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은 '산재보험'도 안됩니까?"

평화뉴스
  • 입력 2007.04.24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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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보련.민주노총, 대구노동청 앞 농성 돌입
"산재법 개정안 문제 많아..모든 노동자 '산재' 적용해야"


전체 공사비가 2천만이 채 되지 않는 작은 건설현장.
근로자가 이 곳에서 일하다 다쳤다면 산업재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까?

결론은 “받을 수 없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은 총 공사비 2천만원 미만 건설공사 노동자에 대해서는 산재보험을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사도우미를 비롯한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만명도 산재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노동계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재보험 적용 대상을 ‘전체 노동자’로 확대하도록 몇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노동부는 여전히 산재보험 적용대상을 제한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개정안(이하 산재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이 개정안은 산업재해 적용대상을 ‘골프장경기보조원’과 ‘보험설계사’, ‘학습지방문교사’, ‘레미콘차량운전원’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공사비 2천만원 미만 소규모 건설공사와 비정규직 노동자는 여전히 ‘산재 적용대상’에 빠져있다.

노동부는 또, 기존에 사업주가 100% 부담하던 ‘산업재해 보험료’를 사업주.노동자 각각 50% 부담으로 바꿨을 뿐 아니라, 65세 이상 산재 노동자의 휴업급여를 당초 평균임금의 65%에서 50%로 줄이기로 했다. 노동자의 산업재해 보험 혜택이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노동부의 이같은 개정안이 이번 주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알려지자 지역 노동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산업보건연구회]는 4월 24일 오후 대구지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산재 개정안은 IMF 이후 산업재해급여액을 줄이기 위해 일시적으로 마련한 ‘행정지침’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며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으로 규정돼 산업재해로 인정받기가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산업보건연구회 김은미(42) 사무국장은 “98년 2월 정부가 근로복지공단에 내린 업무지시로 보험급여액이 532억원 줄어들고 난 이후 산재환자들의 자살률이 2배 증가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는 새로운 독소조항까지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가 지적한 조항은 ▶노동자의 산재신청에 대해 사업주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점 ▶65세 이상 노동자의 휴업급여를 평균임금의 65%에서 50%로 축소한 점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이 ‘명백한’ 사고, 질병으로 규정해 산재로 인정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진 점 등이다.

이들 단체를 포함한 [산업재해대책마련공동투쟁위원회]는 이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2005년 8월 개혁안을 마련했고 단병호 의원이 환경노동위에 제출한 상태다.

개혁안에는 ▶전체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험 처리할 것 ▶산재보험의 사전승인절차를 사후심사로 전환할 것 ▶휴업급여 수준을 평균임금의 100%로 지급할 것 ▶재활 급여를 신설하고 직업재활체계를 구축할 것 등이 담겨 있다.

이들 단체 회원 10여명은 개혁안 관철을 요구하며 오는 30일까지 노동청 앞에서 노숙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다.

'산업재해'를 증언하고 있는 서모(53)씨...(사진 왼쪽. 김은미 사무국장 / 오른쪽. 정경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산업재해'를 증언하고 있는 서모(53)씨...(사진 왼쪽. 김은미 사무국장 / 오른쪽. 정경배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위원장)


한편 이날 산재노동자의 증언도 이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료 조정업무를 담당하던 서모(53)씨는 “태풍 루사와 매미가 발생한 이후 업무량이 2배 늘어난데다 2명이 할 일을 혼자 담당하게 되면서 우울증과 안구건조증에 시달린다”며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5개월간 병원을 전전하며 쓴 치료비만 700~800만원”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산재로 인정받은 뒤 요양기간이 1년이 넘어가자 출근을 종용해 서씨는 현재 약에 의지하며 일을 하고 있다.

대동공업에서 13년간 근무해 온 최모씨 역시 연골 파열로 다리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최씨는 “근로복지공단이 2004년 말에 발표한 ‘근골격계 업무관련성업무 처리지침’ 때문에 산재로 인정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현장조사만 제대로 됐다면 충분히 인정될 수 있었다”고 억울해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이은지 기자 pnnews@pn.or.kr / ppuppu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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