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국내 전체 커피 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을 대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규제한 지 1년째다. 지자체 담당자가 현장을 방문해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적발하면 매장 면적과 위반 횟수에 따라 최소 5만원에서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매장 업주에게 부과하는 게 정책의 내용이다.
단속 대상은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엔제리너스, 할리스, 파스쿠찌, 이디야, 던킨도너츠, 카페베네, 베스킨라빈스, 탐앤탐스커피, 빽다방, 커피베이, 크리스피크림, 디초콜릿커피/디초콜릿커피앤드 등 커피 전문점 16곳이다. 패스트푸드점은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파파이스 등 5곳이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은 환경부와 협약을 맺고 1년 가까이 플라스틱 컵을 매장 내에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단속 대상에서 빠진 지역의 대형 카페들과 동네에 있는 소규모 카페들은 어떨까? 대부분이 매장 내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없애고 그대신 머그잔과 텀블러 등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 컵으로 전환해 일회용 컵 규제 1년째 해당 제도가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대구지역 커피 전문점 매장 일회용 컵 사용 실태조사를 벌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앞서 5월 3일~13일까지 다빈치커피, 핸즈커피, 커피명가 등 대구지역 내 180개 커피 전문점(매장 테이블 10개 이하 45%, 11~20개 이하 32.8%, 21개 이상 22.2%)을 직접 방문해 조사 당시 매장에서 음료를 마시던 고객 1,685명을 대상으로 일회용 컵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1,658명 가운데 89.5%인 1,508명이 일회용 컵이 아닌 다회용 컵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91명(5.4%)은 여전히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사용했고, 86명(5.1%)은 일회용 종이컵을 이용하고 있었다. 10명 중 1명 꼴로 여전히 카페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일회용 컵을 제공하는 이유로는 '다회용 컵이 없어서'가 43.3%로 가장 많았다. '손님이 테이크 아웃 할 거라고 말하고서는 나가지 않고 매장 내에서 마셔서'도 33.3%로 뒤를 이었다. 기타 응답으로는 '인력 부족', '어린이에게 제공하는 음료 잔의 경우 깨지는 것을 우려해서'라는 답도 있었다.
반면 플라스틱 빨대는 모든 카페가 여전히 사용했다. 180곳 중 176곳(97%)이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했다. 항상 고객이 보이는 곳에 두고 자율적으로 가져가게 하거나, 비치하지 않아도 고객이 원하면 무조건 제공했다. 반면 종이빨대 옥수수전분빨대 등 친환경 빨대를 사용하는 카페는 2곳에 불과했다.
규제 대상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빠진 탓이다. 때문에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플라스틱 빨대 등 대체 가능 제품이 있는 일회용품을 단계적으로 금지해 다회용품으로 바꾸는 자원순환 기본계획을 내놨다. 이미 미국 시애틀시는 플라스틱 빨대 금지 조례를 시행하고 있고, 뉴욕·샌프란시스코도 같은 조례를 발의했다. 국내 지자체 가운데에선 최초로 서울시가 지난해 9월 '1회용 플라스틱 없는 서울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5대 분야 38개 과제를 만들어 추진 중이다.
정숙자 대구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 제로 시민감시활동' 담당자는 "단속 강화로 매장 내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사용은 감소하고 다회용 컵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증가하고 있다"며 "단속 매장과 품목을 확대해 더 많은 환경오염 물질들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뿐 아니라 대구시도 책임감을 갖고 타 지역에 뒤처지지 않도록 플라스틱 제로 대구를 만들 수 있도록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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