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노동자 3명 중 2명이 자신의 일터 노동환경에 대해 "위험"을 느낀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위험한 줄 알면서도 일 할 수 밖에 없다는 노동자가 많았다. 작은 사업장이나 노동조합이 없는 곳일수록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대구시는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안전보건지킴이'를 지난해 10명에서 4명으로 60%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본부장 이길우)와 육정미 대구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25일 오후 대구시의회에서 '대구시 노동현장 안전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이와 관련한 토론회를 열었다. 민주노총대구본부는 지난 2일부터 19일까지 '대구 노동안전 실태조사'를 진행했다. 지역 건설업·제조업·공공부문 노동자 858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노조 유무에 따라 분류하면,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는 514명, 노조가 없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344명이다. 이 중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358명, 5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는 365명이다. 건설업 종사자 135명은 모두 공사대금 50억원 이상 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들이 조사에 참여했다.
◆ 노동환경 '위험' 느낀 노동자 65.46%, 5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위험' 더 느껴
자신이 일하는 노동 현장이 "위험하다"고 느낀 노동자는 65.46%(매우 위험하다 13.07%, 위험하다 52.39%)였다. 반면 "안전하다"고 느낀 노동자는 34.54%(매우 안전하다 3.03%, 안전하다 31.51%)였다.
또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절반 이상이 작업 현장과 노동환경이 위험하다고 응답했다. 건설노동자 135명 중 "위험하다"고 답한 인원은 73명으로,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08%에 이른다. "안전하다"고 답한 노동자는 62명(45.9%)이었다. 건설업 종사자를 제외한 노동자 중 현장 위험도에 대해 "위험하다"고 답한 비율은 50인 미만 사업장 41.62%로 50인 이상 사업장 38.74%보다 높았다.
◆ 노동자 절반은 '위험한 작업' 알면서도 일해, 건설노동자 73%
위험한 작업인 것을 '알면서'도 일한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노동자는 절반 수준인 48.65%에 이른다. 특히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4분의 3 수준인 73.48%가 "위험한 작업인 것을 인지하면서 일해야 했던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노조 유무에 따라서도 차이가 심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59.49%가 "위험한 작업인 것을 알면서도 일했다"고 밝힌 반면,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32.56%로 줄었다.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조가 있는 사업장의 노동자들보다 위험한 작업인 것을 알면서도 일한 비율이 훨씬 높았다.
◆ 일하다 다치거나 질병 얻으면?...개인적 해결 37%, 산재 신청 28%
산업재해 발생 시 어떻게 대처했는지, 혹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개인적으로 해결한다(참는다)'는 답변이 37%로 1위였다. '회사와 이야기해 공상 처리한다' 35%, '산재 신청한다' 28% 순이다.
산재 처리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불이익 걱정'이 40.39%로 가장 많았고, '산재 신청이 되는지 몰라서'라고 응답한 노동자도 22.48%였다. 또 '산재 신청 방법을 몰라서'라고 답한 노동자도 13.36%에 달했다. 이외에도 '경미한 부상', '회사가 어려워서', '동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라고 답한 노동자도 있었다.
◆ 산재 예방 위한 '안전보건관리계획', 50인 미만 사업장 40%는 '미구축'
올해부터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50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에 따라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데도, 해당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39.39%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반면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12.63%에 불과했다.
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절반(49.72%)은 '안전업무 담당자'를 선임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50인 이상 사업장 노동자들의 88.64%가 안전업무 담당자를 선임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과 비교했을 때, 30% 이상 큰 차이를 보였다.
◆ 안전·보건 개선 방안은?...노동자 참여 보장, 관련 사업 확대
발제자는 현지현 민주노총대구본부 정책선전국장, 이숙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연구원이 맡았다. 토론자로는 차차원 금속노조 대구지부 부지부장, 정지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사무처장, 조경재 대구시 중대재해예방과장, 이도희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장, 양재우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대구광역본부 산업안전부장이 나왔다. 신은정 민주노총대구본부 수석부본부장이 좌장을, 육정미 대구시의원이 사회를 맡았다.
현지현 민주노총대구본부 정책선전국장은 "대구 50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비율이 70%가 넘는다"며 "대구시 차원의 실효성 있는 점검과 지원 계획이 필요하고, 안전보건 체계 수립 과정에 노동자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숙견 연구원은 "지역의 작은사업장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지자체가 앞장서 노동안전보건사업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중앙정부의 정책 공백을 메우려면, 지자체는 소규모 사업장 산재 예방 정책을 우선적으로 다뤄야 한다"면서 "지역에서 동원 가능한 인적 역량과 물적 인프라를 확인하고, 노조와 공공기관이 함께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차원 금속노조 대구지부 부지부장은 "다수의 제조업 사업장은 현장의 산업안전보건과 관련한 법적 조치뿐 아니라 노동부에서 행정 규칙으로 권고하고 있는 사항들도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소기업의 안전관리자들은 다른 업무를 하면서 겸임하고 있고, 안전을 위한 업무는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안전보건지킴이' 1년새 10명에서 4명으로 축소..."확대"
대구시가 지난해부터 운영 중인 산재 예방 '안전보건지킴이' 제도가 올해 축소된 점을 지적하며, 관련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지혜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사무처장은 "다른 지자체는 안전보건지킴이 사업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데, 대구시는 지난해 10명에서 올해 4명으로 축소했다"며 "대구시는 다른 지자체처럼 평가 회의를 열고, 제도 홍보를 하는 등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구시·대구노동청 "위험 요인 발굴, 안전 의식 정착 노력"
조경재 대구시 중대재해예방과장은 "안전한 노동 현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사업주와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 전체의 안전 의식과 문화의 정착이 필요하다"며 "현장 목소리를 기울이면서 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체계가 통일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안전보건지킴이' 제도 축소 시행에 대해서는 "지난해에는 안전보건지킴이가 구.군 발주 사업장까지 점검했는데, 올해는 시에서 발주하는 사업만 점검한다"며 "구.군에서는 각자 안전 조례를 제정하도록 하려 한다. 잘 협의해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도희 대구노동청 산재예방지도과장은 "위험·유해요인을 발굴하고, 관리자들이 업무 분장을 제대로 하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3단계로 가이드를 하고 있다"며 "노조에서도 노동청의 좋은 제도를 홍보해 노동자들 스스로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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