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장관을 고발한다!"

평화뉴스
  • 입력 2004.10.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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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뇽소송 대구시민행동, 대구지검에 환경부장관 고발
"합의 어기고 환경부 단독으로 현장조사...직무유기"
...지율스님, 다시 단식농성 돌입


오늘(10.27) 오전 10시 [도롱뇽소송 대구시민행동] 10여명이 대구지방법원에 모여 기자회견을 연 뒤, 환경부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오늘(10.27) 오전 10시 [도롱뇽소송 대구시민행동] 10여명이 대구지방법원에 모여 기자회견을 연 뒤, 환경부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대구지방검찰청에 제출했다.


경상남도 양산의 천성산에 고속철이 관통되는 것을 둘러싸고 각 지역의 환경단체들이 '도롱뇽소송 시민행동'을 꾸려 반대 운동을 계속하는 가운데, 오늘(10.27) 오전 이들 단체들이 곽결호 환경부장관을 "환경영향평가 위반과 공무원 직무유기" 등을 이유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번 고발은 서울과 부산 등 5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이뤄졌는데, 대구에서는 [땅과 자유], [풀꽃세상을 위한 대구모임] 등 5개 단체로 이뤄진 [도롱뇽소송 대구시민행동] 회원 10여명이 오전 10시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대구지방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는 지난 8월 26일 지율스님이 58일간의 단식을 풀면서 환경부가 "시민단체와 고속철도관리공단과 함께 공동조사단을 꾸려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최근 이 약속을 어기고 단독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한 데서 비롯됐다.

환경부는 지난 9월 자체 선정한 전문가 3명에게 사흘 동안 경부고속철 천성산 구간의 현장조사를 맡겼고, 지난 10월 19일 "고속철이 관통해도 지하수와 습지가 영향 받을 가능성은 없다"는 내용으로 부산 고등법원에 결과를 제출했다.

결국 '고속철 천성산 관통구간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신청'의 항소심을 진행하고 있는 부산고법은 지난 25일 재판일정 등의 문제를 들어 심리를 종결하고 그동안 심리를 진행하며 조사한 내용과 환경부에서 제출한 의견서 등을 바탕으로 다음 달 중순에 재판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율 스님을 비롯한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반대대책위원회]와 지역의 환경단체들이 크게 반발하며 나섰고, 오늘 전국 동시다발로 환경부장관을 검찰에 고발하는데 이르렀다.

[도롱뇽소송 대구시민행동]은 오늘 열린 기자회견에서 "환경전문가 공동조사단을 꾸리기로 한 기존의 합의 사상을 파기해 법원의 감정평가를 취소하게 만든 환경부에 잘못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곽결호 환경부장관을 환경영향평가 위반혐의와 공무원의 직무유기혐의로 고발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환경부와 고속철도공단의 잘못뿐 아니라 법원도 현장감정을 취소해 천성산 문제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면서 "환경부는 즉시 사죄하고 시민단체와 함께 천성산 환경영향평가 재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사법부 또한 국가의 직무유기 등에 대해 공정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를 비롯한 서울, 대전, 부산, 광주 등 5개 지역의 시민행동이 해당 검찰청에 고발장을 접수한데 이어, 지율스님은 오늘부터 부산시청 앞에서 다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대국민 호소문

지금 이 땅을 통치하는 것은 ‘경제’라는 이름의 유령이다.
이 땅에서 “경제가 어렵다”는 말보다 강력한 주술을 가진 언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경제 유령’은 정치권력을 조종하며, 무자비한 경쟁 논리로 힘없는 일체의 것들을 따돌리며, 개발 논리로 온 산천을 파헤치며, ‘국익’의 이름으로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는 명분으로 군림한다.

이 ‘경제 유령’에 결박당한 채 우리들은 깊은 망각 속에서 꿈속의 인간처럼 살아간다. 그리하여 우리는 지난 50년 전보다 100배 이상 커진 물질적 풍요로움 속에 살아가지만 스스로 일구어 온 삶의 조건들에 만족하고 감사하지 않으며 다만 긴장과 적의에 찬 나날을 살아간다.

무지개를 보면서 무지개 내린 연못에 머리를 감고 출가하였다는 비구니 지율 스님.
스님이 지난 3년여 시간동안 경부고속철도의 한 구간으로 관통당할 위기에 처한 천성산을 지키기 위해 극한의 고행 속에서 상대해야 했던 것은 바로 우리 마음속에 깊이 또아리 틀고 앉은 ‘경제 유령’이었고, ‘천개의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고 천개의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는’ 무명(無明)의 어두움이었다.

대통령은 허장성세를 부렸고, 약속을 뒤집었고, 그러면서도 태연스러웠다. 건설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돌격대가 되었고, 환경부는 그들의 충직한 하수인을 자임하였다. 그리고 지율 스님은 거대 언론들의 외면과 공격, 인간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극한의 고행을 마치 진기명기 구경하듯 호기심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무지 속에 서있어야 했다.

무엇보다 지율 스님은, 그저 적당히 하고! 이제 그만 그쳐주기를 바라는, 스님의 단호한 걸음걸이를 쫓아갈 수 없었던 이 많은 범부들의 망설임과 좌절이 안겨주었을 번민 속에서 더욱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율 스님의 비폭력적인 실천은 우리 사회의 많은 양심적인 시민들의 죄의식의 심연을 건드렸고, 삶에 대한 책임과 성실성을 깨우쳤다. 그리하여 ‘도롱뇽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수십만명의 시민이 결집했고, 이들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길을 열어젖히고 있다.

우리는 도롱뇽의 친구가 됨으로써, 천성산이 암석과 토양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자연구조물이 아니라 12개의 계곡과 22개의 고층늪, 그리고 거기에 깃든 수없는 생령들을 품고 살아가는 ‘어머니’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천성산을 관통하는 터널이 토목공학적 과업의 대상이 아니라 바로 어머니의 가슴에 구멍을 뚫는 패륜이며, 그리하여 지금도 쉴 새 없이 이 산천을 파헤치고 갯벌을 메우는 이 모든 개발 사업들이 실은 바로 우리 자신을 허물어뜨리는 자멸적인 행동임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지난여름, 지율 스님은 ‘도롱뇽 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다시 58일간의 단식을 통해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구간의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실시할 것을 요구하였고, 결국 지난 8월 26일 환경부로부터 시민단체와 공단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전문가 검토를 시행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내었다. 이것은 천성산 관통노선의 시비를 가리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절차였다.

그러나 환경부는 지난 9월 13일부터 10월 15일까지 1개월 여간, 일방적으로 자체 선정한 전문가 3명으로 하여금 비밀리에 자료검토를 하게끔 하여, 그것을 소송이 진행 중인 부산고등법원 재판부에 내면서 "천성산에 고속철도가 관통하더라도 습지와 지하수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기습 제출하였다.

우리는 환경부에 관료집단으로서의 자기 안위를 넘어서는 환경보존의 사명감과 생태적 감수성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그들이 국민의 세금을 먹고사는 국가공무원으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양심을 기대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은 공단이 공동 감정에 응하지 않는다는 것을 핑계로 순전히 형식적인 단독조사로 엉터리 결론을 이끌어내고, 이제 재판부를 압박하고 있다.

우리는 환경부의 이같은 비열한 행태에 분노를 넘어 인간적인 서글픔을 느낀다. 법정에서 합의한 공동감정을 끝끝내 거부하면서 두려워하는 공단이나 환경부의 모습은 결국 천성산의 생태적 가치에 관련하여, 터널 공사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도롱뇽 소송인단 쪽의 주장이 옳음을 자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환경부에 요구한다. 환경부는 지난 8월 26일,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 환경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있는 국가기관인가! 그동안 공단측 입장을 옹호해온 보수언론마저도 비판하고 있는 이 비열한 행태에 대해 환경부는 즉시 사죄하고,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천성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재조사를 즉각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제 ‘도롱뇽 소송’은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법부는 법리적 판단을 통해 사안의 시비를 가리는 곳이기에 우리는 이제 고속철도 천성산 관통 문제를 두고 국가 권력이 그간 벌여온 이 모든 기만적인 행동과 권모술수와 직무유기를 사법부가 명쾌하게 심판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재판부는 눈앞의 ‘돈’을 위해 우리의 생존의 토대를 허물어뜨리는 개발의 광풍 속에서 국가 공권력마저 거짓말과 기만적인 술책으로 일관하는 이 어지러운 사태를 바로잡는 마지막 보루로서 오직 진실과 정의의 힘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법부의 올바른 판결을 촉구함과 동시에, 그것을 사회적으로 강력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무엇보다 양식 있는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호소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30만에 육박하고 있는 ‘100만 도롱뇽 소송인단’ 모집에 우리가 힘을 보태는 것은 극한적인 자기희생을 되풀이해온 지율 스님에게 보답하는 일이고 천성산을 살리는 일이기도 하지만, 따져보면 다름 아닌 우리 스스로를 돕는 행동이다.

이 행동은 지금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개발논리와 끝없는 물욕에 사로잡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이 세상의 어두움을 깨는 한 자루 촛불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천성산 어느 계곡에서 놀고 있을 한 마리의 작은 도롱뇽이 다만 멸종위기에 처한 양서류 동물이 아니라 실은 깊은 망각 속에 버려져온 ‘본래의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 우리 각자는 깨달아야 한다. 도롱뇽이 사라지면 머지않은 장래에 우리 자신 또한 사라지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진실이다.

100만 시민이 밝히는 촛불로 도롱뇽 소송에서 승리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는 우리의 삶에 새로운 희망을 위한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자기 자신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해서 이러한 희망을 만들어내는 일에 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이 주의를 집중하여 기꺼이 동참해줄 것을 우리는 간절한 마음으로 기구하고, 또 기구한다.

2004년 10월 27일
도롱뇽 소송 시민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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