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지하철 희생자 묘역, 재검토를 제안한다
(10.27.대구경실련)

평화뉴스
  • 입력 2004.10.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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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지하철참사 희생자 묘역 등에 대한 재검토를 제안한다.


희생자대책위원회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는 인근 주민들의 반대와 대구광역시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등 법적 절차의 지연으로 대구광역시와 희생자가족들이 합의한 수성구 삼덕동의 2.18지하철참사 희생자 묘역 조성이 계속 표류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국민안전체험관' 건립 역시 입지도 결정되지 않고 있다. 주검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한 억울한 희생자들이 아직까지도 영면할 땅을 찾지 못하고 있고, 묘역 등에 대한 갈등 등으로 지역사회 전체의 몫이 되어야 할 지하철참사의 교훈마저도 희석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경실련은 2.18지하철참사 직후 희생자 추모, 진상과 책임규명, 안전한 지하철 만들기 등의 활동을 전개한 '2.18지하철참사 대구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에 참여하고, 조해녕 시장 퇴진운동을 전개한 바 있는 우리는 이 문제들과 관련한 하나의 주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성구 삼덕동의 희생자 묘역 선정이 대구광역시와 희생자가족들이 합의한 사항이라는 등의 이유로 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의 해결이 뚜렷한 대책도 없는 상태에서 더 이상 지연되거나, 지하철참사에 대한 지역사회의 교훈을 희석시키는 갈등의 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이와 관련한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희생자 묘역 선정은 전면 재검토되어야 한다.

2.18지하철참사 희생자 묘역의 조성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사죄와 다시는 어처구니없는 대참사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역사회의 각오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는 지역사회 전반이 합의한 일이다.

따라서 묘역 조성의 의미를 온전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입지 역시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희생자대책위원회의 설득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수성구 삼덕동은 희생자 묘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우리들의 판단이다. 그 자체로 희생자 묘역 조성의 취지를 상당부분 상실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한 그 취지를 최대한 살리는 범위에서 희생자 묘역은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조성하는 것이 희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예의이자 지하철참사의 교훈을 훼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수성구 삼덕동의 묘역은 주민들이 동의하거나, 주민들의 반대와 관계없이 대구광역시가 조성을 강행한다 하더라도, 대구광역시도시계획위원회의 용도변경 승인 뒤에도 묘역 조성완료까지는 500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희생자 묘역이 수성구 삼덕동에 조성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너무나 많은 시간과 사회적 비용이 소모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대구광역시와 희생자가족들에게 희생자 묘역 조성과 관련하여 시립묘지 등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현가능성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희생자 묘역 조성에 합의하고, 합의 후에도 이의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전개하지 않으면서 희생자 가족들과 인근 주민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묘역 조성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조건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의 분명한 입장 표명과 이에 대한 사과가 전제되어야 한다.

2. '국민안전체험관'은 실질적인 안전효과, 관련시설과의 인접성, 시민들의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건립되어야 한다.

'국민안전체험관'이 대형사고다발지역, 안전불감지대라는 대구지역의 오명을 극복하고, 시민들의 안전의식과 안전사고에 대한 대처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명실상부한 안전교육장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시설의 내용과 그 활용방법이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내용과 그 활용방안에 대한 토론보다는 희생자 묘역과 관련한 입지 선정이 쟁점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우리는 '국민안전체험관'의 입지는 희생자 묘역과 관계없이 관련시설과의 근접성, 시민들의 접근성 등 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곳에 건립하고, 2.18지하철참사를 되새길 수 있고, 명실상부한 안전 체험 교육장이 될 수 있는 시설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제안한다. 그리고 필요한 경우 국민성금의 일부에 '국민안전체험관'에 건립할 것을 검토할 것도 제안한다.

3. 국민성금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2.18지하철참사와 관련한 국민성금은 보건복지부 '국민성금 배분계획'에 의해 대구광역시가 유가족 등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배분하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과정에 의해 총 670억원의 국민성금 중에서 501억원이 사망자 및 부상자 특별위로금으로 배분되었고, 32억원이 유가족 및 부상자 직접지원경비, 137억원이 묘역 조성 등 추모사업비로 사용되었거나 쓰여질 계획으로 있다.

그런데 유가족 및 부상자 직접지원경비의 사용용도 중에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항목이 포함되이 있고, 이러한 양상이 추모사업비의 사용과정에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우려한다. 따라서 우리는 대구광역시의회의 참여 등 국민성금 사용에 대한 합리적인 절차를 마련할 것을 제안한다.

나아가 우리는 국민성금의 상당부분을 '국민안전체험관' 건립에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 국민의 성금으로 '국민안전체험관'을 건립하는 것이 최선의 추모사업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는 치료 대책이 미진한 부상자 치료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2.18 지하철참사 묘역 입지 등은 대구광역시와 희생자대책위원회가 합의한 사항이기 때문에, 그 내용에 문제가 있더라도 어느 한쪽이 그것을 번복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 합의를 지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거나 그것을 지키는 것보다 번복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이러한 인식아래 우리는 희생자 묘역 등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2.18지하철참사 희생자 묘역 등의 문제는 대구광역시와 희생자 가족들 사이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과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문제에 관한 한 지역사회의 각계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추모사업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구광역시와 희생자 가족들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지역사회의 구성원이자, 2.18지하철참사 관련 활동의 주체중의 하나였던 우리는 이를 깊이 반성하며, 묘역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호소한다. 또한 이를 위한 대구광역시와 희생자 가족들의 적극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2004년 10월 26일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석성우·전호영·조기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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