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수 위 다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서있다. 뒤따르는 참모진 동상도 3점이다. 근처 정자에도 박 전 대통령 동상이 보인다. 이번에는 앉아있다. 옆에는 어린 박근혜(딸), 박지만(아들) 동상 2점이 있다.
입구에는 커다른 박정희 전 대통령 그래픽 조형물이 서 있다. '내 一生(일생) 祖國(조국)과 民族(민족)을 爲(위)하여'라는 친필 휘호 대형 조형물도 설치됐다. 대한민국 보물인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 대형 조형물 뒤로 손가락을 저 멀리 가리키는 박 전 대통령 초대형 얼굴 조형물도 전시됐다.
대구시가 동대구역 광장에 박정희 동상 건립을 추진해 갈등이 일고 있는 가운데, 문 연지 5개월째인 경상북도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관광역사공원도 뒤늦게 '박정희 동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수십억원 세금을 들여 지은 공원에 역사적 논란이 있는 특정 정치 인사 '찬양 일색'인 조형물을 곳곳에 설치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목적과 맞지 않는 조형물을 설치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 <평화뉴스>가 경북도 산하 '경북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의 '관광역사공원 조성사업' 개요문건을 24일 분석한 결과, 공사는 경주시 북군동 8-28 보문관광단지 사랑공원(옛 선덕여왕공원) 부지에 '관광역사공원'을 설립했다. 지난 2022년 10월 25일 기공식을 했고 지난해 11월 임시 개장했다.보문관광단지 역사와 문화를 담은 공원 조성사업으로 당시 기공식에는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주낙영 경주시장, 김병탁 경북도해외자문위원협의회 회장, 배한철 경북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관광역사공원 조성사업'은 지난 1979년 4월 개장한 대한민국 1호 관광단지인 보문관광단지의 개발 50년 즈음해 보문관광단지 역사 발자취를 담고, 체험·휴게형 공원을 설립하는 게 목적이다. 관광산업 백년대계에 대비하고 보문관광단지 활성화도 목표로 한다. 경북도는 전체 예산 50억원을 들여 2023년 12월 완공했다.
보문관광단지 내 호반길, 보문호수를 낀 사랑공원 일대 5,343㎡ 부지를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했다. 기억의 공간, 도약의 공간, 소통의 공간 등 3곳으로 분류된다. 보문관광단지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조형물과 포토존, 동상 등 콘텐츠를 포함해 산책로와 휴게 공간 등을 조성했다.
◆ 논란은 설치된 조형물에서 시작됐다. 사업 추진 초반에는 구체적인 설치물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개장 후 일부 시민들이 공원을 찾았다가 곳곳에 박정희 동상과 시설물이 있다며 항의했다.
관광역사공원 내에는 도약의 링, 동상 조형물, 역사의 샘, 역사의다리, 히스토리월, 문자조형물이 있다. 이곳에는 실물 사이즈 박정희 전 대통령 청동 동상 2개, 박 전 대통령 전신을 부각시킨 조형물, 친필 휘호 조형물, '경주를 개발하라' 친필 지침서, 사진 등이 설치됐다. 밤이 되면 화려한 조명이 박 전 대통령 동상과 조형물들을 비춘다.
가족들과 공원을 찾았던 한 시민은 "과도한 박정희 찬양 공간으로 변질됐다"며 "박정희 기념관을 방불케한다. 기념관도 아닌데 과하다"고 24일 말했다. 또 "보문관광단지에 박 대통령 역할을 인정해도, 경주의 관광 역사나 홍보는 거의 없다"면서 "'관광역사공원'은 이름 뿐이고 사실상 '박정희 공원'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조성사업을 주도한 경북문화관공사가 박 전 대통령 동상과 조형물을 설치한 이유는 "박 전 대통령이 보문관광단지 개발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 1971년 박 전 대통령은 경주 활성화를 위해 경주관광종합개발계획을 세웠고 1974년 4월 직접 보문단지를 시찰하고 딸인 박근혜씨와 함께 기념 식수를 심었다.
공사는 "보문관광단지 개발 50년을 기념하고 지나온 시간과 공간을 기억하며 새로운 미래로 도약을 상징하는 의미 있는 공원"이라며 "보문관광단지의 랜드마크"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도 올해 1월 2일 임직원 시무식을 이곳에서 열었다.
◆ 시민사회는 "과도한 우상화", "혈세낭비"라고 비판했다.
김찬수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준비위원장은 "경주는 한국 관광의 상징 도시로 관광역사공원을 조성하려면 신라 천년 역사의 가치와 상징에 맞게 구현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건 박정희 망령을 되살린 박정희 우상화 공원이다"이라며 "참으로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또 "공원이 완성되기 전까지 동상과 조형물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밀실에서 추진한 탓에 완공 후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매우 놀랍다"면서 "완공됐다 해도 지방공기업이 세금으로 만든 것이다. 50억원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잘못된 것은 철거하고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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