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정책, 가치와 철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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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1> 최경진.."언론, 경제적 효율성 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대구미디어공공성위원회(준)>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2월 10일부터 3월 2일까지 <언론악법, 진실과 거짓>을 주제로 7회에 걸쳐 릴레이기고를 <평화뉴스>와 회원 단체 홈페이지에 싣습니다. 대구미디어공공성위원회(준)은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대구경실련,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참여연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미디어 정책, 가치와 철학은? ② 방송법 개정과 지역방송 ③ 신문법 개정과 지역신문
④ 종합편성 PP도입과 지역방송 ⑤ 민영미디어렙과 지역언론 - 광고시장 중심 ⑥ 사이버모독죄 & 포털  등과 인터넷
⑦ 독자(시청자)가 원하는 지역언론


미디어 정책도 '비즈니스 프렌들리'?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꼭 일 년이 지났다. 짧은 한 해였지만 우리사회에 일어났던 사건들을 보면 마치 십년의 세월쯤은 겪지 않았나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지리멸렬하고 답답했으며 혼돈스러운 시간의 연속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통령 당선 이후 국정지도력이 곤두박질치는 시국에서도 이른바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시장 지배적 보수 신문들의 논조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을 칭송하기에 여념이 없다. 특히 자신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힌 미디어 관련 쟁점들은 철저하게 아전인수식으로 보도하면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구하는 미디어 정책은 한 마디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적) 기조에 근거한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지면 그들의 미디어 정책은 친기업적 정서를 앞세워 정권 유지를 위한 정치적 계산의 산출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기조에 맞춰 최근 집권 여당이 추진하는 미디어 관련 법안은 그러한 정치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마치 5공 정권시절에서나 있을법한 미디어 악법 정책들처럼 무리하게 추진되고 있고 이는 국회에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강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고 있다.

정책이란 기본적으로 충분한 사회적 의견 수렴과 합의 과정을 거쳐 여론을 설득해야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회구성원 간의 상호 갈등과 대립을 가능한 최소화하면서 사회적 국가적 목적을 지향하고 달성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란 바로 그런 원칙과 절차를 통해서 실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시민들이 이를 존중하고 지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기초를 마련한 국정과제 중 "언론의 자율성과 공정성 확대"라는 항목이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자율성이란 결국 미디어, 특히 신문과 재벌에게 시장 규제 장치를 적극적으로 풀어줌으로써 재벌 미디어들을 육성하겠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주장하는 공정성 또한 한낱 정치적 수식에 불과한 개념이라는 것이 지난 일 년 동안 그들이 드러낸 미디어 정책의 실체이다. 미디어의 공정성과 공공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긴 정책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디어 시장의 자본 집중은 '여론 독과점'의 단초

신문은 현행 방송법에 명시된 신문방송 겸영 금지에 따라 방송사업 진출이 승인되지 않고 있으나 집권여당의 주장대로 국회에서 법 개정을 하고 규제를 풀면 신문도 경쟁적으로 방송매체를 소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거대자본의 투입이 요구될 수밖에 없는 방송사 운영에 진출할 재력을 갖춘 조직은 대기업이나 재벌언론에 국한될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재벌기업이 자연스럽게 방송을 손에 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미디어 시장에 있어서 자본과 기업의 집중은 곧 시장 지배뿐만 아니라, 특히 여론 독과점의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통째로 흔들고 위협하는 독소적 요인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 장악 기도가 점차 노골화되는 가운데 얼마 전 언론학자들 2백여 명이 결성해 출범시킨 "미디어 공공성 포럼"이라든가 전국 주요 권역에서 자발적으로 결성된 "지역 미디어 공공성 위원회" 등의 움직임들은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언론의 자유와 독립 그리고 미디어 공공성을 회복시키고 지키겠다는 취지 아래 움직이는 이들은 신자유주의 사조 속에서 침해받는 미디어의 공공성을 회복 강화하고 그 방안과 대안을 마련하면서 미디어의 공공적 가치 제고를 위한 공론의 장을 활발하게 제공하고 있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져오면서 팽배해진 신자유주의는 이명박 정부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 자율성이라는 미명 하에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시장지상주의를 최대 가치로 신봉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근거한 친기업적·친자본적 정책을 앞세워 재벌언론과 대기업들에게만 유리한 방향으로 규제를 풀어가려고 하고 있다.

미디어, '시장'에 '권위주의'까지 더하면?

언론은 일반 생활용품과 같은 생산 분배과정을 갖는 기업과는 달리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적 사유와 사상에 의한 창의적 결과를 생산하고 소통시키는 매우 복합적이면서 고차원적으로 기능하는 주체이다. 언론 고유의 역할과 기능을 계량적 수치나 능률 그리고 경제적 효율성만을 잣대로 평가한다면 이는 언론의 참된 정신과 가치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는 민주사회의 기본적 작동원리를 부정하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이명박 정부가 즐겨 주장하는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를 미디어 정책에 무리하게 대입시키려 한다면 미디어와 언론을 비즈니스의 대상으로만 간주한 나머지 궁극적으로는 '언론 프렌들리'한 정부로 전락할 위험이 매우 크다. 언론과 정부 사이는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 관계라는 말도 있다.

정부와 언론이 일정한 간극을 지키면서 건강한 갈등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 양자는 편안한 상호의존·공생관계도 아니요, 지나친 적대적 침투 관계도 아닌 건전한 상호 비판자적 관계를 유지해야 바람직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군부독재의 붕괴 이후 등장한 문민정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미디어 정책은 신자유주의 기조에 따른 무한경쟁과 개방을 초래하면서 미디어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으로 몰아갔다. 설상가상으로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이러한 미디어 시장에 권위주의까지 더하여 이른바 '권위주의적 시장지상주의'라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미디어 일자리 창출은 '허구'...지역언론은 고사 위기

최근 민영미디어렙의 도입, 신문방송 겸영의 허용, 미디어 시장의 확대개방으로 미디어 분야를 국가 경제성장 동력의 한 축으로 키우고 그로 인해 얻게 될 경제적 가치와 효율성을 찬양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포털까지도 장악하려는 법안들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이명박 정부와 집권여당 그리고 재력을 갖춘 일부 대형신문들의 주장에 불과한 것이며 미디어 산업 활성화 정책을 통한 일자리 창출 주장도 허구라는 것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역의 미디어 현실은 더욱 암담해질 뿐이다. 지역의 신문과 방송은 더욱 빠른 속도로 붕괴될 것이 자명하고 그로 인한 지역의 풀뿌리 언론도 맥없이 고사하게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지금 이미 그 징조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결국 국가는 불균형 성장하게 되고 지난 수십 년 전처럼 중앙과 재벌만이 득세하는 시절의 상황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지역 언론 무용론마저 대두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미디어의 신성장 산업론 운운이 우리사회에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미디어 정책, '공공성'에 초점 맞춰야

설령 산업성장과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하다라도 이는 미디어 재벌 등 극히 일부 세력의 배만 불리는 논리일 뿐, 사회 전체적으로 건강함을 키울 수 있는 미디어의 공공적 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미디어 시장의 자본만능과 시장지상주의 인식만 팽배해지고 자본과 경제력이 우위인 재벌기업들만이 미디어 시장을 집중 통합하면서 궁극적으로 여론의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디어 정책의 가치와 철학은 무엇보다도 공공성에 그 기조와 초점이 맞춰져야한다. 공공성은 사회와 국가 그리고 그 구성원들인 독자와 시청자 그리고 네티즌들을 위한 공공적 이익과 가치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다수의 논리에 짓눌려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까지도 배려하는 철학이 내재되어야 한다.

다수당의 압박과 강경한 자세로 정권유지와 재창출만을 염두에 둔 정치적 이해득실의 논리만으로는 결코 미디어의 공공성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일단 입법 시행해보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규제의 형식을 통해 수정해나가자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엎지른 물 다시 모아 담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미디어 공공성의 가치와 철학을 꾸준히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자칫 그릇의 물을 엎지르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함인 것이다.






<미디어관련법, 릴레이 기고 1>
최경진(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choimik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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