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고간 마음,흩어지는 부드러움”

평화뉴스
  • 입력 2005.04.08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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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골 생명가게] 류인성(43) 운영위원장...
4월 10일, 세번째 나눔장터..."결식 어린이에게 사랑을“


류인성(43) 운영위원장
류인성(43) 운영위원장
감나무골 나섬의집이 대현동에 또아리를 튼지 벌써 만14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 우리의 활동이 걸음마였듯이, 노랑 병아리 같은 미취학 영아들과 함께 하는 탁아방으로 시작해, 몇 해 뒤엔 어린이집과 청소년 공부방도 마련했고, 이젠 중학생들까지도 함께 하는, 그 속에는 작은 변화가 모여 이루어진 세월이 묻어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의 삶에는 “감나무골 나섬의 집”이 작은 모퉁이 돌 역할을 했노라고 되돌아 봅니다. 그것은 성실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가까이 에는 후원식구들이 계셨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현장에는 실무자들이, 테두리엔 “감나무골 새터공동체”가 있었습니다.


“감나무골새터공동체”가 운영하는 “감나무골 나섬의집”은, 양적 팽창의 유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사실은 능력이 부족하였지만) 14년 동안 그 자리에 조그맣게라도 있어야겠다는 끊임없는 몸부림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양적 팽창, 혹은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수량에 익숙해져 있으며 그것이 가치기준이 되고 잣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감나무골나섬의집”의 주체인 “감나무골 새터공동체” 가족들은 양적 팽창보다 인격을 바탕으로 하는 “삶의 질”을 이야기 하였고 “연민의 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라 믿었으며 그 믿음 속에는 자신의 많은 부분의 포기를 요구하는 작은 수도자적 가치기준과 인격에 대한 무한한 애정이 우리를 그 자리에 있게 하였습니다.

그래서, “물건을 팔아 소득을 발생시키는 자본창출이 그 목표인 시장경제를 거꾸로 살아보자”, “물건이 주체가 아니라 사람이 주체인 가게를 열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어려운 분들을 위해 그 무엇을 했다는 자부심보다 그 분들에게서 오는 내적치유인 병든 나의 심성회복에 내가 그분에게 더 고마운 그런 가게.

그 속에는 부서지기 쉬우나 부서진 면면이 날카로운 게 아니라 흩어지는 부드러움으로, 희생과 나눔의 약을 바르면 금새 아물어 치유라는 더 두꺼운 새살이 돋아나는, 사람 냄새가 나는 가게를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장터는 돈이 오가야 제 맛 !'..물건 값을 매기며 즐거워하는 자원봉사자들(2004.4월에 열린 첫 나눔장터). 감나무골 생명가게는 오는 4월 10일 대현성당 마당에서 세번째 나눔장터를 연다.(사진.유지웅 기자)
"장터는 돈이 오가야 제 맛 !"..물건 값을 매기며 즐거워하는 자원봉사자들(2004.4월에 열린 첫 나눔장터). 감나무골 생명가게는 오는 4월 10일 대현성당 마당에서 세번째 나눔장터를 연다.(사진.유지웅 기자)


자본의 논리와 시장경제로는 도저히 이해와 용납이 될 수 없는, 내가 쓰지 않는 물건을(죽은,소비된,깨어지는날카로움,대체,개인) 가져와서 바꾸어 간다는 것(살림,생명, 흩어지는 부드러움, 엮어냄,) 그리고 바꾸어 가는 금액의 절반을 어려운 이웃과 함께(부활, 공동체, 인간의 본질적 가치) 하자는 정말 얼토당토 않는 가게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 가게가 바로 물물교환을 위주로 또 기증 받은 물건도 판매하는 지역의 사랑방 역할과 어려운 분들의 안테나 구실을 톡톡히 하는“감나무골생명가게”입니다.

생명가게를 시작 한지도 벌써 1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처음엔 걱정과 염려가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걱정은 기우에 불과 했습니다. 이 가게를 통해서 흩어지는 분들(이용자수)이 매월 600명이나 되고 자원봉사자가 70여명이나 되는 이쁜 가게가 되었습니다.

가게에서 천원이 천원에 주인을 찾아 떠난 물건 뒤에는 물건을 가져온 정성과 남기고 간 마음이 지역에 어렵사리 사시는 할머니 할아버지 밑반찬으로 돌아간다니 이 얼마나 감사할 일입니까?

이 생명가게를 살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어린이집과 공부방에서 만나 아이들 교육을 함께 고민한 어머니들(감나무골 부모회)과 지역의 부모님들이신 자원봉사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돋보입니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 얼음이 에너지를 받아 물로 변하나 물과 얼음이 다르지 않다는 진리가 그 속에 있듯이, 조물주의 모상데로 창조된 인간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진리의 힘, 이제 그 힘을 업어 이 아름다운 봄에 세 번째 알뜰 장터를 열고자 합니다.(4월10일 대현성당마당) 올해에는 우리농산으로 만든 우리 먹거리 장터도 열 계획을 함께 합니다.

이봄에 내적 치유의 행복을 만끽 하지 않으시렵니까?

류인성(감나무골 생명가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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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골 생명가게>는, 대구시 북구 대현2동 '감나무골'에 있는 상설물물교환센터로, 나눔의 생활문화와 재활용실천의 지역공동체운동을 지향하는 지역복지공간입니다. 생명가게는 <감나무골 나눔과 섬김의 집>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상근실무자인 이유자(엠마), 윤주수(요셉)씨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의 자원봉사로 꾸려가고 있습니다.

마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감나무골
마을 높은 곳에서 내려다 본 감나무골
<감나무골>은, 칠성시장과 경북대학교 사이에 있으며, 예전에 감나무가 많아 '감나무골'로 불리는 동네입니다.

6.25 피난민들이 신천이 가까이 흐르는 감나무골에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형성되었습니다. 마을주민들은 인근 재래시장인 칠성시장에서 많이 일하고, 일용직 건설노동자, 영세하청업체 봉제공장도 주변에 많이 있는 동네입니다.

지리상으로 대구시내, 동대구역, 대구역, 버스터미널이 가까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며, 젊은 맞벌이부부나 젊은이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또, 대구에서 동별 기초생활보호 대상자의 비율이 많이 높은 동네입니다. 그래서 2001년부터는 동사무소에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3명이 있습니다.

마을 중앙에 위치한 493번지는 공중수도와 공중화장실을 지금까지 사용해오던 달동네입니다. 하지만, 이 곳에는 재개발로 고층아파트가 올라갑니다. 오랫동안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오신 동네 주민들 중 많은 이들은 재개발로 더 나은 주거환경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것보다 다시 아래동네 주변동네 작은 셋방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재개발로 가난한 달동네의 모습은 사라지지만 가난한 이웃들이 살아가는 모습들은 변함이 없을 것 같습니다.

(감나무골 나눔과 섬김의 집 www.nasu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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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골 생명가게 세 번째 나눔장터 - “결식 어린이에게 사랑을”>

생명가게가 세 번째 나눔장터를 열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보살핌 속에서 사랑으로 자라야 할 우리 아이들이지만,
가정형편의 어려움으로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들이 많이 있습니다.
학교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가정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보금자리를 잃어,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는 아이들.
이번 장터에서는 “결식어린이를 돕기 위한 나눔장터”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환경과 생명을 살리는 우리 농산물 판매,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올바른 먹거리마당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우리네 아이들에게 사랑의 밥상을 나누는 날이 되시길 바랍니다.

▶ 일 시 : 2005년 4월 10일(일요일) 11:30-16:00
▶ 장 소 : 대현성당 마당

재활용 나눔장터에 물건을 기증해 주세요
【모든의류,모자,신발,가방,잡화,장식용,주방용품,소형가전제품,
아동용품,책,음반,테잎,레저스포츠용품등】
▶오늘, 내게 필요 없지만 쓸모 있는 물건◀


감 나 무 골 생 명 가 게
대구광역시 북구 대현2동 404-2 / www.nasum.co.kr (☎952-4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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