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곳곳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항의 집회가 열렸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박 전 대통령은 인권탄압 독재자"라며 "독재자 우상화에 반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정희 동상 건립의 토대가 되는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안'에 대해서는 "조례안 부결"을 촉구했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는 오는 26일 대구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위원장 임인환)가 심사한다. 통과할 경우 본회의로 넘겨져 표결에 붙여진다. 동상 건립을 추진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서는 "독선적, 독단적인 행정"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박정희우상화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25일 오후 5시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기념조례 부결 촉구와 홍준표 시장 규탄 시민대회'를 열었다. 대구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 인사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박정희 동상 절대 반대', '홍준표 시장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박정희 기념사업을 비판했다.
홍 시장이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도서관 등 2곳에 박정희 동상을 세우고,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이름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뒤 첫 대규모 집회다. 박정희 기념사업 조례 심사 하루 전 대구시의회에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조창현 공무원노조 대구지역본부장은 "국가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와 인권은 얼마든지 탄압해도 되는 사람이 박정희"라며 "근현대사의 씻지 못할 비극을 가져다 준 인물이 박 전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홍 시장은 '개가 짖어도 기차는 달린다'고 말하며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는데, 정작 대구 공무원들도 비토의 목소리가 많다"면서 "실제로 공무원 게시판을 보면 '박정희가 가난을 해결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지금은 잘 사는가? 높은 집값에 고물가에 살기 너무 힘들다. 그런데 사람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고 노동자를 탄압한 독재자의 동상을 대구에 짓는다? 이건 세계적 망신 아니냐' 이런 글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들도 반대하는 독재자 우상화 동상을 대구에 세워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백현국 대구경북대전환원로시민회의 상임공동대표는 "대한민국 정치인 중 막말로는 홍 시장이 1등"이라며 "동상을 반대하는 사람들 보고 '개'라고 말하다니 입에 필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사쿠데타 인권탄압 범죄자를 동상으로 세운다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더 이상 하지 말라"면서 "내일 대구시의회는 홍준표 시장의 강아지가 되거나 용기를 내 시민들의 편에 서거나 둘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야당도 단체행동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 강민구)과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 황순규)은 이날 오후 6시 30분 대구 중구 동성로 CGV대구한일 앞에서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를 위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양당 정치인들과 당원 등 100여명이 "박정희 기념사업 반대"를 촉구했다.
"박정희 동상 건립 반대", "홍 시장은 민생부터 챙기소" 등의 피켓을 든 당원들도 있었다. 진보당 대구시당은 대구시청 동인청사 인근 곳곳에 '우리가 세워야 할 건 박정희 동상이 아니라 대구의 미래'라는 현수막을 달았다.
강민구 민주당 대구시당위원장은 "만주군관학교 1등으로 졸업해 일본 육사 군인이 된 친일파, 혈서로 일왕에게 맹세한 사람이 박정희"이라며 "게다가 대구도 아닌 구미 출신인데 왜 대구에 동상을 짓겠다는 것이냐"고 규탄했다. 또 "홍 시장은 수해 골프에 대구퀴어문화축제 갈등, 미등록 여론조사 과태료 확정, 대구시 공식유튜브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 등 많은 저지레를 했다"며 "본인 대권을 위해 어려운 대구 민생을 내팽개치고 박정희 동상에 14억 5,000만원 세금을 쓴다고 하니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 대구시의회가 허수아비인지 아닌지 야당들이 연합해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해 박정희와 대구시민을 희생양 삼는 사람이 홍 시장"이라며 "홍 시장이 삭감한 대구 청년사업 예산이 16억원인데, 박정희 동상에 14억5,000을 쓰는 것은 청년의 미래를 묻고 박정희 망령을 불러오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쿠데타로 얼룩진 암울한 시대 국가의 가난을 끊어낸 것은 박정희가 아닌 우리 국민들의 희생과 헌신"이라며 "홍 시장은 대권에 가기 위해 독재 망령 동상을 세우려 한다. 우리는 그것을 막아내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는 사업을 강행한다. 홍준표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미와 경주 등에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건립되어 있고, 대구시가 처음 건립하는 것이 아님에도 일부 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하는 건 유감"이라며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늘 공과가 있는 것인데 과만 들추어 내어 반대하는 것도 유감"이라고 밣혔다.
또 "박 전 대통령 우상화를 하자는 것도 아니고 대한민국 산업화의 출발인 대구에 그분의 산업화 정신을 기리자는 것"이라며 "대구시민들 뜻도 저와 다를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어 "늘 반대만 일삼는 그들의 억지를 받아 준다면 대구시민 뜻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정치적인 뜻도 없는데 정치적인 이유로만 반대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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