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공사비가 2천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건설현장.
근로자가 이 곳에서 일하다 다쳤다면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은 “받을 수 없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은 총 공사비 2천만원 미만 건설공사 노동자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사도우미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만명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노동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전체 노동자’로 확대하도록 몇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여전히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개정안(이하 산재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이 개정안은 산업재해 적용대상을 ‘골프장경기보조원’과 ‘보험설계사’, ‘학습지방문교사’, ‘레미콘차량운전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공사비 2천만원 미만 소규모 건설공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산재 적용대상’에 빠져있다.
노동부는 또, 기존에 사업주가 100% 부담하던 ‘산업재해 보험료’를 사업주.노동자 각각 50% 부담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65세 이상 산재 노동자의 휴업급여를 당초 평균임금의 65%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노동자의 산업재해 보험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노동부의 이같은 개정안이 이번 주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노동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산업보건연구회]는 4월 24일 오후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산재 개정안은 IMF 이후 산업재해급여액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마련한 ‘행정지침’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으로 규정돼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산업보건연구회 김은미(42) 사무국장은 “98년 2월 정부가 근로복지공단에 내린 업무지시로 보험급여액이 532억원 줄어들고 난 이후 산재환자들의 자살률이 2배 증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는 새로운 독소조항까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가 지적한 조항은 ▶노동자의 산재신청에 대해 사업주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점 ▶65세 이상 노동자의 휴업급여를 평균임금의 65%에서 50%로 축소한 점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한’ 사고, 질병으로 규정해 산재로 인정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진 점 등이다.
이들 단체를 포함한 [산업재해대책마련공동투쟁위원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5년 8월 개혁안을 마련했고 단병호 의원이 환경노동위에 제출한 상태다.
개혁안에는 ▶전체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 처리할 것 ▶산재보험의 사전승인절차를 사후심사로 전환할 것 ▶휴업급여 수준을 평균임금의 100%로 지급할 것 ▶재활 급여를 신설하고 직업재활체계를 구축할 것 등이 담겨 있다.
이들 단체 회원 10여명은 개혁안 관철을 요구하며 오는 30일까지 노동청 앞에서 노숙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산재노동자의 증언도 이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 조정업무를 담당하던 서모(53)씨는 “태풍 루사와 매미가 발생한 이후 업무량이 2배 늘어난데다 2명이 할 일을 혼자 담당하게 되면서 우울증과 안구건조증에 시달린다”며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5개월간 병원을 전전하며 쓴 치료비만 700~800만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산재로 인정받은 뒤 요양기간이 1년이 넘어가자 출근을 종용해 서씨는 현재 약에 의지하며 일을 하고 있다.
대동공업에서 13년간 근무해 온 최모씨 역시 연골 파열로 다리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씨는 “근로복지공단이 2004년 말에 발표한 ‘근골격계 업무관련성업무 처리지침’ 때문에 산재로 인정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현장조사만 제대로 됐다면 충분히 인정될 수 있었다”고 억울해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이은지 기자 pnnews@pn.or.kr / ppuppu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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