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 침산동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울분을 토했다.
전세금도 받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날 위기인데, 재판마저 지연돼 가해자 처벌조차 지지부진한 탓이다.
대구지법 제1형사단독(부장판사 박성인)은 지난 11일 오후 '사기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구 북구 침산동 한 빌라 임대인 40대 A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이 빌라에 사는 입주민 17가구(모두 39명)의 전세 보증금 15억 5,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 20대에서 40대 청년이거나 신혼 가구들이다. 피해자들은 지난해 5월 임대인 A씨를 '사기죄' 혐의로 북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 끝에 올해 1월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같은 달 구속됐다. 대구지검은 지난 2월 14일 A씨를 기소했다. A씨는 구속된 상태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이날 공판장에는 전세사기 피해자 여러명이 법정을 찾아 방청했다. 하지만 공판이 시작되자 임대인 A씨의 변호인 측은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자 공판 검사는 "이런 상황이면 피해자들을 전부 심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그 자리에서 재판부에 증인 심문을 위해 재판 연기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였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5월 9일로 예정됐다.
허무하게 공판이 끝나자 피해자들은 그 자리에서 울분을 터뜨렸다.
한 피해자는 이 자리에서 판사에게 "사기를 당해서 주야(낮과 밤)로 일하기 때문에 재판에 자주 참석할 기회가 없다. 한 마디만 하겠다"면서 "빚을 갚기 위해 하루에 잠을 3시간 자고 일하는데, 재판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면 안된다"고 항의했다.
판사는 "재판이 끝난 건 아니다. 오늘은 돌아가시면 된다"고 피해자에게 말했다.
정태운 '전세사기 대구 피해자 모임' 대표는 "모든 사람을 심문하는 것보다 필요한 사람만 하자"고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신의 방어권을 위해 증인 심문을 주장하는 것이라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재판장을 빠져나온 피해자들은 하나같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임대인 처벌이 지연된 것뿐만 아니라, 설상가상으로 오는 16일부터 명도소송(주택인도소송)이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명도소송에서 신탁회사의 손을 들어줄 경우 '강제퇴거' 조치가 이행된다.
해당 빌라가 임대인 소유가 아니라, 신탁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건물이기 때문이다. 신탁사의 입장에서 피해자들은 불법으로 임대차계약을 맺은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나게 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정태운 피해자 모임 대표는 "적법하지 않은 임대차 권한을 가진 사람이 전세 사기를 저지르며 우리를 기망한 게 중요 내용"이라며 "재판부에서 신탁 사기를 잘 모른 채로 깡통주택이라고만 생각하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고 한탄했다.
피해자 진모(50)씨는 "담당 검사가 사건 개요를 잘 모르는 것 같다"며 "피해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답변을 내든지, 재판에서 증인을 바로 세우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 없이 증인을 다음에 신청할 테니 재판을 미룬다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우롱"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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