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 던지는 기자, 돌 맞는 기자 " - 경북일보 류상현 기자

평화뉴스
  • 입력 2004.09.06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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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사회를 그려가는 기자..."


지금까지 [기자들의 고백]이 모두 내게도 해당되는 것들이어서 사실 나는 고백할 공백이 줄어든 상태다. 그중 특히 내게 공감을 주는 것은 “죄 없는 자는 이 여자를 돌로 쳐라”는 예수님의 일화를 소개한 [고백]이다.

참으로 나는 고백한다. 나는 ‘그 여자’에게 수많은 돌을 던졌다.
아직도 던지고 있다. 내일도 던져야 한다. 괴로운 일이다. 나만 깨끗하면 괴로울 리가 없는데, 그것이 가능한 일인가. 그래서 기자는 괴로워하는 위선자다.

나는 믿고 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있으되 아주 적다. 내게 돌을 맞은 사람은 나쁜 사람은 어쩌면 나보다 훨씬 깨끗한 사람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대부분의 기자들이라고 확신한다) 나쁜 사람에게 돌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나쁜 관행에 돌을 던지려고 한다.

그렇다고 기자가 돌을 던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엔 돌을 많이 맞는다. 엄청 아프다. 비로소 돌을 맞은 자의 아픔을 안다. 돌을 던지면 ‘그 여자’가 ‘음행’을 고칠까? 절대 아니다. 고친다고 해도 돌을 맞았기 때문에 고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기자들은 열심히, 용감하게 돌을 던진다.

참으로 어리석게 용감하게 돌을 던졌던 일이 있었다.
한 평생을 교육계에 몸 담은 한 분이 있었다. 그 사람의 반대편에 있었던 사람들로부터 나는 그 교수의 공적논문이 표절된 것이라는 놀라운 말을 들었다. 그들은 ‘완벽한’ 여러 물증들을 자기들이 가지고 있다고 했다. 나는 이들의 말을 믿고 “...논문이 표절됐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당사자에게서 연락이 오면 그 물증을 들이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그 분에게서 전화가 왔다. 결코 표절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반대편 사람들을 찾아 물증을 달라고 했다. 그 물증이라는 것을 보는 순간 앞이 캄캄했다. 내가 봐도 표절한 것이 아니었다.

이 후 나는 빠져나갈 궁리를 했다. 그 궁리 중의 하나가 그 분을 뒷조사 해서 ‘큰 비리’를 하나 캔 다음 이 오보와 맞바꾸는 것이었다. 괴로운 일주일이 지나갔다. 양심이 승리했다. 나는 솔직히 나의 실수를 인정하는 편지를 썼다.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그리고 찾아가 잘못을 빌었다. 그분은 속 좁은 사람이 아니었다. 다 용서해 주었다. 이 일이 있은 후 나는 가능한 한 겸손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 때 나는 이 사회에서 봉사하고 역경을 극복한 사람들을 찾아 보도하는 것만을 담당한 적이 있었는데 참으로 신나고 보람있는 시절이었다. 내 기사에 감동을 받은 한 프로덕션 회사는 기사의 주인공을 영화화하기도 했다. 여건이 되면 다시 그런 일을 하고 싶지만 기자가 자기가 쓰고 싶은 것만 쓸 수는 없는 것이다.

기자의 펜은 두 가지 기능이 있다. 칼날처럼 날카로와 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기능과 아름다운 사회의 그림을 그려가는 기능이다. 그런데 기자사회에서는 전자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비판기사를 잘 쓰는 기자가 인정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 것은 후자인 것을 나는 그 ‘한 때’에 확인했다. 정치권에서의 여야 대치가 각을 이루고 사회는 갈수록 이념대립이 거세지지만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아지면 이런 것들이 해소될 수 있다. 가슴 따뜻한 사람이란 가슴을 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경북일보 류상현 기자(ryoosh@kyongbu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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