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10년이 지나도 늘 함께"
"마음 속 깊은 곳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겠습니다."
"10년 전 진실을 밝혀주세요."
"세월호 10년 진실은 어디에..."
"세월호 참사 10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우리는 책임을 물었지만 국가는 책임을 묻었다."
대구 동성로 골목을 가득 채운 노란색 종이배와 노란 리본. 종이배와 리본마다 애절한 글귀가 적혔다.
304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사흘 앞두고 대구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아직도 진실을 찾아 싸우는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왜 그날의 진실을 아직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하냐며 국가를 책망하는 쓴 목소리도 많았다.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두고 전후로 발생한 2003년 2.18 대구지하철 참사와 2022년 10.29 서울 이태원 참사 등을 언급하며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세월호참사 10주기 대구시민위원회'와 '대구4.16연대'는 13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옛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진실·생명·안전을 위한 세월호 참사 10주기 대구시민대회'를 열었다.
4.16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과 2.18 대구지하철참사 유가족들, 시민사회 인사들을 포함해 시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후 5시부터 1시간 넘게 동성로 광장에서 진행됐다.
시민들은 10년 전 이맘 때 일어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여전히 같이 아파하고 슬퍼했다. 국가는 참사의 아픔을 망각해도, 기억과 연대로서 영원히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 유가족들과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서명운동'도 대구시민대회에 앞서 진행됐다. "국가책임 인정, 윤석열 대통령 공식 사과,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적인 조사기구 설치" 등의 요구사항이 담겼다.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역시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국가 안전 시스템 부재'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보고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승희 엄마, 지현이 엄마, 은지 아빠. 이제 아이들 이름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안산 단원고등학교 2학년 3반 아이들의 부모님들. 유족들은 노란색 점퍼를 입고 대구시민대회에 참석했다. 고(故) 신승희(17) 학생의 어머니 전민주(53), 고(故) 황지현(17) 학생의 어머니 신명섭(58), 고(故) 한은지(17) 학생의 아버지 한홍덕(57)씨는 시민대회 가장 앞줄에 앉아 추모 행사를 지켜봤다.
한홍덕씨는 "사고 원인을 제대로 알고싶은데, 정부는 아직도 나몰라라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대구에 올때마다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는 말재주가 없다. 하고싶은 말은...올해 국회가 많이 바뀌었는데,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사회를 만들 수 있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바란다"며 "그들이 제발 좋은 나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때까지 우리를 좀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같은 아픔을 먼저 겪었던 대구지하철참사의 윤석기(58) 2.18대구지하철참사희생자대책위원장도 이 자리에서 참석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윤 위원장은 "'언제까지 죽음을 붙들고 있을 거냐'는 모멸적 얘기를 때로 듣겠지만 우리라도 묻지 않으면 국가는 절대 책임 지지 않는다"면서 "대구지하철참사는 21년, 세월호는 10년째 싸우고 있다. 우리가 줄기차게 생명과 안전 사회를 외쳐도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가 또 발생하지 않았냐. 우리는 안전과 생명 존중의 퇴행이 아닌 진보를 위해 계속 외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상주 노릇을 똑바로 해야 또 다른 참사가 없다. 국가의 무한한 책임을 위해 또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참석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강화"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박신호 대구4.16연대 상임대표는 "지난 10년 간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유가족 곁을 지키고, 성역 없는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10년 동안 함께한 시민 여러분. 4.16가족협의회를 대신해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과거를 되풀이 한다. 국가는 망각해도 우리는 늘 세월호 참사를 영원히 기억하고 유가족과 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영우 사회자는 "세월호와 대구지하철 두 참사를 겪으며 우리는 속도와 이윤이 아니라 안전과 생명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면서 "실천으로서, 발걸음으로서 생명 존중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 준 시민 여러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북구 주민 신동희씨는 자유 발언을 통해 "다시는 참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별이 된 아이들과, 유족들과 약속했"며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친 10년의 시간은 '국가 책임'이라는 걸 깨닫는 시세월이었다. 시간은 망각이 아니라 기억으로 흘러야 한다. 영원히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강조했다.
스트릿댄스 공연팀 '10년간의 발걸음', 2.18합창단 '2.18이 4.16에게' , 그리GO 프로젝트의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등 다양한 추모 공연도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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