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넘어야 할 큰 벽 ‘미국’...”

평화뉴스
  • 입력 2005.04.25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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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칼럼 38> 오택진.
“현대사 속의 조선과 미국, 제대로 알고 있는가”

"착한 어린이가 되도 공부를 열심히 해도 힘을 길러도.... 안되는 건 안되는 것이었다. 똑같은 일을 해도 결과가 전혀 달라지는 그렇게 그놈과 난 다른 출발점에 있었던 것이다. 세상에 다른 출발점이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 난 어른이 되었다."

영화 '공공의 적 2'도입부에 나오는 강철중(설경구분)의 나레이션이다.
두 주인공이 청소년 시절 같이 패싸움을 하고 단체 기합을 받고 있다.
그러나 권력과 돈을 가진 '빽'있는 한상우(정준호분)는 교장선생을 대동하고 나타난 아버지의 비서와 함께 비열한 웃음을 날리며 유유히 사라져간다. 사람들은 이때부터 권력과 힘을 가진세력과 집단에 대한 반감을 가지기 시작힌다.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조선)과 '미국'에 대한 인식은 그야말로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이정도 사실은 깨닫고 있어야지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어른이지 않을까?

올해는 광복 60돌이자 분단된 지도 60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이 나라에 외국군인 미군이 들어온 지도 60년이 되는 해이다. 분단과 미군주둔의 세월동안 한국 현대사는 '조선'과 '미국'을 떼놓고 말할 수 없다. 미래를 내다보더라도 '조선'은 한민족으로 우리와 같이 번영된 통일국가를 지향해야 할 대상이자 주체이고 '미국'은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큰 벽이다.

그런데 우리는 '조선'과 '미국'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있는 그대로 가감없이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가? 공명정대하게 대하고 있는가 돌아보아야 한다.

친미와 친북, 반미와 반북의 첨예한 이념적 대립 속에 갈등해왔던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건대 우리에게 적어도 ‘조선’과 ‘미국’을 공정한 잣대로 사실과 진실에 기초해서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미래가 제대로 보일 것이다.

지난 시절 ‘조선’ 과 ‘미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돌아보자.
고등학교 때까지 나의 인식은 이랬다. 조국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북은 ‘한국전쟁을 일으킨 장본인’, '빨갱이', ‘가짜 김일성장군’, '독재집단', '부자세습', '무장공비', ‘적화통일’등의 부정적인 교육내용을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수용했다. 자연히 '북'에 대한 반감이 생기고 이것은 논리보다 더 무서운 정서로 작용하였다. ‘조선’이 자랑으로 삼고 있는 무상의료, 무상교육실시 등의 사회보장제도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

역대 집권자들의 독재정권유지와 권력연장의 수단으로 반공반북이데올로기를 그들의 마음대로 휘둘러왔기 때문이다. 대북 정보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미국 정보당국이 던져주는 정보에 우리 정부와 정보기관은 100% 수용하여 기사화하고 여기에 국민들은 이의도 질문도 할 수 없는 시절을 거쳐 왔다.

그에 반해 미국은 어떠한가? 해방자로 들어와서 한국전쟁 참전, 무상원조, 차관지원, 대북남침억제를 위한 미군주둔, 세계 초일류강대국과의 동맹, 세계평화의 수호자로 미국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존재였다. 미국은 우리에게 꿈이었고 이상이었다.

미국에 가서 사는 것,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 미국사람을 아는 것은 가문의 영광(?)으로 되었다. 심각한 인종차별과 소수민족차별, 빈부격차의 극대화, 20세기와 21세기 모든 전쟁의 직간접적 개입, 각국의 테러조직지원과 같은 미국의 추한 모습은 우리에게 교육되지 않았다.

미국의 대 한반도지배정책의 일환이자, 친일파들이 해방이후 친미와 반공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에 기생하면서 그들은 철저히 미국의 노예로 전락하여 미국섬기기에 열중한 결과이다.

불행하게도 역대정권은 '조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것을 과장하거나 없는 것도 조작하였고 긍정적인 것은 외면하고 축소시켜 왔다. '미국'에 대해서는 조그만 것도 부풀려서 ‘환상’을 심어주고 '부정적인 것'은 정보를 차단하거나 축소시켰다.

2005년 지금 우리의 인식은 어떠한가? 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발표되었다.

[ 인터넷 언론인 '프런티어 타임스'는 9일, 여론조사기관 21세기 리서치와 공동으로 진행한 여론조사결과 응답자의 44.1%가 '북한의 핵 보유가 장래 통일 한국의 국력 신장에 바람직하다' 고 답해 이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응답자(41.2%)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보유가 '미국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방어용'인지 아니면 '미국이나 남한을 침공하기 위한 공격용'인지를 묻는 설문에서 전체 응답자의 43.8%가 '방어용'이라고 응답했으며, '공격용’이라는 응답은 31.1%에 그치고 있다.
또 우리나라의 평화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를 물은 결과 미국을 답한 응답자는 29.5%로 1위였으며 일본이 2위(29.2%)로 나타나, 북한(18.4%)을 크게 앞질렀다. ]


나는 이 조사결과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북핵]이라는 사안을 가지고 한 여론조사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놀랍다.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와 지난 2002년 미선, 효순양 사건 때 국민적 촛불시위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대북, 대미관이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이정도 일 줄은 몰랐다. 제도교육에서 아직까지도 공정한 기준과 잣대에 의한 대북, 대미교육이 진행되고 있지 않다고 보는 나로서는 충격적일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다른 출밤점에서 시작한 ‘조선’과 ‘미국’에 대한 인식을 바로 잡아가고 있다고 느껴져서 난 이 충격이 싫지 않다.

우리는 늘 동족인 '조선'과 '미국'사이에 갈등해야 했다. 한미공조냐? 민족공조냐? 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한국현대사속에서 '조선', '미국'의 역할을 정확히 보아야 한다. 반만년 역사를 같이해온 민족을 적대시하고 60년 동안 같이한 미국을 동맹으로 섬기는 이런 비정상적인 현실을 하루빨리 바로 잡아야 한다. ‘조선바로알기’와 ‘미국바로알기’가 우리 안에서 진지하게 진행되어야 할 때이다.

※ 덧붙임: ‘북한’이라는 표현은 대한민국의 북쪽이라는 의미에서 나온 표현이므로 통일을 지향하는 사람으로 ‘북한’이라는 표현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북에서는 ‘남조선’이라고 표현하는데 민족간에는 ‘남측’. '북측’, ‘이북’, ‘이남’의 표현이 적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번글에는 정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약칭 조선)이라고 표현한다.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

* 1972년 울산에서 태어난 오택진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옥고를 치룬 뒤, 2003년 8월 [대구경북통일연대] 창립 때부터 사무국장과 사무처장을 맡아 통일운동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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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8월부터 매주 월요일마다 [시민사회 칼럼]을 싣고 있습니다.
제 3기 [시민사회 칼럼]은 2005년 3월부터 6월 중순까지 모두 16차례 연재됩니다.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할 가치를 위한 [시민사회 칼럼]에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4.25(월) 오택진(대구경북통일연대 사무처장)
5.2(월) 권혁장(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5.9(월) 윤삼호(대구DPI(대구장애인연맹) 정책부장)
5.16(월) 권상구(거리문화시민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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