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형편이 어려워 교육비 지원을 신청했지만 두 아이 모두 탈락했다. 부모 심정이 어떻겠나. 애매한 기준 만든 복지부나 무조건 적용한 교육청과 교육부 모두 자질이 없다. 부모만 가슴앓이 한다"
고등학교 2ㆍ3학년 두 아이의 아버지인 이모(48.대구 수성구 만촌동)씨는 14일 이같이 말하며 정부의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자가 주택이 없고 부채만 1억원가량 있어 소득재산이 '마이너스'지만 지원 대상에 탈락해 두 자녀 1년 교육비 5백만원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기준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내가 저소득층이 아니면 누가 저소득층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교육비 지원 기준'과 관련해 학부모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소득재산이 '마이너스'인 가구가 저소득층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지원 대상에서 탈락해 교육비를 내야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올 1월 '저소득층 4대교육비지원 사업'을 발표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기준을 정해 학비와 급식비, 방과후 자유수강비, 정보화 수업료 등 4개 분야를 지원하기로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보건복지부가 정한 최저생계비 기준 130%이하(4인 가구 월 소득 155만원) 가구에 학비, 초.중 340%이하(526만원), 고등 260%이하(403만원) 가구에는 급식비 전액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저소득층 선정 기준인 보건복지부 집계 방식에는 부채에 따른 '마이너스' 항목이 없다. 같은 부채를 가진 가구라도 재산 유무에 따라 기준이 차등 적용돼야 하지만 최저 재산이 무조건 '0'원으로만 처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보건복지부 기준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해 교육비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원에서 탈락한 학부모들은 "기준이 잘못됐다"며 "기준을 시정해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시교육청은 "보건복지부 기준을 따를 뿐"이라며 "개별 구제는 어렵다"고 답했다.
교육부 박성수 학생복지정책과장은 "복지부 저소득층 산출기준에는 부채에 따른 '마이너스' 항목이 없다"며 "법령으로 정해진 시스템이기 때문에 교육부도 이를 따를 뿐"이라고 설명했다. 또, "부채가 많다 해서 저소득층은 아니다"며 "오히려 역진현상 위험이 있어 당장 기준을 시정키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청이 보완책을 마련 중이니 정말 생계가 어려운 가정은 구제를 받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 유금희 교육복지과장은 "학부모들의 항의방문을 받고 난 뒤 시스템 허점을 알았다. 복지부 기준을 따르다보니 개별적 문제를 파악하지 못했다.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고 해명했다. 또, "처음 시행되는 제도라 미진한 부분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며 "교육부와 상의해 시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모든 가구를 구제할 수 없다"면서 "기준이 변경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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