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시장 내 수산물시장 '몰래 매각' 논란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입력 2013.01.3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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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법인 경명학숙, '경명시장' 매각..."재건축, 합법" / 상인회 "생계 위협, 매각 철회"


칠성시장 내 수산물시장으로 유명한 경명시장의 운영법인 '경명학숙'이 시장 부지와 건물을 상인들에게 사전 고지하지 않고 매각해 논란이 일고 있다. 상인회는 "몰래 계약은 부당하다"며 "매각 철회"를 촉구했지만, 경명학숙 측은 "합법적 매각"이라며 "되돌릴 수 없다"고 반박했다. 

대구 북구 칠성동에 있는 '칠성종합시장'은 대구의 대표적 전통시장 중 하나로 지난 1946년 북문시장이란 명칭으로 첫 상설 시장이 개설됐다. 현재는 경명, 북문, 삼성, 칠성, 대성, 대구청과, 칠성상가시장 등 모두 7개 시장으로 구성돼 있고, 수산물, 과일, 채소, 축산물, 의류, 가구, 분식, 꽃, 철물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운데, 경명시장은 칠성시장의 대표적 수산물시장으로 지난 1972년 지상 3층, 연면적 800평의 등록시장으로 개설됐다.

칠성종합시장 내 '경명시장'(2013.1.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칠성종합시장 내 '경명시장'(2013.1.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특히, 경명시장 부지와 건물은 대구경명여자중.고등학교 학교법인 '경명학숙'이 소유하고 있어 경명시장 상인들은 40여년 동안 매일 최소 1만원부터 최대 3만원까지 점포규모에 따라 운영비를 내고 계약관계를 맺어왔다. 현재는 경명시장 건물 내에만 50여명의 상인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주변 노점까지 더하면 15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지난 해 12월 경명학숙 측은 계약기간 3년 중 2년이 남은 시점에서 상인들에게 매각 사실을 사전 고지하지 않고 시장 부지와 건물을 37억원에 서울 모 건설 시행사에 매각했다. 이에 따라, 시행사는 올 2월 말 계약 절차가 완료되면 경명시장 부지 건물을 없애고 지하 3층, 지상 7층짜리 대형 빌딩을 짓기로 했다. 

경명시장 내부...대부분이 수산물을 장사하고 있다(2013.1.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명시장 내부...대부분이 수산물을 장사하고 있다(2013.1.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경명시장 상인회는 박기수 경명학숙 이사장을 만나 "생계를 위협받는다"며 "매각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경명학숙 측은 "임시시장을 설립해 소상인의 피해를 줄일 것"이라며 "매각은 되돌릴 수 없다"고 주장해 양 측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수십 년 동안 장사를 해온 상인들은 한 순간에 생업을 잃고 거리로 나앉게 생겨 크게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경명시장 상인회는 지난 28일 경명여자중학교 앞에서 '경명학숙 규탄 집회'를 열고 "경명시장에 대한 매각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명시장에서 3대째 수산물 장사를 하고 있는 이상원 경명시장 상인회장은 "박기수 이사장은 '상인들 동의 없이 부지 매각은 없다'고 약속을 했다. 그런데, 우리를 속이고 몰래 매각을 주도했다. 부당하다"며 "길거리로 나앉게 생긴 시장 상인의 고통을 안다면 당장 매각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명시장 상인회, '매각 철회 촉구' 집회(2013.1.28.경명여자중학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명시장 상인회, '매각 철회 촉구' 집회(2013.1.28.경명여자중학교 앞)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또, "상인회가 계약 철회에 따른 위약금보다 더 많은 돈을 줄 수도 있다. 그러니 제발 다시 한 번 생각하라"며 "정부도 전통시장을 살리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교육을 담당하는 학교재단이 상인들에게 알리지도 않고 돈을 좇아 일방적 매매를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시민들에게 40년 동안 수산물을 팔아온 경명시장을 재개발이란 미명하에 사라지게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경명시장에서 15년 동안 수산물 장사를 해온 심모(57)씨도 "재건축이든 재개발이든 사전에 알려줬어야 했다. 먹고 살 길은 이것 밖에 없는데 이럴 순 없다"며 "인터넷에 매각 정보를 올렸다 해도 인터넷을 할 줄도 모르는데 어떻게 그 사실을 알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소유주가 바뀌면 계속 장사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며 "칠성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 임시시장을 만들 곳도 없기 때문에, 쫓겨나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씁쓸해 했다.  

경명시장 건물 밖 수산물을 파는 노점들(2013.1.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경명시장 건물 밖 수산물을 파는 노점들(2013.1.28)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면, 경명학숙 측은 "도의적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법적인 문제는 없다"며 "매각을 철회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박기수 경명학숙 이사장은 "상인들의 안타까운 상황은 알지만 이미 매각이 됐고 위법 상황도 없었다"며 "소상인들에 대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강수 경명학숙 행정실장은 "40년 이상 노후화로 건물 안전이 위험하고 적자도 심각하다. 재건축을 통해 현대식 건물로 변화를 주려는 것일 뿐 재개발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공매정보 포털 사이트 '온비드'에 매각 정보를 올려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했다"며 "합법적 절차를 통해 매각을 진행했다. 부당 매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 기관이 약속을 번복할 수는 없다. 당장 공사가 진행되는 것도 아니고 공사가 진행돼도 임시시장을 설치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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