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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주기' 분향소 찾은 대구시민들..."안전사회 꿈꾸지만, 국가는 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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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청년들 "참사 당일 기억, 아직 해결 안돼 답답"
부모들 "날씨 좋으면 참사 생각...안타깝고 미안해"
해결 방안 "원인 규명·재발방지대책 마련" 한목소리

내 손자 같다며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 10년 전 참사를 학교에서 접하며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다는 청년, 희생자들의 얼굴을 외우려는 듯 304명의 영정사진을 한동안 지켜보던 어머니.

4.16 세월호참사 10주기 당일,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에 대구 시민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 앞에 마련된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모분향소'(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 중구 CGV대구한일 앞에 마련된 '세월호참사 10주기 추모분향소'(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대구4.16연대'는 중구 동성로 CGV대구한일 앞에 16일 오후 '세월호참사 10주기 시민분향소'를 마련했다. 분향소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운영된다. 시내를 걷던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분향소에 들러 국화꽃을 놓고, 향을 피운 뒤 묵념했다. 1시간 동안 30~40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시민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이날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시민 상주'는 박소영 전교조 대구지부 사무처장과 배종령 전교조 퇴직 조합원, 장수연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대표가 맡았다. 희생자들을 추모한 시민은 참사 당시 희생된 학생들의 또래인 2030 청년들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많았다. 

한 시민이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있다. (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한 시민이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사진을 보고 있다. (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시민들이 희생자 추모를 위해 향을 꽂고 있다. (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시민들이 희생자 추모를 위해 향을 꽂고 있다. (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박찬영(26.대구 북구)씨는 10년 전 참사 당시를 생생히 기억했다. 그는 "참사 당시 희생된 학생들과 저는 동갑"이라며 "교실에서 TV를 틀고 방송을 보는데, 큰 배가 옆으로 기울고 작은 어선들이 구조를 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회상했다. 이어 "제게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데, 희생자들의 몫까지 잘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혜원(22.경북 영천)씨는 "참사 당일 학교에서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랑 이야기한 것이 생각한다"며 "1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고 한탄했다. 최지석(29.대구 중구)씨는 "쉬는 시간에 참사 소식을 접한 뒤,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를 봤던 기억이 난다"며 "헌화를 하면서 안전한 사회가 되기를 빌었다. 추모하는 사람이 꾸준히 모이면 국가도 언젠가 바뀌지 않겠냐"고 소망했다.

부부가 분향소를 찾기도 했다. 윤환식(44), 구경선(40)씨는 "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로서 정말 안타깝다"며 "어느 순간 잊혀져 있다가, 날씨가 좋으면 참사 생각이 난다"고 밝혔다. 또 "봄 날씨라서 기분은 좋지만, 분향소에 오니 미안한 마음"이라며 "참사를 잊지 않고 추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들이 안산에 거주하고 있다고 말한 심모(59)씨는 "우리 아이들도 희생된 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라며 "참사가 발생한 뒤 10년 동안 하나도 바뀐 것이 없어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2024.4.16) / 사진.평화뉴스 정준민 기자

시민들은 또 대형 참사가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이를 위해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고, 국가가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현수지(47.대구 동구)씨는 "국가는 큰 잘못을 덮으려는 의도가 큰 것 같다. 생명 귀한 줄 모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높은 사람들이 앞장서서 하나부터 열까지 따져보고, 원인이 무엇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손녀와 분향소를 함께 찾은 강순덕(74)씨는 "분향소에 오니 가슴 뭉클하고, 내 일 같은 느낌"이라고 전했다. 또 "참사 이후 여행을 갈 때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든다"면서 "정부가 참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수연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상임대표는 "참사 당일 안산까지 갈 수 없어 대구 분향소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해 시민 상주로 참여하게 됐다"며 "예전에는 시민들이 추모를 피했다면 요즘은 자연스러운 것 같다. 아픔은 지속되는데, 진실은 규명된 것이 없어 그런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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