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에 나눈 스님과 신부님의 선문답

평화뉴스
  • 입력 2004.01.07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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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스님 "이 성당에 절 하나 지으면..", 원유술 신부 "스님 먼 길 오셨는데 회라도 한 접시..."


25일 성탄절 미사에 앞서 범어성당 원유술 주임신부와 동화사 주지 지성스님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2003.12.25 범어성당 사제관)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25일 성탄절 미사에 앞서 범어성당 원유술 주임신부와 동화사 주지 지성스님이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2003.12.25 범어성당 사제관) / 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성탄절을 축하하기 위해 대구 범어성당을 찾은 지성스님 일행이 성탄절 미사에 앞서 성당 사제관에서 원유술 주임신부와 인사차 선문답을 주고 받았다. 신앙으로 평생을 살아온 성직자의 오롯한 마음이 농으로 전해지고, 세상의 화해를 바라는 어르신의 걱정이 넉넉함으로 묻어났다.

도심 가운데 작은 산 위에 지은 범어성당이 좋았던지, 지성 스님이 먼저 농을 건넸다.
지성 스님 : 범어성당에 오르다 보니 경치가 참 좋던데, 이 곳에 절 하나 지으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 신부님 : 그렇잖아도 예부터 범어성당을 범어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허허허


이번엔 원 신부가 슬적이 물었다.
원 신부님 : 산속에서 먼 길 오셨는데, 회라도 한 접시 하셔야죠?
지성 스님 :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래도 사양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허허허


신부님이 녹차를 직접 내오시던 것을 보고 다른 스님이 물었다.
“아이구 신부님. 차를 손수 내오십니까?”
원 신부님 : 허허, 아직 집사람이 없어서...껄껄걸


또 다른 스님 : 신부님들 만나면 벽이 없어요. 얘기도 잘되고...
원 신부님 : 그거야 같은 총각들끼리니 말이 잘 통하는 거지요.


스님과 신부님의 선문답은 미사가 끝난 뒤에도 한차례 더 오고 갔다.
스님 : 아까 미사 드릴 때 보니 원 신부님 목소리가 참 좋던데, 그 목소리로 염불하면 딱 좋겠습니다.
원 신부님 :(목소리가) 좋기는요, 하루 담배 3갑에 다 죽어가는구만...허허허

성탄, 사랑과 평화 가득하기를...

범어성당은 오전 10시반에 천여명의 신자들이 참례한 가운데 예수성탄대축일 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엔 동화사 주지 지성스님을 비롯한 스님 8명과 신도 2명이 함께 참석해 성탄을 축하했다.

원 신부는 범어성당 성탄절 미사 강론을 통해, “예수그리스도는 가장 가난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이 세상에 오셨다”며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고, “모든 사람이 마음의 문을 열고 서로의 아픔을 받아들일 때, 이 세상은 참으로 기쁨과 희망이 가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신부는 특히, “이 세상은 전쟁으로 고통받고 우리 민족은 갈라진 채 시름하고 있다”면서, “평화를 위해 오신 예수그리스도 성탄의 의미를 되새겨,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오고 민족이 하나되기를 함께 기도하자”고 당부했다.

지성 스님도 성탄절 축하메시지에서, “인류에 대한 사랑과 구원을 가르치신 예수그리스와 자비와 깨달음을 말씀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은 결국 같은 것”이라면서, “세상을 위해 희생되신 성인들의 가르침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성탄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성 스님은 또, “이런 성인들의 가르침과 달리, 세상은 생명을 경시하고 파괴와 갈등의 역사를 되풀이하고 있다”면서, “이기주의와 욕망을 버리고, 모든 사람들이 이타적인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년전부터 지역 천주교와 불교계 인사들은, 성탄절과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서로에게 오가며 축하를 전하고 있다. 대구에선 주로 계산성당과 동화사에 종교 지도자들이 많이 오가는데, 지난 해 성탄절에 계산성당을 찾았던 동화사 주지 지성스님은 "원유술 신부님께서 워낙 좋은 사회활동을 많이 하셔서 인사차 범어성당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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