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주민 불편보다 조망이 우선?"

평화뉴스
  • 입력 2004.10.2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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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아양교 보도교 '개선' 권고..."보도교 기울기.최단거리 원칙 어겨"
김세곤 도시국장, "조망을 보존하는 것이 가장 중요"...시민단체 "시설 개선 촉구"


지난해 만들어진 대구시 동구 아양교 보도교. 경사가 높아 장애인과 노인 등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해 만들어진 대구시 동구 아양교 보도교. 경사가 높아 장애인과 노인 등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시민불편을 겪고 있는 대구시 동구 아양교 보도교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시설개선을 권고했지만 동구청은 '조망이 우선'이라며 개선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어제(10.28) "아양교 보도교 설치가 노인과 장애인, 임산부 등의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면서 대구시장와 동구청장에 대해 "보도교를 철거하거나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성을 고려해 시설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권고문에서 "아양교 보도교는 편의시설의 최단거리 이동 원칙에 위배되고, 보도교 기울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최대 기울기를 적용해 관련규정을 어겼다"면서 "대구시와 동구청은 기존의 원활했던 교량을 경관을 위해 인위적으로 아치형으로 만들어 이동권 등 심각한 인권침해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고문을 받은 동구청은 "일부 노약자와 장애인이 불편하다고 해서 당장 보도교를 고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 동구청 김세곤 도시국장은 "시행규칙에 맞게 시공했고 주민들도 그 경관을 충분히 아름답다고 여기고 있어 조망을 보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국장은 또, "일부 장애인이 불편을 겪고 있다면 약간의 시설은 보완해야겠지만, 국가인권위의 권고 내용이 실제로 타당한 것인지 먼저 조사한 뒤 조망시설의 미관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동구청은 지난해 9월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위해 아양교 양옆의 평탄한 인도 가운데 한쪽을 아치 형태로 개조해 '보도교'를 만들었다. 하지만 출발지점부터 경사가 급해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올라갈 엄두도 못 낼 정도고, 경사가 긴 시설의 경우 중간에 사용자가 쉴 수 있도록 평탄한 공간인 '참'을 만들어야하지만 그런 공간도 갖춰져 있지 않다.

또, 난간의 손잡이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아 노약자나 장애인은 신호등을 몇 개씩 건너더라도 반대쪽의 평탄한 교량을 이용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눈이나 비가 올 경우에는 일반인들도 미끄러질 위험이 커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

동구 지저동의 이상태(72)씨는 "나이 들어 걷기도 힘든데 한쪽 인도를 높인 뒤부터는 신호등을 네 개나 건너서 반대쪽 인도를 이용하고 있다"면서 "돈까지 들여가며 불편하게 만드는 걸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증장애 때문에 휠체어를 타고 보도교를 넘은 하용준(23)씨는 "건너는 것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오르막이 힘들었고, 내리막 경사도 너무 가팔라 뒤에서 동료가 브레이크를 잡아주지 않았다면 넘어졌을 게 뻔하다"면서 "장애인과 노약자는 항상 돌아가서 가란 말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구장애인연맹 등 4개 단체는 오늘(10.29) 오전 10시 아양교 보도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구청에 보도교 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대구장애인연맹 등 4개 단체는 오늘(10.29) 오전 10시 아양교 보도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시와 구청에 보도교 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이런 불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대구시와 동구청에 대해 시민단체는 오늘(10.29) 오전 10시 아양교 보도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즉각적인 시설 개선을 촉구했다.

[대구장애인연맹]과 [대구참여연대 동구주민회], [장애인지역공동체], [질라라비 장애인야간학교] 등 4개 단체 10여명은 오늘 기자회견에서 "대구시와 동구청은 장애인 이동권을 무시한 보여주기식 행정을 중단하라"면서 "보도교를 즉각 철거하고,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다시 한번 철저히 조사해 미흡한 부분의 대책을 강구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보도교 시설 개선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곧 대구시와 동구청에 공개질의서를 내기로 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배선희 기자 pnsun@p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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