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 "세상은 다 구라"..대통령 말씀도 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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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에세이] 양병운(TBC 기자)
"몰빵했다 당하는 쪽은 국민..대통령 말씀 만은 '구라'가 아니기를"

TV 드라마를 좋아하는 난 얼마 전 끝난 SBS 드라마 '타짜'를 재밌게 봤다. 전문 사기도박꾼을 뜻하는 속어(직업어? 전문용어?) '타짜'에서 알 수 있듯이 도박을 소재로 한 이 드라마는 만화가 원작이고 영화로도 크게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내가 이 드라마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몇몇 대사들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누가 한 말인지 그리고 정확한 지도 확신을 할 수 없지만 대략 이랬던 것 같다. "세상은 다 구라다", "구라꾼은 더 큰 구라꾼에게 잡아 먹힌다" 등등 '구라'와 관련된 명대사(?)에 매료됐다.

타짜들에게 있어서 구라는 상대방을 속이기 위한 여러 기술들을 의미한다. 밑장빼기(손기술로 나쁜 패를 상대방에게 주는 것), 탄(자신에게 유리하게 섞어놓은 패), 목카드(자신들만 인식할 수 있는 특별한 표식을 넣은 화투나 카드) 등 다양하다. 심지어 실화(사기 없이 하는 도박)를 할 때도 상대방의 마음을 이용하는 기술을 쓰기도 한다.  

바로 이 구라가 내 가슴에 와 닿았던 건 비단 도박판에서만 통용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네 살이에도 적잖게 작용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쓰는 속임수 구라,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고 사회의 중요 기제로도 작용되고 있다고 나는 본다. 

어쩌면 이 세상이 타짜들이 설쳐대는 거대한 도박판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몇몇 고수의 타짜들이 기술이 변변찮은 하수들을 호구로 여기며 판돈을 따가고 있다. 한국이란 판에선 한국의 소수 타짜들이 그리고 세계란 판에선  몇몇 타짜 나라들이 판쓸이를 하는 것 같다. 

지난해 불어 닥친 펀드 광풍. ‘이젠 펀드시대’라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 나도 펀드에 몰빵했던 국민들, 반토막 난지 오래고 계속 까이고 있다.

전 국토를 뜨겁게 달궜던 아파트 청약 열기는 어땠나? 너도 나도 빚을 내가면서까지 아파트 구입에 나섰더니 사상 최악의 미분양 사태가 빚어졌다. 청약자들 대출금 압박에 죽을 지경이다.

타짜의 구라와 매우 흡사하다. 타자도 처음엔 돈을 잃어주면서 상대방에게 돈을 딸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어준다. 그리고 적정 시간이 지나면 슬슬 돈을 따 들인다. 상대방은 돈을 땄었던 아름다운 기억과 해선 안 되는 ‘본전 생각’에 판을 이어가고 결국 집문서 땅문서 다 잡히고 끝낸 빚까지 얻지만 이내 파멸의 길로 접어든다.

펀드도 몇 년 동안 가입자들에게 꽤나 좋은 실적을 안겨줬다. 아파트도 서민들은 상상하기도 힘들 정도의 부를 실현시켜줬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벌어보려고 펀드 가입 금액을 늘리고 아파트도 한 채 두 채 늘리다 보니 소위 쪽박, 막차를 타게 된 것이다.

이건 펀드 가입자나 아파트 청약자들의 과도한 욕심을 탓해야 할 사안이기도 하지만 펀드 가입과 아파트 청약을 부추긴 우리 사회 타짜 세력의 조직적인 구라도 한몫했다고 본다.

그럼 누가 구라를 친 것일까?

분명 신문과 방송은 주요 구라 진원지다. 객관과 사실을 가장한 근거를 바탕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된 ‘부자 되세요’ 기사들은 독자와 시청자들의 물욕을 마구마구 자극시켜 지갑을 열게 했고 빚에까지 손대게 했다.   

경제 관료를 포함해 자칭 타칭 경제 전문가들은 또 어떠했나?  화려한 직책이나 경험, 학벌을 내세워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고 재테크 기술을 친절하게 가르치시며 무지몽매한 국민들을 경제에 눈 뜨게 하시더니 결국 나락의 길로 인도하시었다.  

펀드나 부동산 투자 하지 않으면 바보로 여기며 비꼬았던 신문과 방송, 경제 전문가들 사과나 해명은커녕 최근까지도 우리의 경제 하부구조는 튼튼하다며 걱정하지 말라더니 이젠 외환위기 보다 더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며 국민들 겁주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타짜는 그래도 전 재산을 날린 상대방에 대한 도의로 딴 돈의 일부를 돌려주기라도 하는데, 세상이란 판에선 실의에 빠진 이들에 대한 그런 최소한의 도의도 잘 없는 것 같다. 모든 게 다 네 탓이란 식이다.

속고 속이는 게 세상이라며 말들은 하지만 언제나 속고 당하는 쪽은 대다수 국민들이란 게 안타깝고 속상하다.

작년 우리 국민들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로지 경제를 잘 살릴 것 같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고 이 대통령은 국민들 앞에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현재로선 약속 미실행 상태인데 언제쯤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을 아직 하지 않고 계시다. 점점 불안하고 불신이 커진다.

제발 대통령의 말씀만은 구라가 아니길 간절히 바라고 바랄 뿐이다.

드라마에선 아주 악랄한 타짜인 아귀의 구라에 당하지 않는 더 큰 구라를 가려쳐 주는 선량한 타짜들이 나오는데 이쯤에서 우리 국민들 앞에도 세상의 고수 타짜들이 쓰는 구라에 당하지 않는 큰 구라를 알려주는 선량한 타짜가 나올 순 없나? 혹시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

 

 

 

[주말 에세이] 양병운(TBC 대구방송 기자)

(*. 일부 회사 선배들이 나를 '양 구라'로 부른다. 내가 구라면 선배들은 타짜다.  -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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