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워도 밝게 생활하는 '나눔의 집' 사람들

평화뉴스
  • 입력 2004.01.2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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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다는 생각에 주위를 둘러보고 작은 일에도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갑니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4동 경신고등학교 정문 앞 주택가에는 대문 옆에 ‘나눔의 집’이라고 새겨진 조그마한 나무 푯말을 내건 가정집이 한 채 있다.

이곳은 평생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으며 늘 죽음과 사투를 벌이고 살아가야 하는 신장장애우(내적장애 2급) 8명의 보금자리인 ‘나눔의 집’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인들과 다를 것이 없는 이들은 어느 장애인보다 육체와 정신적 고통을 참아내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다.

나눔의 집 식구들은 몸속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신장에 이상이 생겨, 이틀에 한 번씩은 병원을 찾아가 주사바늘을 꽂고 몸속의 혈액을 빼낸 뒤 수분을 걸러내고 다시 넣은 혈액투석치료를 4시간씩 받아야한다.

때문에 팔뚝에는 온통 주사바늘 자국으로 멍이 들어 있거나 굳은살이 박혀있고 음식을 먹어도 배설할 수 없어 먹고 싶은 음식은 고사하고 물조차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이 배울 만큼 배우고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리며 살아오다 신장질환을 앓고 난 뒤부터 가족과 이웃들에게 버림받은 이들은 지난 1997년부터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1998년 이들이 모여 살던 집이 헐려 밖으로 나앉게 되자 지금 이들을 돌보고 있는 장진영(여·53)회장이 자신의 사비를 들여가며 보증금 1000만원에 35만의 월세를 내고 있는 지금의 쉼터를 마련, 지금까지 이들을 돌보고 있다.

현재 나눔의 집은 비인가 시설이라 시나 구청의 지원을 기대하지도 못해 이 곳의 운영은 모두 장회장의 몫인데다 아직 신장장애인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부족으로 정기적인 후원자도 아직 없다.

그래도 이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항상 “나보다 어려운 이웃이나 힘든 사람들을 걱정하고 작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지낸다”고 한다.

이 곳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왕모씨(63)는 “언제 죽을지, 언제 이 곳에서 쫒겨 날지 모르지만 힘들다고 불평해도 누가 알아주기나 하나요. 서로를 가족이라 생각하며 우리끼리라도 의지하며 사는거지”라며 밝게 웃어 보였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외면당하고 마음의 문을 닫고 지내던 나눔의 집 식구들이 서로를 ‘형’, ‘누나’로 부르며 한 가족처럼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밝게 지내는 것은 다 장회장 덕분이다.

장회장은 “몸은 장애인일지 몰라도 정신만큼은 일반 사람들 보다 더 밝게 살아야 된다”고 늘 이들에게 자연스러운 대화로 인성교육을 한다.

설 연휴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안에서만 시간을 보낸 나눔의 집 식구들은 힘든 것이 없냐는 얘기에 “어느 독지가가 기름을 넣어줘 냉방에서 자지 않아도 되고 마당 김장독에 김장 김치도 있다”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삶을 살고 있지만 이렇게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구신문 최태욱기자 choi@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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