다루는 것이기에 굳이 확인 작업까지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즉, 매체비평은 ‘기사’라는 상품을 보고 비평할 뿐, 그 상품의 제작과정까지 다루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해당 기자에게 확인하고 글을 쓰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한계도 있다고 봅니다. 많은 토론 끝에 저희 나름의 기준으로 삼은 이 부분에 대해 최 기자님의 너른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매체비평은, 기사에 대한 ‘판결’이 아니라 기사를 보는 하나의 ‘의견’입니다.
좀 더 객관적이고 깊이 있는 의견을 위해 현직 기자들이 모여 더 공부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최 기자님 말씀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매체비평에 대해 처음 써보는 ‘답변’이라 말이 길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5년 7월 29일 평화뉴스 매체비평팀 / 평화뉴스 유지웅.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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