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장애인단체가 지난 4월 10일 치러진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발생한 장애인 참정권 침해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대구15771330장애인차별상담전화네트워크',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는 15일 오전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들이 차별 없이 투표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2월 5일부터 4월 10일까지 2개월 동안 전화, 대면 상담 등을 통해 진정인을 모집했다. 그 결과 52건이 접수됐다. 이중 20건은 참정권, 32건은 일반 진정으로 분류됐다.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참정권이 침해된 사례를 들었다. 내용은 ▲선거 사전투표를 위해 투표소에 방문했으나 승강기 미설치로 임시기표대에서 투표 진행 ▲직원들이 장애인 투표 보조용구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않음 ▲발달장애인 투표 보조 요청 거부 ▲선거방송토론회에 수어통역사 1명이 모든 통역을 담당해 내용 전달 어려움 등이다.
일반 진정은 ▲출입구에 경사로가 설치돼 있지 않음 ▲영화관 내 앞좌석에만 휠체어석 설치 ▲보행로 연석 높이 차이로 낙상사고 ▲장애인 화장실 자동문 조작 버튼 등을 내용으로 했다.
이들 단체는 "선거는 시민들이 직접 자신의 의사를 대리할 사람을 선출하는 것으로, 헌법 제 24조에서 기본권을 명시하고 있다"면서 "시민의 한 사람인 장애인들에게도 당연히 주어져야 할 권리이나 이번 총선에서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 참정권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시설, 장애 유형·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보조기구 개발과 보급, 보조원 지원 등의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들에게 한낱 문구에 불과하다"며 "차별이 해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민호 다릿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옹호팀장은 "지난 2월 선관위와 면담해 장애인 투표권을 보장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을 받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진정 내용을 단순하게 법적 기준에 따라 판단하지 말고, 장애인의 선거권과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들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박명애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세상을 오래 살았지만, 아직도 참정권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며 "세월이 가도 바뀌지 않는 것을 보며 우리는 법에도 제대로 담기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뒤 진정서를 인권위에 제출했다. 정연걸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장은 "진정 내용을 살펴본 뒤 조사 권한 범위 내에 들어오는 부분들을 파악할 것"이라며 "대구사무소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들과 본부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선관위는 장애인 투표권 보장을 위해 기표 용구 개발, 교육 등을 실시했고, 인권위 진정 내용과 관련해서는 개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선관위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장애인 기표 용구도 개발했고, 투표소에 승강기가 없는 경우 1층에다 기표소를 마련했다"며 "투표관리관들에게 투표 보조 교육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진정 내용에 대해서는 "한 번에 시정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며 "바로 시정할 수 있는 부분이면 다음 선거부터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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