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평화뉴스
  • 입력 2005.04.27 00: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교사들의 고백 4> 영주 초등 A교사.
... "교사는 합법적으로 폭력을 쓰는 사람?"
"학생을 존중하기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려고만 하지는 않는지..."



교직사회에서는 “아이들은 개학날 잡아야 한다. 그래야 1년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선배교사가 후배교사에게 학급운영의 비법처럼 이야기 합니다. 학기 초가 되면, 학생들에게 본을 보이고, 겁을 주기 위해, 개구쟁이 한명을 선택해서 엄청나게 겁을 주고 때리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첫날의 인상을 마음 깊이 새긴 학생들은 1년 내도록 쉽사리 말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대로 행동하기 보다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며 행동하게 되고, 그래서 조용한 반이 되면, 교사는 그것이 자신의 능력인 것 마냥 후배 교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려 하는 것이 현재의 학교의 모습이고, 교사가 학생들을 대하는 방법입니다.

이러한 비인간적인 방법을 들을 때마다 헛웃음이 나지만, 대책 없이 사고가 넘쳐나고, 요구사항이 많은 우리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나도 저렇게 해야 했었나?’하는 의문이 드는 것은 또 왜일까?

쉽게 학생들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고민 없이 편하고 싶은 욕심...

넘쳐나는 수업시수와 잡무의 바다에 빠져, 너무 일찍 '교직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아닌지 불안하고 부끄럽습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탤런트 김혜자가 이렇게 말했을 때, 가슴 한구석이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저 역시 꽃으로도 아니고, 매를 들었던 기억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어떤 이유에서든 한번도 매를 들지 않는 교사는 드물 것입니다.
학생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문제 원인을 분석해, 설득력을 가진 이야기와 감동을 통해서 학생들의 변화를 기대하기엔 학교 현장이 너무나 부족한 것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수가 너무 많아 각각의 학생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고, 수업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빠른 시간에 학생들을 통제해야 하고, 또 잘못을 학생 스스로 깨닫게 할 만큼 지속적인 애정을 가지고 학생을 믿으며 기다리는 교사가 너무도 적다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서 학생들의 행동은 점점 교사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일탈적이고 폭력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가장 간단하게, 효율적으로 학생의 잘못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매를 들어서 힘으로 학생들을 억누르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얼마 전에 학교로 “선생님이 무서워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합니다. 학교생활이 즐거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하는 학부모의 항의가 들어왔지만, 교장 선생님께서는 “애정을 가지고 고쳐주기 위해서 노력하는 교사가 얼마나 헌신적인가를 역설하면서 오히려 매를 들지 않는 선생님은 학생에게 관심도 없고 교육에 대한 열정도 없는 교사로 매도하셨습니다. 그리고 학부모도 그 말에 쉽게 동의를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매를 들지 않으면, 학교 지도에 관심이 없거나 무능한 교사로 평가 받고, 부모님들도 학생의 문제점이 나타났을 때, 해결하는 방법으로 교사에게 폭력을 강요합니다.

얼마 전, 다른 친구들을 너무나 많이 때려서 다치게 하는 학생이 있어서 학부모님께 “애정을 가지고 학생의 행동 변화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조금이라도 좋아졌다면 칭찬해 주세요.” 라고 부탁을 드렸더니, 학부모님께서는 “우리 아이는 집에서 엄격하게 야단쳐서 고칠 테니까, 선생님도 학교에서 아이가 잘못하면 많이 때려주세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게다가 부모가 하면 안 무서워하는데 학교 선생님 말은 그래도 더 잘 들으니까 무섭게 해달라는 요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십니다.

교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합법적으로 폭력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교사일까요?

학생들은 무슨 잘못을 대할 때 그것을 해결하는 선생님은 크게 두 부류라고 합니다.

무조건 때리는 선생님!
이런 선생님을 만나면, 학생들은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짜증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학생들의 잘못의 이유를 묻지 않은 채 때리고 계십니다.

또 다른 선생님은 끊임없이 학생들에게 이유를 묻는 선생님!
이 선생님의 경우, 학생이 다른 사람을 때렸을 때, “왜 때렸니?, 친구와 평상시에 어떻게 지냈니? 때려서 해결되는 것이 있냐?” 등등 끊임없이 이유를 찾고, 또 스스로 반성하도록 만들지요. 이런 선생님을 만나면, 학생들은 지겹다거나 답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때리라고 요구를 하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학생들이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데에는 미숙한 면이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렇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자유게시판에 학급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나 학생들에게 일어난 사건을 기록해서 학급회의 시간을 통하여 해결하려고 하지만, 당장 친구들 사이에 일어나는 싸움이나 거짓말, 도벽과 같은 일들이 일어났을 때, 해결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고, 그래서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에게 스스로 벌을 정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학생들이 진심으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고 자신의 잘못에 합당한 벌을 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체벌의 문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가장 민주적이고 평화적일 때, 학생들도 민주시민으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들은 여전히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해주기 보다는, 효율적으로 통제할 것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고 또 저 스스로 의심스럽습니다.

예전부터.. .하지만 여전히 쉽게 풀리지 않는 교실 안의 폭력...
육체적 폭력이든, 언어적 폭력이든, 우리가 학생들에게 아름답고 정의롭고 올바른 것에 대하여 교육하면서 과연 올바른 방법으로 우리 교실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고민해보아야겠습니다.

과연 우리 학생들은 교실에서 자유로움과 평화로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까요?

오늘도 여전히 “조용히 합시다!. 조용히 하세요!”를 수없이 말했던 부끄러운 모습을 떠올리며, 마음 한구석에 되뇌어 봅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학교의 존재 이유인 우리 학생들을 사랑으로 대하려면 좀더 많은 인내와 이해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영주지역 초등학교 A교사>
* 이 글은, 경북 영주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5년째 근무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교사가 쓴 것으로,
"체벌에 관하여 여전히 미숙한 자신의 넋두리"라는 말과 함께, 교사들의 체벌문제에 대한 고민을 담아주셨습니다.
글을 써주신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평화뉴스




----------------------------------

“교사를 찾습니다”

평화뉴스는 2004년 한해동안 [기자들의 고백]을 연재한데 이어,
2005년에는 연중기획으로 [교사들의 고백]을 매주 수요일마다 싣습니다.
교육의 가치는 ‘학생’에게 있으며, 교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성직’이라 믿습니다.
학생들에게 다하지 못한 이야기들, 교무실과 교실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연들.
그리고, 우리 교육계와 학부모,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봐야 할 ‘교사들의 글’을 찾습니다.

남을 탓하기는 쉽지만, 스스로 돌아보고 남 앞에 고백하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고백들이 쌓여갈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 믿으며,
대구경북지역 현직 초중고등학교 선생님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독자들께서 좋은 선생님들을 추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을 쓰신 분의 이름은 실명과 익명 모두 가능하며,
익명의 신분은 절대 밝히지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문의 : 평화뉴스 (053)421-151 / 011-811-0709
글 보내실 곳 : pnnews@pn.or.kr / pnnews@hanmail.net

대구경북 인터넷신문 PN <평화뉴스>

저작권자 © 평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지금 주목 받고 있어요
모바일버전