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 살리기 위해 '신방 겸영'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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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기고2> 이영환(대구MBC PD)...'방송법 개정과 지역방송'


<대구미디어공공성위원회(준)>는 정부와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미디어 관련법'의 시시비비를 가리기 위해 2월 10일부터 3월 2일까지 <언론악법, 진실과 거짓>을 주제로 7회에 걸쳐 릴레이기고를 <평화뉴스>와 회원 단체 홈페이지에 싣습니다. 대구미디어공공성위원회(준)은 대구경북기자협회, 대구경북언론노조협의회, 대구경실련, 대구여성의전화, 대구참여연대,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언론학자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글 싣는 순서> ① 미디어 정책, 가치와 철학은? ② 방송법 개정과 지역방송 ③ 신문법 개정과 지역신문
④ 종합편성 PP도입과 지역방송 ⑤ 민영미디어렙과 지역언론 - 광고시장 중심 ⑥ 사이버모독죄 & 포털  등과 인터넷 ⑦ 독자(시청자)가 원하는 지역언론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밀고 있는 미디어관련 법이 통과되면 일자리가 2만 개가 넘게 생기고 3조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생산유발효과가 난다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떠벌이고 다녔다. 보다 못했는지 나중에 책임 질 일을 안 만들려고 그랬는지 같은 편인 예산정책처에서 그렇게 떠들만한 근거가 없다고 슬며시 얘기해줬다. 이에 머쓱해진 한나라당, 이번에는 생뚱맞게 이 모든 야단법석이 어려움에 처한 지역 언론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열심히 말을 바꾸고 있다.

 한나라당이 언제부터 이렇게 지역 언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왔는지 모르겠지만 이 또한 조중동에게 사은행사를 하려던 속셈이 들켜 화들짝 놀란 나머지 제 정신에서 나오지 않은 엉뚱한 말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신방 겸영' 허용하면 지역 언론시장에 기업 늘어난다?

최소한의 공공성 영역으로 보호해야 마땅할 지역 언론에 무지막지한 시장논리를 들이대며 그나마 남아있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반토막내고, 지역방송의 광고판매를 지원하던 한국방송광고공사 체제를 해체하고, 무한경쟁을 부추길 민영미디어랩 도입을 강행하면서 어떻게 감히 지역 언론을 살리기 위함이라니...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하고 거짓말도 좀 그럴 듯하게 해야 속는 법이다.   

 이런 허접스런 얘기를 논리랍시고 만드는 곳이 한나라당 미디어특위라고 한다. 언론을 장악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급했던지 공식기구인 국회상임위를 제쳐 두고 따로 사조직 비슷한 것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청와대의 미디어 관련 청부입법을 담당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지금쯤 청와대에서는 사람들을 잘 못 골랐다며 적잖이 실망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명색이 미디어 특위인데 미디어에 대한 전문성은 고사하고 기초 지식도 없는 무식한 발언과 행태들로 인해 그나마 지금까지 약간 통했던 경제 살리기 논리마저 국민들에게 먹히지 않는 상황까지 자초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태파악이 잘 안되는지 그 미디어특위의 위원장인 정병국의원은 여전히 경제를 살리고 특히 지역 언론을 살리기 위해서는 신방겸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희한한 논리에 집착하고 있다. 미디어산업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규모에서 광고시장이 더 이상 확대될 수 없다는 사실은 광고업계의 상식이 된 지 오래다. 더구나 대부분의 광고시장이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데 신방겸영을 허용하기만하면 돈 될 것 없이 좁아터진 지역 언론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순진하다 못해 한심하기까지 하다.  

<경향신문> 인터넷 2009년 1월 22일
<경향신문> 인터넷 2009년 1월 22일

결국 법 개정을 통하여 족벌신문들에게 신방겸영을 허용함으로써 여론독점과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해주겠다는 속셈인데 현재도 지역 언론시장에 대한 독점신문들의 폐해가 심각한 상황에서 이들 족벌신문들의 방송장악은 우리사회의 여론다양성을 극도로 약화시킴으로써 상대적 약자인 지역 언론의 한 뼘 남은 설자리마저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그렇다고 현재의 우리나라 방송제도가 미디어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정부 여당이 엄살을 떨 만큼 신문방송 겸영과 자본의 진입에 엄격하지도 않다. 이미 <조선일보>가 '비지니스엔'을, <중앙일보가> '큐채널', 'J 골프', '카툰네트워크'를, <매일경제>가 'mbn'을 경영하고 있지 않은가? 대기업도 이미 SO, IPTV, PP는 물론 영화, 광고 영역까지 무제한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투자하고 우수한 프로그램 만들어서 여러 매체에 판매하고 해외에도 수출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고용도 창출할 수 있는, 그야말로 정부 여당이 꿈꾸는 미디어산업이 발전 할 수 있는 길이 지금도 활짝 열려 있는데 왜 아무런 상관도 없는 지역방송 살리기를 들먹이면서까지 족벌신문과 재벌 자본을 굳이 지상파 영역에 진출시켜 주려는 것일까? 

'종합편성.보도 채널' 허용은 엄청난 '특혜' 논란

 정부 여당이 자신들의 미디어관련 법에 숨겨 놓고 있는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을 허용 하려는 목적도 마찬가지다. 이미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쳐 족벌신문과 재벌의 지상파 진출이 불투명해지자 정부 여당이 새로운 돌파구로 모색하고 있는 것이 종합편성 채널, 보도채널의 허용이다.

종합편성채널은 말 그대로 보도, 오락, 교양 등 모든 분야의 프로그램을 기획, 편성할 수 있는 채널인데 케이블상의 종합편성채널은 법적으로 전국단일권역에다 의무송출(Must Carry)을 보장받고 있다.

따라서 이미 전국 80%에 가까운 전송망을 가진 케이블에서 종합편성채널을 승인 받는다는 것은 바로 또 하나의 지상파방송사 같은 전국방송이 탄생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편성이나 광고에서 지상파처럼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지상파를 능가하는 영향력과 수익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수익창출 면에서는 종합편성채널에 미치지 못하지만 뉴스를 자신들의 시각대로 생산하고 유포해서 시장지배력을 확산시킬 수 있는 보도채널의 위력도 막강하다. 종합편성채널과 보도채널의 허가에는 이러한 엄청난 특혜 논란이 있어 지금까지 승인이 보류되어왔던 것인데 정부 여당의 의도대로 족벌신문이나 대기업이 진출하게 된다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역시 지역방송이 될 것이 분명하다.

<경향신문> 2009년 1월 23일 '오피니언'
<경향신문> 2009년 1월 23일 '오피니언'

한정된 광고시장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자본력을 갖춘 경쟁매체가 시장에 새롭게 등장하면 지역방송 같은 경쟁이 취약한 매체의 광고가 제일 먼저 사라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역방송인들이 거리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이유

이처럼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미디어관련 법은 자신들이 선전하는 것과는 달리 지역 언론을 살리기는커녕 지역 언론을 철저히 죽이는 법안이다. 지역 언론이 사라지면 지역사회도 무너지게 된다. 지역에 있는 인구 절반의 목소리와 요구를 수렴할 통로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지역차별과 소외는 더욱 심화되고 지역주민들은 말 그대로 촌놈 처지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우리 지역방송인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놓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 여당이 미디어 관련법 통과에 조바심을 내면 낼수록 국민의 의혹은 짙어가고 저항은 더욱 거세 질 것이다. 국민과 진정으로 소통하며 안정적인 정치를 하고 싶다면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어리석은 꿈에서 하루빨리 깨어나기 바란다. 그 꿈의 대가가 정권을 내놓는 참담한 현실이 되지 않도록 말이다.

글. 이영환 (대구MBC 편성기획실 프로듀서, leeyh@dgmb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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