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대학 직원, “눈물이 산처럼 흘렀다”

평화뉴스
  • 입력 2005.04.05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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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D대학 노조,
“총장의 인격모독.성희롱, 직원 88% 모멸감 느꼈다”
“여러차례 당부했지만 고쳐지지 않아...사퇴 여부, 총장 스스로 결단해야”

총장에게 겪은 인격모독 사례를 털어놓는 K씨
총장에게 겪은 인격모독 사례를 털어놓는 K씨
토요일 여느 때와 같이 직원들이 모두 출근해 있었는데, 심기가 별로 편치 않아 보이던 총장은 이런 저런 일로 직원들을 나무랐다. 갑자기 직원 전체를 다 일어나 앞으로 나오라고 하시더니 학교홍보물을 담는 종이가방의 종류가 다양하지 않다며 왜 직원 스스로가 무언가를 제안하지 않는지에 대해 언성을 옾여 나무랐다. 손목시계 하나 정도가 들어 갈 수 있는 작은 가방을 만들라는 지시와 함께 모두 “모두 들어가!”라고 했고, 돌아서서 넋나간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는 직원들을 향야 “생선 대가리 같은 것들!”이라는 모멸찬 어투의 말이 들려왔다.

순간, 갑자기 하늘이 노랗게 변하며 눈물이 핑돌았다.
얼굴이 붉어지며 참을 수 가 없었다. 화장실을 향해 나가는 나를 다시 불렀다. 그 자리를 모면하고 싶어 못들은 척 했다. 다시 한번 “안 들어와!”하는 고함소리가 들렸고, 눈물이 흐르며 참을 수 없는 모멸감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다시 돌아와 총장 앞에 섰다. 손에 들고 있던 종이로 얼굴을 가렸다. 눈물이 흘러 어쩔 수가 없었다. “종이 안치우나?”하고 다시 고함소리가 들렸다.

정말 다시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결국에는 종이를 치우고 바닥에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지켜보며, 이것 저것 주섬주섬 건네주는 신문조각들을 받아들었다.(그 신문 조작들은 총장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릴 글들이 담긴 조작이었다. 그 신문조작이 그렇게 중요했는지, 여성으로서의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켜줄 수 없었는지, 꼭 그 순간에 만신창이 도니 나를 불러 전해줄 만큼 그렇게 대단한 것이었는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하겠다.) 눈물이 산처럼 흘렀다.

그 때 우리 방의 모든 직원들이 숨죽여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봤고, 아마 인간이라면 그 순간 누구나 나와 같은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작은 종이가방 만들자는 제안을 먼저 하지 않은 것이 그렇게 험한 소리로 면박을 당할만큼 잘못된 일이었는지. 그리고 우리 사무실 분위기가 먼저 뭔가를 제안할만큼 자유로웠던 적이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D대학 비서실에 근무했던 30대 후반의 K씨가 증언한 내용이다. 결혼해 자녀까지 둔 K씨는 총장에게 당한 모멸감을 이기지 못해 또 다시 울먹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3.29) 대구지방노동청에 총장을 고소한 경북 D대학 노동조합은 오늘(4.5) 오전 대구여성회 강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K씨의 경우를 비롯해 이 대학 총장에게 당한 인격모독과 성희롱 사례 16가지를 밝혔다.

성희롱 사례를 전하는 여직원들
성희롱 사례를 전하는 여직원들
오늘 기자회견에는 D대학 전체 노조원 180여명 가운데 100여명이 대거 참석했는데, K씨를 비롯한 5명의 남녀 직원은 총장에게 당한 경험담을 직접 털어놓기도 했다.

경험담은 대부분, 이 대학 총장이 여성에게 심한 수치심을 느끼게 하거나 남녀 직원을 무시.비하하는 말들이었는데, 사례가 발표되는 과정에도 여러 직원들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격분하기도 했다.

특히, 여직원이나 여학생들을 성상품화하는 듯한 발언 뿐 아니라, 차마 입에 담기도 서글픈 말들을 많이 들었다고 직원들이 전했다.

“총장 취임초기, 사범대학 강당에서 직원회의가 있었다. 총장은 이날 포상대상 직원들에게 ‘알림이(대학 홍보도우미 학생)’ 여학생을 시켜 꽃다발을 전달하도록 하면서, ”이왕이면 이쁜 여자가 주는게 좋지 않으냐“고 하면서, 수상자들을 껴안아주라고까지 주문했다. 참석자들은 굉장히 불쾌했으며, 성희롱적 요소가 있지 않나 생각됐다”

또, 총장은 직원들에게 인격을 모독하는 말들을 많이 했다고 한다.
“생선 대가리 같은 것들”, “대가리 쳐들어라”, “모가지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 당장 핸드폰 모가지에 걸어!”, “이 돌대가리들”,“눈까리 어디로 달고 다녀!”, “클래식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 “세계 10대 건축가도 모르는 무식한 것들”

이 대학에서만 20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40대 후반의 L씨는 “너무 수치스럽고 나 자신이 비참해 어디가서 말도 못하고 속만 태웠다”면서 “직원들을 무시하는 총장의 태도를 보면 정말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의 한 직원은 “기자회견을 한다기에 나오기는 했지만, 행여 우리 가족들이 내가 이렇게 사는지 알까 싶어 괴롭다”고 털어놨다.

인격모독.성희롱 자료를 들어보이는 김현수 노조위원장.
인격모독.성희롱 자료를 들어보이는 김현수 노조위원장.
직원들의 이같이 인격모독과 성희롱 제보가 잇따르자, D대학 노조는 지난 3월 15일 임시총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노조원 144명(전체 189명)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총장의 비인격적 대우에 모멸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대답이 88.7%나 나왔다”고 노조측은 밝혔다.

노조는 오늘 성명을 통해 “대학의 수장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될 성희롱.인격모독 문제에 대해 총장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수(사진) 노조위원장은 "그동안 이같은 인격모독과 성희롱에 대해 4-5차례 성명서를 냈을 뿐 아니라, 총장을 만날 때마다 주의와 재발방지를 당부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면서 "총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총장직 사퇴 여부를 총장 스스로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D대학 노조는, 전체 직원 220여명 가운데 노조가입 대상자 대부분이 노조에 가입해 있으며, 지난 3월 29일 ‘부당노동행위(노조전임자 인사. 노조탄압)’와 임금체불(3월분 보직수당 미지급)‘, ’성희롱‘을 포함한 3가지 문제를 들어 대구지방노동청에 이 대학 총장을 고소했다.

글.사진 평화뉴스 유지웅 기자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 D대학교 노동조합 성명서 >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하늘이 있음을, 정의가 살아 있음을 굳게 믿습니다.


오늘 우리 D대학교 직원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현재 학교의 총장인 OOO의 비인간적인 대우와 성희롱 문제를 거론하게 되어 학교 구성원인 직원들의 가슴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오늘의 사태 해결을 위한 이 자리가 향후 대학 발전을 위한 튼튼한 초석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용기를 내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

OOO총장이 취임한 후 지금까지 자행되어 온 직원에 대한 수많은 인격모독과,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수장으로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여학생, 여직원들에게 가한 성희롱 문제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OOO총장의 비인간적인 대우는 취임 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참다 못한 노동조합은 겨우 성명서로 대응했습니다. 그때가 취임 4개월이 되던 때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2003년 10월 29일 학교 교내메일을 이용하여 공개적으로 개선을 요구하였습니다. 그 당시 사무처장은 우리에게 총장은 6개월후 부터는 대외적인 업무만 할 것이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바보같이 다시 일년을 더 참아왔습니다.

그래서 2004년 12월 23일 노동조합총회를 개최하여 개개인이 당한 굴욕적인 인권탄압의 사례들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너무도 심하게 당해 총장이 말하는 ‘지렁이가 꿈틀대는 것은 살살 밟아서 그렇다. 철저히 짓밟아야 꿈틀대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맞습니다. 총장은 살살 밟지 않고 꿈틀대지 조차 못하도록 우리들을 그렇게 짓밟아 놓았던 것입니다. 그래도 하나 하나 자료들을 수집하였습니다. 그렇게 오래도록 수집한 것이 바로 여러분 앞에 있는 그 자료들입니다.

6급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특강자리에서……. 그리고 학교홍보활동을 하는 알림이 학생에게……. 직원회의시 여직원과 알림이 학생들에게 행해졌던 성희롱은 도저히 지성의 전당인 대학에서 그것도 대학 총장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들입니다.

‘생선대가리 같은 것들’이라는 폭언에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는 여직원을 일부러 자기 앞으로 다시 불러 세우고는, 흐르는 눈물을 감추려 가린 마지막 자존심마저 치우도록 하고, 뚝뚝 떨어지는 눈물을 보며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올릴 신문기사를 태연히 건네주는 그런 사람이 과연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에게는 어디에 있던 어떤 자리에 있던 침해받아서는 안되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바로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그 존엄성을 짓밟힌 사람들이 여기 모여 있습니다.
우리가 그저 바라는 것도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그 존엄성을 되찾는 것입니다.

가장 높은 자리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이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폭압 앞에서, 두려워서, 용기가 없어서, 이렇게 늦게서야 여러분들 앞에 설 수밖에 없었음을 너무도 부끄럽게 생각하며 뼈저리게 반성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랍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D대학교가 다시 올바로 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2005년 4월 5일


D대학교 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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