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선 고지에 오르면서 국회의장에 거론되는 추미애(66.경기도 하남시갑)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구에서 4.10 총선 이후 국회 과제와 한국 정치의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시민의회 입법추진 100인위원회'는 18일 오후 대구 중구 '혁신공간 바람' 상상홀에서 '4.19혁명 제64주년 전야제, 새 시대를 열어갈 시민의회'를 주제로 토크쇼를 진행했다.
추미애 전 대표와 민주당 혁신위원장에 임명됐다가 논란으로 자진 사임한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이 기조발언자로 나섰고,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이 이들과 대담을 나눴다. 시민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가량 진행됐다.
추미애 전 대표는 "우리는 반(反)정치와 지역주의, 대립과 갈등이 고도로 증폭된 사회를 맞닥뜨리고 있다"며 "갈등에 직면했을 때 해소해 주기 위한 시스템이나 구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것들이 갈등에 직면하다 보면 의회는 선거 때 표의 눈치를 받기 때문에 회피하기만 한다"면서 "어떤 문제도 의회 차원에서 논의하지 못한 채 잠자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정치인들은 일방적으로 '내가 혼자 다 할 수 있다'고 공언하고 뒷수습은 하지 않는다"며 "그 어떤 누구도 사회 과제를 혼자 해결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때문에 "정치인들에게 과제와 의제의 우선 순위를 정하게 하는 것이 시민사회로부터 나와야 한다"면서 "그 일에 대해 감시, 감독, 시정할 수 있게 하는 안목을 길러주는 것이 사회 공동체 전체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시민의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추 전 대표는 "갈등이 있는 주제들을 자꾸 꺼내고 빨리 해소하려면 집단 지성이 모여야 한다"며 "그 해결 방안이 바로 시민의회"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혐오와 진영 대결의 정치에서 벗어나 정치를 복원하고 싶다"면서 "입법적 성원이 모이면 법안을 발의해 '시민의회'가 잘 작동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보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시민의회는 국민들이 중요한 국가적 이슈에 대해 토론과 숙의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결정된 정책을 의회나 정부에 권고하고,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기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 6호기 건설 중단을 놓고 공론화위원회를 연 것과 비슷하다.
민주당 압승으로 막 내린 '4.10 총선'과 관련해 이래경(69) 다른백년 명예 이사장은 "미디어는 압승이라고 하는데, 압승은 아니지 않냐"며 "200석을 넘어서 대체 공화국을 세우는 것을 압승이라고 하는데 이번엔 아니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은 윤석열 정권을 심판했을 뿐"이라며 "2년 동안 저쪽에서 엄청난 공세를 몰아서 우리가 수세에 당했는데, 공세에서 전환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고 이번 총선을 규정했다.
시민의회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래경 이사장은 "시민의회는 모든 사람이 다 참여할 수 있도록 개방성을 갖고,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비전문적인 일반인들이 숙의와 토론을 더 잘 진행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야기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선입견이 사라지고 다수 의견으로 결집되는 과정을 겪게 될 것"이라며 "의회가 해결 못한 것들이 시민의회를 통해 해결 창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엘리트들이 추구한 선거식 대의제를 숙의적 대의제로 만드는 작업이 시민의회가 될 것"이라며 "우리가 필요하다면 모든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직접민주제도 도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요구를 담아내는 투표를 1년에 한 번 정도 도입하면 시민의회와 같이 상승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과의 대담과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이 의장은 추 전 대표에게 양당 체제, 지역주의 기반 일당 독재라는 상황 속에서 시민의회 출범을 위한 추 전 장관의 해법을 물었다.
추 전 장관은 "정치인이 국민을 속이고 해야 할 숙제를 계속 미루면 시민의회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건설적인 대안을 모색하자는 것을 거부할 수 있는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이 보수로 기울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후보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며 "개인 역량의 문제라기보다 주권자로서 한 표가 의미있게 반영되기 위해서는 선거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권역별 비례제라도 도입해 지역주의에 갇히지 않고 깨어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의사가 반영되는 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선거에 뽑히자마자 기득권화된 정치인과 시민 의사 사이 괴리가 생기기 때문에 시민의회 출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 전 대표는 판사 출신으로 제15 총선부터 제20대 선거(제17대 제외)까지 서울 광진구을에서 내리 5선을 거머쥐었다. 2016년 민주당 대표를 역임했고,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장관을 맡았다. 제22대 총선 경기 하남시갑에 출마해 국민의힘 이용 후보를 꺾고 6선 고지에 올랐다. 현재 당내 최다선으로 조정식 당선자와 함께 국회의장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시민의회 입법추진 100인위원회'는 양극화된 정치 현실을 개선하고, 시민 스스로 숙의의 과정을 거쳐 국가의 중요 현안이나 정책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로, 오는 5월 8일 공식 발족한다.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추 전 대표와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고문으로 있는 전국 조직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안철택 경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와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의장, 최봉태 변호사 등 13명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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