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돈에 눈 먼 기성세대 자성의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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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 정치창 교수..."어깨에 힘 빼고 유연한 생활밀착형 행보를"

"돈에 눈이 먼 기성세대는 '경제 살리기'라는 속임수에 넘어가 임금님의 벌거벗은 몸을 못 보았지만, 순수한 10대의 눈에는 벌거벗은 임금님의 모습이 보인 것일까. '미친 소고기 너나 먹어'라는 여학생들의 외침은 온갖 궤변과 거짓말로 주렁주렁 치장한 권력의 알몸을 만천하에 폭로한다. 통쾌하고 신선할 뿐이다"

영남대 정지창 교수(독문과)는 이런 말로 '광우병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를 기억했다.

영남대 정지창 교수
영남대 정지창 교수
정 교수는 11월 18일 저녁 경북대에서 열린 <2008 민주시민교육아카데미>  '문화에 대한 성찰'을 주제로 한 강좌에서, '촛불문화'를 예로 들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짚고 대안을 전망했다. 정 교수는 합동통신 기자를 거쳐 <실천문학> 편집위원과 대구경북민족문학회 공동대표를 지냈으며, 민중문화론과 마당극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정지창 교수는 '촛불문화'에 대해 "경찰의 위협에 '나 잡아가라'고 당당하게 맞서는 용기, 권력과 유착한 신문들의 뻔뻔한 거짓말을 단숨에 격파하는 정보력, 개그맨을 능가하는 순발력은 새로운 민중문학의 지평을 열어젖혔다"면서 "문화란 바로 꿈틀거리는 생명의 몸짓"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제 촛불은 바깥 세상의 어둠을 밝히면서 우리 마음 속의 돈 욕심을 태우는 자성의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 "그것이 진정 촛불의 의미를 계승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촛불문화'의 계승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조직화나 시민단체들의 연대와는 차원이 다른, 생활문화적 계기와 상상력에 의해서만 가능한 실험인지 모른다"며 "그것은 보다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취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자연스럽게'라는 말에 대해서는 "그저 흘러가는대로 두고 보자는 식의 자유방임주의가 아니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7,80년대식의 운동권 전략에서 벗어나 '어깨에 힘을 빼고' 좀더 유연한 생활밀착형 행보를 하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또,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로 '양극화'를 꼽았다.

"도저히 화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양극화의 길로 치닫고 있다"며 "사회계층의 양극화는 필연적으로 의식의 양극화를 낳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제 위기나 대공황 시대에는 이러한 의식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고, 그것은 다시 첨예한 계층갈등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갈수록 인류보편의 정서인 '향수'와 '고향'이 사라져가고 있다. 경제적으로는 부자가 되었지만 마음은 훨씬 더 가난해 진 것 같다"고 우리 사회의 매마른 정서를 지적하면서 "눈앞의 조그만 승리보다는 먼 장래의 커다란 성공을 향해 골똘히 생각하고 묵묵히 나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촛불문화'를 예로 들며 "어깨에 힘을 빼고 휘파람도 불면서, 가끔은 손짓 발짓도 해가면서.."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정 교수는 우리 사회의 '대안'과 관련해, ▷자본주의 자체를 거부하며 공동체를 지향하는 '근본주의'(녹색평론 김종철 편집인)  ▷자본주의 모슨을 극복하자는 '개혁.조절주의'(박원순 변호사. 서울대 백낙청 교수) 주장을 짧게 소개하며 "대안은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라고 말을 맺었다.

정 교수는 강좌가 끝난 뒤 "촛불집회 당시와 이후의 지식인의 역할"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지식인 사회의 성찰이 부족했다"면서 "과거 활발했던 지식인들이 자신의 역할을 포기한 게 아니라 지금 그 역할이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8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11월 18일 열린 정지창 교수 강좌에는 시민과 학생 30여명이 참가했다.
<2008 민주시민교육 아카데미>. 11월 18일 열린 정지창 교수 강좌에는 시민과 학생 30여명이 참가했다.

<2008 민주시민교육아카데미>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대구사회연구소(소장 홍덕률)가 처음으로 주관한  '시민강좌'로, 지난 11월 4일부터 12월 11일까지 매주 화.목요일 2차례씩 10개 강좌가 열리고 있다. 마지막 10강은 '지역이 희망이다'를 주제로 박원순 변호사(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특강한 뒤, '다시 세상 속으로 - 무엇을 위해 어떻게 하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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