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동상에 내 세금 단 한 푼도 쓰지마."
대구시가 추진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시민사회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와 대구경부추모연대 등이 참여하는 '박정희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준)'는 16일부터 대구시의회 앞에서 '박정희 광장·동상 건립 반대'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첫날인 16일에는 임성종 대구경북추모연대 대표와 신은정 민주노총대구지역본부 수석본부장,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이 1인 시위를 벌였다. 매일 3번 1시간씩 의회 앞에서 다른 시민단체 인사들이 릴레이 1인 시위 피켓팅을 한다. 1인 시위 기한은 오는 5월 2일까지다.
이들 단체는 1인 시위 피켓을 통해 "우리 세금 단 한푼도 박정희 광장·동장에 쓰지 말라"고 촉구했다. 특히 "국채보상 민족 대구, 친일파 박정희 동상은 안된다"며 "2.28 민주 대구에 독재 화신 박정희 공원은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임성종 대구경북추모연대 대표는 "양심과 집회, 언론 자유를 말살한 폭군 박정희 동상은 안된다"면서 "지방자치제를 폐지한 박정희에 대해 지방의회가 기념사업 조례를 제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독재자 공원과 동상을 세우고, 인권과 정의를 가르칠 수 없다"며 "박정희 고향은 구미다. 구미에 기념관이 있는데 왜 대구에 짓느냐"고도 따졌다.
황순규 진보당 대구시당위원장은 "짜고치는 고스톱을 넘어 안하무인에 오만하다"며 "이렇게 무시하는데도 대구시의회는 과연 조례를 통과시킬지 두고볼 일"이라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기념사업 추진을 위한 조례 제정을 강행한다.
대구시에 16일 확인한 결과, 홍준표 시장은 '대구광역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지난 12일 대구시의회에 발의했다. 대구시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찬반 의견을 받아 조례안을 최종 검토해 의회로 넘겼다. 4월 회기 중 조례를 처리해 올해 안으로 사업을 끝낸다는 게 대구시 목표다.
특히 대구시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1회 대구시 추경예산안에 박정희 기념사업에 예산 14억 5,000만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대구만이 가진 역사적 정체성인 박정희 산업 정신과 2.28 자유 정신을 살려 대구시민 자긍심을 고취한다"고 사업 취지를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대구시의회에 조례안을 상정하지 말아 줄것을 요구했다. 만약 상정한다해도 통과시켜선 안된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이만규(국민의힘) 대구시의회 의장과 해당 상임위인 기획행정위원회의 임인환(국민의힘)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면담은 오는 22일 임시회 전인 19일 진행된다. 국민의힘 절대 다수인 대구시의회에서 해당 조례를 어떻게 처리할 지 주목된다.
이 사업은 홍준표 시장이 광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 기념물이 있는데 대구에는 왜 박정희 대통령 기념물이 없냐는 말에서 시작됐다. 동대구역 광장과 대구도서관공원을 각각 '박정희 광장'과 '박정희 공원'으로 바꾸고, 2곳에 박정희 동상을 건립하는 것이 기념사업 내용이다.
하지만 '군사 독재' 정권 하에서 있었던 여러 반인권적 사건으로 인해 반발이 거세다. 시민단체는 889명의 '우상화 사업 반대' 의견서를 대구시에 제출했다. 박정희 정권 하에서 피해를 입은 '인혁당 조작사건' 희생자들 유족들도 지난 9일 추모제에서 "박정희 기념사업 반대" 공식 성명을 냈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토크대구' 실명 사이트에도 시민들 반대 글이 올라왔다. 시민 표모씨는 "세금 세금 하면서 지방채 발행 안한 걸 자랑으로 선전하던 홍준표 시장이 '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시민 비판을 비아냥 거리며 세금으로 동상을 짓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며 "본인은 임기 끝나고 대구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여기에 사는 대구시민은 박정희 광장과 동상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고 반발했다.
일부 홍 시장 지지자들도 해당 사이트에 비판적 의견을 남겼다. 한 시민은 "홍 시장도 박 대통령도 존경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동상 관리나 돈 문제가 있는데 왜 강행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계속해서 기념사업을 강행할 경우, 박정희 정권 시절 다른 피해자들과 유족 등을 포함해 전국 시민사회가 '반대' 입장을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대구참여연대는 16일 성명을 내고 "조례 의결도 안됐는데 예산안을 편성한 것은 문제"라며 "홍 시장의 오만과 독주가 초월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규탄했다. 이어 "대구시의회는 자존심을 걸고 홍 시장을 견제하고, 홍 시장 하수인이 아님을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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