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으로 몰려 옥살이 중 숨진 경북 피학살자 유족회장에 대한 진실규명이 63년 만에 이뤄졌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에 26일 확인한 결과, 지난 16일 제76차 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북 피학살자 유족회 회장에 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규명 대상자 고(故) 신모씨는 지난 1960년 4.19 이후 경북 피학살자유족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1960년 박정희 정권의 5.16 군사쿠데타 전후로 경찰에 의해 연행돼 1961년 9월 27일 서울형무소에 입감됐다. 같은 해인 1961년 10월 31일 입감 중 폐결핵과 영양 실조로 서울형무소에서 사망했다.
진화위는 진실화해위원회 관련 사건 기록과 국군방첩 사령부 존안 자료, 대상자 판결문 등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5.16을 전후로 경찰에 연행된 신씨가 '월북 간첩'으로 조작됐음을 확인했다. 또 4.19 이전부터 민간인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는 특무대에 의해 영장 없이 구금되었던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이 민간인을 간첩으로 조작하고 감옥에 가둔 전체 과정이 불법인 셈이다.
진화위는 "수사 과정에서 월북 간첩 조작과 불법 구금 등을 확인해 국가의 인권침해를 확인하고 진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유가족은 63년 만의 진실규명 결정을 환영했다. 재심 청구도 검토 중이다.
손자인 신윤식(82)씨는 "포기하고 있던 상태에서 국가가 뒤늦게라도 진실규명 결정을 내려줘서 마음이 편하다"며 "모든 가족과 지인들이 도움을 준 덕분이다. 다들 고생했다"고 26일 <평화뉴스>와 통화에서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가 간첩으로 몰려 억울하게 감옥에 끌려간 것에 대해 국가를 상대로 재심 재판도 검토할 것"이라며 "일단 가족들과 이야기 해보고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실규명이 된 고인 신모씨는 지난 1950년 7월 대구 동구에 살던 아들 신모씨가 '보도연맹원'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실종되자, 아들을 찾기 위해 경북유족회를 만들어 1기 회장을 맡아다. 아들은 한국전쟁 전후 국가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로 70여년 지난 지금까지 생사가 불분명하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은 전국 유족회 활동을 전면 금지시키고 '반국가단체'로 낙인 찍었다. 그럼에도 신씨는 계속해서 유족회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신씨와 삼촌은 경찰에 끌려갔다. 경찰국, 혁명재판소, 혁명검찰부, 중앙정보부, 육군방첨대 등 국가의 주요 공안 라인이 동원됐다. 죄명은 '월북 간첩' 혐의다. 몇달되지 않아 신씨는 주검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신씨 가족은 이 사건 이후 '간첩' 연좌제에 묶여 큰 고통을 겪었다. 그리고 손자인 신윤식씨는 지난 2022년 4월 제2기 진화위에 가족 3대와 관련한 '진실규명신청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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