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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지 않은 '성소수자'의 삶과 사랑
<제5회 대구퀴어문화축제> 미술전시(-6.30), '차별금지법' 토론(21), 문화제(22일)
2013년 06월 17일 (월) 10:51:07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pnnews@pn.or.kr

"나는 서울에 사는 김OO 20살 레즈비언입니다. 나는 여러분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HJ야 사랑해"  
"나는 영국에서 온 게이입니다. 애인과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가 자랑스럽다"
"나는 서울 OO여자대학에 재학 중인 레즈비언입니다. 나는 여러분과 다르지 않습니다"


14일 대구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토마갤러리'에서 '대구퀴어미술전시-여기 퀴어 있다'가 열렸다. 갤러리 입구에 놓여 있는 무지개 색깔 상자에서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고백하는 남성과 여성들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각자 사는 곳도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른 이들은 "나는 게이다", "나는 레즈비언이다"라고 스스로 밝힌 뒤 "당신들과 다르지 않다", "여러분과 함께 살고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 (왼쪽)레즈비언 라디오방송 제작팀 '레주파(Lezpa)'가 만든 '보이스 커밍아웃(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 프로젝트' / (오른쪽)서세진 작가의 '#1연인'(2013.6.14.토마갤러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이 박스는 레즈비언 라디오방송 제작팀 '레주파(Lezpa)'가 만든 '보이스 커밍아웃(성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 프로젝트'로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이를 지지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담고 있는 음성 예술작품이다. 지난 2010년부터 지금까지 3년째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도 녹음파일을 모집하고 있다.

보이스 커밍아웃 상자 옆에는 '여기 레즈비언 있다(HERE COME LESBIANS)'라고 적힌 문구가 동영상과 포스터 작품으로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레즈비언 아티스트 그룹 '읻다(ITDA)'가 2011년부터 '레즈비언의 당당한 커밍아웃'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이다. 서울 종로와 신촌 등 번화가에 이 포스터를 붙여 성소수자들이 특정 장소가 아닌 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여기 레즈비언 있다' 포스터를 관람하는 시민(2013.6.14.토마갤러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갤러리 안쪽 흰색 칸막이로 구분된 비밀스런 공간에는 실제 레즈비언과 게이 커플이 활짝 웃으며 다정하게 껴안고 찍은 사진들이 전시됐다. 서세진 작가가 찍은 이 작품은 모두 일곱 커플의 모습을 담고 있으며 '연인'이란 제목으로 번호만 달리해 전시됐다. 이뿐만 아니라 실제 커플이 일상생활 속에서 연인의 일부 모습을 찍은 평범한 모습도 사진과 동영상물로 제작돼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칸막이를 벗어난 바로 앞 벽면에는 분홍색, 주황색, 붉은색, 보라색 립스틱을 바른 수백개의 '키스마크'가 커다란 전지 위에 가득 찍혔다. '여기 퀴어의 입술이 있다'는 작품으로 '읻다'가 제작했다. 실제로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성소수자들이 립스틱을 바르고 입술 자국을 찍어서 만든 작품이다. 

   
▲ '읻다(ITDA)'가 제작한'여기 퀴어의 입술이 있다'(2013.6.14.토마갤러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 '대구경북성소수자인권모임'이 만든 '퀴어-마인드맵'(2013.6.14.토마갤러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반대편 벽면에는 24장짜리 무지개색깔 A4용지가 한가득 붙어있다. '대구경북성소수자인권모임' 회원 24명이 만든 마인드맵 작품으로 각자가 생각하는 '퀴어'의 정의가 지도를 그리듯 나타나 있다. '친구', '괜찮다', '분홍색', '취향', 'LGBT(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바이섹슈얼(Bisexual), 트랜스젠더(Transgender))', '차별금지법', '나', '자살하지마' 같은 단어가 종이에 적혀 있다. 

성(性)소수자들의 삶과 사랑을 주제로 한 '퀴어(Queer)' 미술전시회가 대구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제5회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와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1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17일 동안 방천시장 토마갤러리에서 '대구퀴어미술전시-여기 퀴어 있다'를 연다. 오프닝에는 시민 100여명이 참석했으며 저녁 7시부터 30분 동안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제5회 '대구퀴어문화축제'의 하나로 오전11시~저녁7시까지 무료로 진행된다. 김미란 작가를 비롯해 김미소, 김태극, 박은희, 서세진, 읻다, 레주파가 출품한 영상, 사진, 설치 작품 25점이 전시된다. 1990년대부터 성소수자를 주제로 출간된 잡지와 만화, 소설, 에세이도 선보인다.  

   
▲ '성소수자'를 주제로 한 국내 출판물 전시 코너(2013.6.14.토마갤러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퀴어(Queer)'란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말로 이들의 정체성과 차이를 인정하고 시민 권리를 촉구하는 행사는 미국 시카고의 '프라이드 퍼레이드', 브라질의 '게이프라이드' 등 해마다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구와 서울 2곳에서만 매년 열리고 있다.

특히, 대구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올해 하루 동안 문화제만 펼쳤던 예전과 달리 미술전시와 토론회, 문화제・퍼레이드 등 3가지 분야로 축제를 확대했다. 미술전시를 시작으로 오는 21일 저녁7시에는 대구MBC 강당에서 지난 2월 민주통합당이 발의한 '차별금지법안(학력・혼인・종교・정치적 성향・전과・성적지향에 대한 차별을 금지)'이 보수 기독교단체 반발로 무산된 것과 관련해 '차별금지법안 제정 논란' 토론회를 열고, 22일에는 동성로에서 퀴어문화제와 자긍심 퍼레이드(행진)를 펼칠 예정이다.  

   
▲ 김미소 작가의 <사람의 기원>...'우리는 과연 이것은 옳은 사랑이고 그른 사랑임을 구분지을 수 있는가(작가의 설명 중)'(2013.6.14.토마갤러리) / 사진. 평화뉴스 김영화 기자

전시 기획자 김미란 작가는 "각자의 퀴어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 퀴어란 무엇인가. 대구-미술-퀴어가 대화의 장을 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고민으로 전시회를 열었다"면서 "우리 주변에서 평범한 모습으로 사랑하며 살고 있는 그들을 인정하고 오해를 없앨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박은희 작가는 "나에게 퀴어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세상과의 연결 고리다. 성적소수자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데 두려움을 갖지 말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문을 열길 바란다"고 했다.

배진교 조직위원장은 "차별금지법과 군형법 제・개정 논란 때문에 성소수자 이슈가 수면 위로 올랐다. 좋든 싫든 시민들의 관심도가 높다"며 "미술전시와 축제를 통해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그들 역시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일깨울 수 있는 소통과 대화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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